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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5 |
생활문화운동이 꽃피는 푸른꿈의 어느 하루
관리자(2005-05-13 10:29:52)
생활문화운동이 꽃피는 푸른꿈의 어느 하루 -한진희 무주 푸른꿈고등학교 부드러운 것이 더 강하다 나는 지난해까지 약 3년 동안 학교에서 학생부장을 맡았고, 올해는 2학년 담임으로 살고 있다. 흔히 이야기하는 학생 생활지도 - ‘생활의 변화’를 위해 외부로부터 조성되는 규율과 힘에 의한 질서 - 보다는 내부로부터 주체적으로 가꾸어지는 ‘생활문화운동’을 푸른꿈의 교사들은 중요하게 여긴다. 그리고 자신이 만들어내는 일들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성숙하고 아름다운 삶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사의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또한 나의 신념에 가깝다. 청소년들의 꽁무니에 늘 따라다니는 술, 담배, 폭력성 등에 대하여 그들로부터 개혁을 시작하여 건강한 대안문화가 형성될 수 있도록 돕고,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이 생활문화운동은 대단히 더디지만 한번 힘을 발휘하면 그 에너지와 성과는 크고 감동적이다. 때로는 믿음과 기다림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나의 가치관이 우유부단함과 부족한 결단력 사이에서 갈등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규정을 어기는 아이들의 온갖 일에 대하여 징계와 강한 대응만이 대안이 아니라는 걸 체험하며 3년의 시간을 보낸 것 같다. 10대의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아주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일들 앞에서 내가 평생 동안 해보지 못할 많은 경험과 다양한 생각들을 하게 되기에 난 지금까지의 경험과 깨달음에 대하여 감사하고 또 앞으로 만나게 될 일들을 기대한다. 생활문화운동으로 진보되고 있는 몇 사례를 떠 올려볼까 한다. 작년 말 많은 토론과 회의를 거쳐 아이들과 푸른꿈을 금연학교로 만들어가자는 합의를 이루어내고 현재 우리학교를 금연학교로 가꾸어가고 있다. 이전에 40%를 웃도는 흡연률을 보였던 아이들이 지금 보여주는 노력은 대단한 것이라고 교사들은 평가하며 격려하고 있다. 아이들은 주말에 집에 갈 때나 방과 후에 나에게 인사말을 던진다. “선생님, 담배 피러가요. 선생님, 집에 가서 담배 많이 피우고 올께요.” 안 피우겠다는 말보다 더 이쁘게 들리는 건 왜일까… 역설적인 표현으로 내게 금연을 다짐해 보이는 것이 오히려 나를 흐뭇하게 한다. 또한 작년 여름부터 큰 홍역을 치루면서 우리 안의 폭력성을 이야기했다. 쉽게 쓰는 언어 안에서, 관계 안에서, 사회 안에서, 공간과 시스템에서 폭력성을 찾아 드러내 보이자는 것이다. 기숙학교이기에 관계 안에서 만들어지는 갈등이 많다. 그런 만큼 그 갈등으로 인하여 훨씬 성숙해지기도 한다. 내면의 힘을 기르는 일상 나는 올해 2학년 매화반 담임. 매화는 고결한 정신을 의미로 담고 있다는데 아이들이 반 이름을 매화로 지었다. 담임은 교육의 꽃이라고 선배교사가 전하였는데, 난 그 맛을 올해 톡톡히 즐기고 있다. 우리 반은 남자 8명 여자 4명 모두 12명으로 참 오붓하고 가족같은 숫자이다. 현재 우리학교는 교과목교실로 운영이 되고 있다. (물건들이 많아서) 다소 복잡한 예능실이 우리반 교실이다. 이제는 아이들이 수시로 무언가를 그리고 만드는 습관을 갖게 한 것 같아 오히려 이 복잡한 공간이 더 좋다. 아침 8시 40분. 예능실 탁자에 빙 둘러 앉아 아침모임을 시작으로 하루를 함께 연다. 아이들의 얼굴 표정에서 기운을 읽어보며 대화를 나눈다. 아침모임에 나는 두 가지를 중요하게 담고 있는데 하나는 메시지가 담긴 글을 함께 나누며 읽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아침기도이다. 나눔의 글은 내가 준비하고, 아침기도는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준비하여, 모두의 행복한 하루 시작을 위해 기도의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오후에는 하루를 마무리하며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종교적인 기도라기보다 나와 타인을 위하여 그리고 세상을 위하여 마음을 모으고 기도하는 일상으로서의 의미가 더 짙다. 우리 반 12명 아이들의 신앙에도 많은 종교가 섞여 있는 실정이지만 탈종교적인 기도의 시간은 진지하고 의미있게 진행이 된다. 이 기도의 시간이 아이들의 생활과 학습에 있어 내면의 힘을 기르고 있는 것 같다고 옆 자리 선생님이 귀띔하신다. 2학년은 선택수업이 많아 내가 맡고 있는 미술시간과 수공예 동아리를 선택하지 않은 아이들은 반 아이라 하여도 함께 시간을 많이 갖지 못한다. 그래서 릴레이 상담을 하거나 기숙사를 찾아가 수다를 떠는 요란함을 즐기기도 한다. 아이들과의 만남은 기쁘거나 슬프거나 상관없이 부대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니까. 작게는 아이들이 습관적으로 쓰는 욕을 버리고 자신과 이웃과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열고 정감 묻어나게 표현할 수 있고, 교사는 수평적인 관계에서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생활문화운동을 올해는 꾸준히 전개해 볼 욕심이다. 꽃을 보면 아름다움을 배우고 돌을 보면 무거움을 배우고 아이를 보면 사랑을 배우고 어른을 보면 존경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참다운 배움의 방법이다 높은 산을 보고 그 기상을 배우지 못하면 그것은 피상의 앎은 될지언정 진정한 깨달음은 되지 못한다 오늘아침 아이들과 나눈 글이다. 내일모레부터 이틀 동안 1차 시험을 치르게 될 우리반 아이들과 참다운 ‘배움’에 대해 공감하고 싶었다. 작고 다양한 관계 속에서 진지하게 배움을 얻는 하루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진희 | 전북고창에서 태어났다. 경희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1998년부터 대안학교인 무주 푸른꿈고등학교에서 미술교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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