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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5 |
여름, 축제 그리고 산성
관리자(2005-05-13 17:58:07)
여름, 축제 그리고 산성 봄이 오시는가 했더니 벌써 여름이랍니다. 이상기온이라는 말을 여러 번 듣다보니 예년의 기온이 어느 정도였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가 없군요. 자연이 하는 일에 언제 정상, 비정상의 가름이 있었던가요? 짧은 세월을 평생으로 삼는 인간의 눈에 그렇게 보이겠지요. 그러니 지난 봄이 이상할 것도 없습니다. 올 봄에도 어김없이 꽃이 피고 졌습니다. 피어나는 꽃을 보면서 잎보다 먼저 터져 나오는 꽃송이들을 또 한 번 망연히 바라보았습니다. 무얼 어떻게 하라고 그렇게 맨 가지에 꽃들이 피는 것인지 오슬오슬 소름이 돋도록 눈물겨웠습니다. 이제 꽃망울 떨어진 자리마다 잎들이 솟아 세상이 푸르러 갑니다. 송강은 「사미인곡」에서 “꽃 지고 새 잎 나니 녹음이 깔렸는데”라고 노래했지요. 시인은 꽃보다 잎이 더 절절함을 벌써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꽃에서 잎으로 넘어가는 이 시절에 아름다움의 주소가 바뀌고 있음이 눈에 보입니다. 꽃을 피우는 것보다 잎을 무성히 피워내는 일이 더 어렵지요. 5월의 전주는 풍남제, 대사습놀이, 영화제, 종이축제 등 4대 축제의 열기로 뜨겁습니다. 풍남제와 대사습이 그 연원이 깊다고 하나 지금과 같은 틀을 갖춘 것은 별로 오래 전 일이 아닙니다. 영화제와 종이축제는 이제 걸음마를 뗀 아이처럼 두리번거리고 있습니다. 이들 묵은 축제와 새 축제들이 한데 어우러져 도시의 분위기를 일신하기를 다시 한 번 기원합니다. 재료의 단순 혼합으로 비빔밥을 만들 수 없고 설명하기 힘든 솜씨가 필요한 것처럼 축제들이 서로 상승효과를 이루려면 어떤 손맛이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는 6월호에서 축제를 직접 즐긴 시민들의 감상과 비판과 제안을 들어볼 것입니다.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데 이번호에서 우리는 뜬금없이 전라북도의 산성을 살펴보았습니다. 곽장근, 강원종 두 분의 소개에 이어 지역의 문화원에서 공들여 보내주신 자료를 수록하였습니다. 군사적 요충지에 자리를 잡았던 산성이 지금은 무너진 돌무더기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서양의 성이 거점이라면 우리의 성은,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곽은, 방어선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밋밋하게 보이기조차 합니다. 그러나 산성의 아름다움은 멀리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성위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볼 때, 성벽을 따라 돌면서 사방의 지세를 살펴볼 때, 비로소 천혜의 험지요 요충지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험한 곳을 강하게, 약한 곳은 안전하게, 산세를 따라 둘러싸는 산성의 축조법은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한국적 건축의 원칙을 재확인시킵니다. 여기에 탁 트인 조망의 시원함이 덧붙여져 산성의 아름다움이 완성됩니다. 다리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든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든 산성을 돌아볼 기회를 가져 보십시오. 한 가지 부탁이 있다면 섣불리 복원하자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나마 훼손하지 말아 달라는 것입니다. 전주시의 문화지수가 전국 1위랍니다. 그런데 전라북도의 문화지수는 전국 최하위권이랍니다. 전해들은 말이라 확인차 자료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지난 2002년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이 펴낸 국민문화지수에 대한 보고서가 있었습니다. 전라북도의 문화유산지수는 서울, 경북에 이어 삼위로 전통문화유산이 타 지역에 비하여 오히려 풍성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학예술,  대중문화, 사회문화적 활동에 있어서는 평균을 약간 넘어서거나 평균 이하였습니다. 이삼 년 사이에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테지요. 조사방법이나 수치 해석의 차이에 따라 지수에 대한 결론은 달라질 수 있으며 최하위권이란 표현은 과장이고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그러나 곧 시, 군의 문화적 여건이 중층적 소외로 말미암아 비교가 부끄러운 형편이라는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차이와 차별에 대하여 앞으로 각별한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약속드립니다.  | 정철성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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