2005.6 |
순두부의 구수한 맛
관리자(2005-06-13 15:38:17)
어느 식물학자였던가, 콩의 원산지는 바로 우리나라라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이로 보면 우리겨레가 먼 옛날로부터 콩을 재료로한 식품들을 즐겨왔다는 것이 된다. 두부도 그 하나인 셈이다.
두부가 들어난 문헌으로 최초의 것을 들자면 《목은집(牧隱集)》이다. 고려말기의 문신 이색(李穡, 1328-1396)의 시문집인 이 책에서 두부의 시를 대할 수 있다. 제목은 <대사구두부래향>(大舍求豆腐來餉).
- ‘오랫동안 나물국만으로 입맛이 물렸는데 / 두부가 새로운 맛을 돋우어 주네 / 이 없는 사람이 먹기 좋고 / 늙은 몸 양생(養生)에 더없이 알맞네’의 시행에서 볼 수 있다. 두부예찬으로서 오늘에 읽어도 고칠 것이 없다.
목은께서 저때에 즐겼던 두부는 어떠한 두부, 또 어떤 조리에 의한 두부였을까. 두부의 종류도 베두부·비단두부·막두부·연두부·자루두부·건조두부·얼린두부·순두부 등이 있고, 조리 또한 탕·전골·볶음·비빔·저냐·구이·장아찌 등으로 다양한 맛을 챙길 수 있다.
‘이 없는 사람이 먹기 좋다’의 시행마따나, 일반적으로 두부는 입안에 넣어 부드럽고 말랑거리기 마련이다. 두부로서 가장 단단한 두부라면 막두부다. 새끼로 묶어 들고 다닐 만큼 단단하다. 한때 단단한 두부모를 놓고, 석회가루를 섞어 넣은 것이 아니냐는 말썽이 있기도 하였다. 그러나 먹거리를 가지고 이런 장난이란 벼락 맞을 일이다. 막두부가 단단하다 해도 이 없는 사람이 못먹을 만큼 단단한 것도 아니다.
‘두부 먹다 이 빠진다’ ‘두부에도 뼈라’는 속담은 그러한 일이 실제 있어서가 아니라, 교훈적인 뜻을 담고 있다. 방심에서 실수가 생기기 쉬우니 조심하라, 으레 될 일에도 뜻밖의 재앙이 들 수도 있다는 경계다.
두부로서 가장 부드러운 것으로는 연두부를 든다. 연두부는 아가씨의 고운 손이 아니고는 들기가 바쁘게 문드러진다고 했다. 문드러지고 말 것도 없이 부드럽기는 순두부다. 한자어로는 수두부(水豆腐)로 일컬었다. 눌러서 굳히지 않은 것이니 두부모도 두부껍질도 있을 수 없다.
어린시절 주로 먹을 수 있었던 두부는 삼베로 굳혀낸 베두부였다. 많이는 된장국에 끓여 낸 찌개로 먹었고, 집안에 어떤 잔치라도 있는 날이면 두부저냐나 두부전으로 별미의 맛을 즐길 수도 있었다. 저때엔 순두부탕이나 순두부찌개는 집안 밥상에서 먹어본 일이 없었다.
일고여덟 살 때의 일이었던가. 아침밥상에서 된장찌개에 든 깍두기만한 크기의 두부를 입안에 넣었다가 그 뜨거움에 혼난 일이 있었다. 하마터면 목젖이 달아날 뻔 하였다.
저 경험으로하여 지금도 두부찌개를 대하면 수저를 떠들고서도 잠시 기다렸다가 입으로 당기기 마련이다. 순두부백반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점심때면 자주 순두부백반집을 찾는다. 전주시내에만도 여러 식당들이 있다. 최근 차편이 있으면 으레 챙기는 집은 「송광순두부」(완주군 소양면 황운리, 전화 244-7445)집이다. 이 집을 처음 알게된 것은 박남재화백으로 하여서다. 박화백은 식당주인의 말과 같이 ‘100% 국산콩’을 재료로 한 두부 전문점이라는 것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1인분 5천원의 순두부백반을 먹자면 첫숟갈로부터 끝숟갈까지 여일하게 구수한 맛이 돋는다. 간이 맞는 국물 맛도 구수하고, 당기당기 엉겨있는 순두부살의 맛도 구수하다. 상위에 따라오른 무장아찌무침·깍두기·고추장아찌·콩나물무침·겉절이 등의 맛도 정갈하다.
점심으로야 이만하면 더 바랄 것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