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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5 |
두발규제 정당한가?
관리자(2005-05-13 10:27:56)
두발규제 정당한가? 학생은 인원의 주체다 2005년 봄, 대한민국 중고교학생들의 최대 관심사는 다시 한번 두발규제 철폐다. 지난 2000년 ‘학생에게도 인권이 있다’는 구호로 시작된 두발규제 반대운동은 전국적인 서명운동과 텔레비전 토론 등을 거쳤고, 교육인적자원부의 ‘학생·학부모·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학교별로 새로운 규정을 만들라’는 결론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룬 듯 했다. 하지만, 올해 초 터진 일진회 파문으로 학교의 보수화가 진행되면서 두발규제에 대한 논란은 다시 한번 중고교의 최대 화두로 등장했다. 청소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학생들은 그들의 불만을 쏟아내고 있고, 보다 과격한 저항을 시도하는 학생들도 있다. 두발규제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자 교육부는 지난 4월 13일 전국 시·도 교육청에 ‘강제 이발이나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 수렴 없이 강제로 생활지도 규정을 적용하지 말라’는 공문을 내려 보냈다. 하지만 교육부의 공문 한 장이 이미 험악해진 학교 분위기를 바꿀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이번 호 사이버 난타에서는 ‘두발규제 정당한가?’를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참가자 모두 학교의 과도한 생활지도에는 반대함으로써 치열한 논쟁은 이어지지 못했지만, 현재 학교 교육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쏟아내고 반성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일  자: 4월 26일 화요일 참가자: 서경덕 (전교조 전북지부 정책실장)         김경희 (학부모)         송인옥 (전주 기전중 교사)         신  솔 (전북대 언론심리학부 1학년)   진행·정리: 최정학 기자 최정학: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사이버난타 진행을 맡게 될 문화저널 최정학 기자라고 합니다. 먼저 바쁜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하구요. 오늘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각자 소개부터 시작할까요? 신  솔: 안녕하세요. 전북대학교 언론심리학부 05학번 신솔입니다. 성별은 남이구요. 좋은 토론 되었으면 합니다.   서경덕: 전교조 전북지부 정책실장 서경덕입니다. 학생생활에 대한 깊은 고민 함께 나누는 좋은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김경희: 저는 중학교 2학년 자모입니다 . 학교 도서관 도우미를 하고 있습니다.   송인옥: 저는 중학교 교사로 현직에 있지만, 교육의 나아가는 모양새에 대해 걱정 많고, 또 그러면서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고민 교사입니다. 최정학: 다시 한번 반갑고, 감사합니다.   송인옥: 예,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정학: 오늘 이 자리에서는 학교의 두발단속을 초점으로, 학교의 학생에 대한 규제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얼마 전 일진회 파문 이후로 학교에서 학생들에 대한 규제가 조금씩 더 심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송인옥: 그건 사실입니다. 최정학: 일선에 계신 선생님들이 오늘 두 분이나 참석하셨는데요. 요즘 흐름 좀 말씀해주세요.   송인옥: 이제 학생들의 잘못에 대해 교육적 지도를 넘어 법적 처벌 쪽으로 진행되는 듯 합니다. 서경덕: 저는 현장에 없기 때문에 정확한 학교 사정은 모르나, 학교 생활지도가 경찰들의 주도 하에 이루어지는 분위기입니다. 학교폭력대책도 사실 교육주체가 배제된 상태에서 만들어져 강제되고 있다고 봅니다. 송인옥: 전에는 학생지도부에서 잘못이 있는 학생을 지도하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학생부장이 끼어들 틈도 없이 바로 경찰에 연락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선량한 학생을 지킨다는 취지일지 모르지만, 어쩐지 씁쓸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서경덕: 학생생활지도의 주체는 무엇보다도 교사이어야 합니다. 교원이 배제된 채, 신고-처벌 위주의 정책집행은 근본적 처방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최정학: 심각하군요. 더러 요즘 학교 풍경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 비유하더니, 그렇게 허황된 얘기만은 아닌가봐요.   송인옥: 동감입니다. 서경덕: 하지만 너무 심하게 우려하지는 마십시오. 우리 아이들 그렇게 폭력적이지 않습니다, 아직은 건강하다고 믿습니다. 김경희: 우리나라는 뭐든 극과 극을 치달리는게 문제지요.   송인옥: 때로는 영화가 현실을 반영하는 건지 아니면 영화를 모방하여 현실로 나타나는 건지 모르겠더군요.   최정학: 처음부터 너무 심각한 얘기가 나와버린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김경희: 맞는 말씀입니다. 서경덕: 본론으로 들어가면 좋겠습니다.   최정학: 일단 오늘 주제로 잡힌 두발단속에 대해 얘기해보도록 하죠. 김경희: 먼저 저는, 저의 아이를 보면서 평소에 두발에 관한 고민이 늘 있었습니다.   최정학: 송인옥 선생님이 근무하는 학교는 두발단속을 하나요? 송인옥: 당연히(?) 다른 학교 정도로는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비인격적으로 강행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학생들 생각은 다를지 모르겠지만. 신  솔: 김경희 선생님의 고민거리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서경덕: 2000년도에도 노컷운동을 펼친 학생들이 다시 두발단속 철폐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변하는데 학교만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해 전교조는 늘 학생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경희: 아이들의 머리를 보면 천편일률적으로 모두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신  솔: 송인옥 선생님학교에서 두발단속을 하는 방법에 대해 좀 자세히 알 수 있을까요? 송인옥: 작년까지는 간단하게 머리를 묶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학생이요. 그런데 올해부터는 또 묶지 말고 단정하게 자르라고 하더군요. 저 역시 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만. 신  솔: 학생들의 반응은 어떠하였나요? 송인옥: 물론 규정은 머리카락을 눌러 눈썹을 덮지 않아야 한다라고 되어있죠. 남학생의 반발은 그다지 크지 않은 편이구요. 아무래도 여학생들이 관심이 많죠.   신  솔: 아, 그렇군요. 송인옥: 물론 남학생도 나름의 멋을 내고 싶어하는 친구들도 있지요.   최정학: 김경희 선생님의 고민, 좀더 들어보고 싶네요.   김경희: 길을 가다보면 여학생은 뒤로 묶어 귀 옆머리를 내놓은 모양이지요. 이 머리를 보면 일본이나 중국의 옛날 머리 같아요. 그 머리를 보면 일본문화의 잔재가 남아있는 것 같아 속상합니다.   송인옥: 학교 편에서 생각하면 규제하는 쪽에 서야지만, 저 개인으로는 이런 규제가 도대체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한참 때 머리카락 하나 내 마음대로 해 보지 못한다는 것은 좀… 신  솔: 제가 고등학교 때 선생님 같은 분이 계셨다면 정말 좋았을텐데 아쉽네요.   송인옥: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근본 문제는 믿음, 불신에 있는 것 같습니다. 서경덕: 창의성, 인성 교육, 말로만 하는 곳이 학교 현장이 아닌지 부끄럽습니다. 그런데 모두 두발 단속에 반대하는 것 같아 토론이 싱겁습니다.   신  솔: 저는 두발단속에 대해 반대의 입장입니다 송인옥: 교사는 학생의 행동이 다 못 미더워 보이고, 학생은 교사의 지도가 통제로만 느껴지니까요.   최정학: 물론, 오늘 토론의 초점이 두발단속이 정당한가 정당하지 않은가 이긴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상징일 뿐이구요. 오늘 정말 하고 싶은 얘기는 학교의 학생에 대한 통제가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어디까지인가라는 점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김경희: 두발 단속은 필요하며 몇 가지 유형을 정한 뒤, 본인에 알맞게 선택적으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서경덕: 저는 그것에 대해서도 반대합니다. 학생은 헌법상의 권리 주체입니다. 지도와 통제 및 관리의 대상이라는 사고를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송인옥: 학생에 대한 통제가 필요한가 아닌가 이전에 일단 학교 일선에서는 책임소재 때문에라도 원하지 않는 규제를 하기도 합니다.   신  솔: 네. 송인옥: 서경덕 님의 의견에는 동의합니다. 서경덕: 학생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할 때 학생과 교사가 소통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야말로 학교가 즐거운 곳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반성해야 할 점이 그 지점인 것 같습니다.   신  솔: 사실상 학교 안에서는 그런 의견들이 무시당하기가 일쑤입니다. 송인옥: 그런데 다수를 정해진 시간, 공간 안에 넣어 놓다보니 통제의 수단이 필요한가 봅니다. 서경덕: 물론 통제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언제 학생들의 의견 한번 제대로 들어본 적 있습니까? 신  솔: 통제도 통제이지만 과도한 통제 때문에 학생들이 못마땅함이 많은 건 사실이지요. 제 경험에 비춰보면 의견을 적극 수렴하시는 소수의 선생님도 계시지만, 대부분의 선생님들께서 분위기나 다른 선생님들을 의식해서인지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서경덕: 아직도 다수는 학생들을 통제의 대상으로만 봅니다. 학생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된 교칙, 학사운영에 학생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선진국의 모습이 왜 우리에게는 늘 생소합니까? 송인옥: 문제는 교사들의 살아 있는 의견들이 관리자에게는 눈의 가시 같기도 하거든요.   서경덕: 그 점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구요. 현재의 학교시스템 전반의 수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신  솔: 그렇지만 사립학교에서는 자체적인 운영체계로 인해 그런 수술이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문입니다. 서경덕: 사립학교법 개정하고,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의결기구화 하고, 학생회 학부모회 등을 법제화 하면 가능합니다.   신  솔: 물론 그렇지만 그런 의견들이 나와도 실천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서경덕: 모두 노력하자고 이런 자리가 있는 것 아닙니까? 신  솔: 물론 그렇습니다. 송인옥: 기득권이 관련된 사항이 쉽게 고쳐질까 의심스럽습니다. 신  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송인옥: 과연 단정하다, 공부에 집중하기 좋다는 정도와 기준이 무얼까요? 각 개인이 가진 두발의 상태가 서로 다르지 않나요. 김경희: 제가 너무 구세대적인지 모르지만 시내를 가다보면 분명 학생 같은데 머리를 풀어헤치고 성인을 흉내 내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로 인해 학생이 범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서경덕: 학생이 머리가 단정하지 않다 해서 소위 ‘날라리’라는 발상에는 동의하지 못합니다. 신  솔: 저도 그렇습니다.   송인옥: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현실은 그런 경우가 많아서, 쉽게 그렇게 단정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좋은 생각은 아닙니다만. 신  솔: 그렇게 보는 어른들의 시각에 약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정학: 날라리처럼 보인다는 것과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다른 말인 것 같은데요. 서경덕: 저는 여러해 전에 우리 학교 학생생활규정 토론회에서 염색까지도 허용하자고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대니까 학부모님들도 고개를 일단은 끄덕거리는 걸 확인했습니다. 두발 자유화가 탈선으로 이어진다는 낡은 사고 하루빨리 버려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창의적인 면을 학교가 허용하자는 뜻입니다. 최정학: 그때 학부모님들을 설득하신 논리를 한번 들어보고 싶은데요.   서경덕: 사실 저희 학교가 학생생활규정 토론회를 할 때 교육청의 공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연 것입니다. 학교장과 교감은 인사말에서 계속적인 두발단속의 필요성을 역설하였지요. 그런데 저는 학생생활 규정이 거의 20년 가까이 바뀌지 않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저도 책임이 있었구요. 사회는 변하는데 학교는 이렇다, 18세기 교실에서 19세기 교사가 20세기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의 창의성은 개성을 보장하는 삶이 존중될 때 가능하다 뭐 이런 논리였던 것 같습니다 김경희: 그런데 이상하게도 학생의 첫 이미지는 두발에서 좌우된다고 합니다. 실제 그런 경우가 많구요.   송인옥: 중간에, 제가 학교 현장에서 본, 학생들의 요망사항에 대해 언급할까요. 현재 저희 학교 3학년들은 머리를 약간씩 퍼머 하기도 하고, 고데기라는 걸 학교로 가지고 다니며 머리 손질을 합니다. 방학 때는 두발에 대해 자유스러우니까 한 반에 3-4명 정도는 심하게 염색하기도 하고요. 신  솔: 문제는 방학 때도 학교 보충수업을 해도 두발단속을 한다는 것입니다. 송인옥: 한편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지 싶기도 하고, 또 한편 생각은 머리에 뭐 그렇게 신경을 쓰나 싶기도 하고 합니다.   서경덕: 감시와 통제의 문화, 교문단속, 두발단속, 속치마 단속, 심지어 양말 색깔까지 단속하는 병영문화 이것이 학교문화입니다. 섬뜩하지 않습니까? 신  솔: 그렇습니다! 세대의 흐름에 맞춘 사고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저도 양말 때문에 단속을 당해 어이없게 체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김경희: 두발이 자유화되면 당연히 교복도 자유화가 되어야겠지요.   송인옥: 머리에 신경을 쓴다는 것은 어쩌면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이니까, 자신을 가꿔 볼 기회도 줘야 합니다. 서경덕: 교복의 자유화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신  솔: 교복도 일제 문화의 잔재라고 생각합니다. 서경덕: 동의합니다. 그리고 군사독재 문화가 거기에 기생하여 오늘날의 왜곡된 학교 문화로 이어진 것이죠.   송인옥: 오히려 교복에 대해서는 학생들은 거부감이 그다지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21세기를 살면서 아이들이 다 똑같은 유니폼 안에 갇혀 있다는 게 안타깝지만요.   신  솔: 저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도 교복에 대한 불만은 그리 없다고 봅니다. 김경희: 자유, 참 좋은 말이긴 한데 책임을 지지 못하는 자유는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송인옥: 또 사실 교복에 대해서는 학부모님들의 요구도 적지 않은 것 같구요.   신  솔: 다만 벨트를 안 찼다거나 셔츠를 빼놓았다는 이유로 심한 체벌을 한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서경덕: 저는 교복, 두발 등의 문제보다도 학생들의 자율적 자치공간이 필수적이라고 봅니다.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문화를 어른들이 가꾸어주어야 합니다. 교복도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선택하도록 하면 됩니다.   김경희: 선택은 하고 있습니다.   신  솔: 조금은 우스운 말이지만,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송인옥: 학생들의 자율을 생각하려면, 사실 가정과 사회가 먼저 성숙한 분위기를 얻고, 아이들도 어릴 때부터 그렇게 길러져야 할 것 같습니다. 서경덕: 자유복을 입을 경우는 단속 근거가 약해지고, 그것이 통제 권력에게는 약점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어서, 학교는 관리 통제시스템을 절대 포기하려 하지 않은 겁니다. 김경희: 맞습니다. 최정학: 질문하나 드릴께요. 학교에서 두발단속이나 교복착용을 하기 전에 어떤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나요? 아니면, 그냥 일방적인 전달 혹은 지시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건가요?   신  솔: 저의 경험에서 볼 때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일방적인 전달이었습니다. 송인옥: 대개는 일방적이지요. 물론 형식적으로는 학생회를 연다하지만요 서경덕: 우스운 것은 학교생활규정조차 학교장들이 잘 지키지 않습니다. 입맛대로입니다. 학교대사전이라는 책 보셨는지요. 생활규정에 없는 것도 관습법 차원에서 강제합니다.   최정학: 아, 어쩌면 제대로 된 의견수렴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일방적 지시, 이것이 더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송인옥: 그렇지요. 신  솔: 저도 그 의견에는 찬성합니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 교장선생님이 두 번 바뀌셨는데 두 분 다 너무 고지식하시고 심지어 선생님들께서도 수업시간에 불만을 토로하셨습니다. 서경덕: 하루빨리 학생들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학교 시스템 확보가 절실합니다. 송인옥: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하라는 대로 합니다. 또 일부 아이들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합니다. 서경덕: 아이들한테 저항 의식을 싹둑 자르는 환경에서는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송인옥: 우리 가정, 사회의 잘못이지만, 아이들이 자기의 의견을 정당하게 주장하고, 설득하는 힘을 길러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경덕: 동감입니다. 학부모님이 계셔서 말씀드립니다만, 이러한 복종과 권위의 문화가 가정에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사회적 책임이기도 하지요. 송인옥: 대부분의 가정, 학교에서 그저 시험점수만 좋으면 그게 다인 것으로 생각하지요.   신  솔: 저도 그 의견에 동의 합니다. 알맞은 의견을 내 놓아도 무시당하는 것에 불만만 쌓이게 됩니다. 서경덕: 날카롭고 쉽게 학교문제를 지적하는 송 선생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송인옥: 어찌보면 아이들에게 꿈이 없고, 활기 넘치는 에너지, 즐거움이 없다는 게 더 서글픈 현실인 것 같습니다. 서경덕: 이제는 학교혁신이 필요합니다.   최정학: 대학민국 학교교육에 대한 성토장이 되버렸네요.   신  솔: 제가 생각하는 학교는 학생의 특기와 적성을 살려 사회에 바람직한 인재로 양성하는게 진짜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경희: 저희 세대가 그렇게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그것이 당연시되고 그렇지 않으면 이상한 것이 되어버리죠.   송인옥: 개인적으로는 공부 잘 하지 못해도 낮은 자리든 높은 자리든 여러 모습으로 의미 있게 살아가는 모습들이 부각됐으면 합니다. 서경덕: 그렇죠. 민주시민으로 자라게 하는 것이지요. 학교는 열나게 공부해서 남보다 앞서서 무조건 1등 해야 살아남는다는 정글의 생존법칙을 가르치는 곳이 아닙니다.   신  솔: 제 친구는 미술이 좋았지만 예고는 경제적 부담도 있어서 인문계로 진학을 했습니다. 인문계도 미술부는 존재하지요. 그렇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선생님들이 특히 학년담당 선생님이 미술부나 예능활동에 대해서 강력히 막으시고 공부나 잘하라고 하시더군요. 이런 건 한 사람의 꿈을 막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송인옥: 저도 아이가 있지만, 아이가 공부 좀 못해도 그런대로 자기 소신껏 살아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마음이 훨씬 가벼워질 것 같습니다. 서경덕: 왜곡된 교육관이 재생산되는 잘못된 시스템 때문입니다.   송인옥: 정말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데, 공부 못 하면 살아남기 힘들까요? 이 사회에는 청소부도 필요하고, 공사장 인부도 필요하지 않나요? 신  솔: 엘리트만을 요구하는 사회의 현실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경희: 그러나 현실은 많은 부모들이 내 아이들의 자유로움보다 좀 힘들어도 그 반대를 원한다는 거죠.   서경덕: 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이 필요한 것이지 엘리트가 왕 노릇하는 세상은 필요치 않습니다. 그들만의 리그입니다. 자본이 주인이 되고 자본은 엘리트를 재생산하고 못가진자는 소외되는 잘못된 사회구조가 학교의 왜곡구조를 재생산하고 있는 겁니다.   신  솔: 저도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김경희: 저는 아이들에게 청소부도 인부도 꼭 필요하다. 너는 그 사람들의 노고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얘기합니다.   서경덕: 학생인권과 국민복지가 서로 떼어낼 수 없는 것이라는 자연스러운 결론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송인옥: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학교에도 여지없이 나타나는 것이겠지요.   서경덕: 학교간 서열, 학급간 서열, 학급내 급우간 서열, 이런 서열 챙기기만 없어도 아이들 숨쉬기가 훨씬 편할 것입니다. 신  솔: 그렇습니다. 서열을 중요시함으로 인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이 한둘이 아닙니다. 특히 수업시간에도 확연히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송인옥: 저희 학교도 다음 주에 중간고사가 있는데, 잘하는 학생이나 못하는 학생이나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습니다. 서경덕: 몇 해 전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는 유서와 함께 먼 나라로 간 초등학생의 절규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해마다 200여명 가까이 성적비관 때문에 자살을 합니다. 이들의 인권, 이들의 죽음은 누구의 책임입니까? 아직도 검열문화, 성적제일주의 문화가 판치는 학교가 일차적 주범입니다 신  솔: 중간고사나 시험을 볼 때 보면 잘하는 학생은 점수가 떨어졌다고 못하는 학생은 커서 뭐가 될꺼냐는 식의 비난으로 스트레스 받는 건 어딜가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서경덕: 공부 좀 못하면 어떻습니까? 왜 이렇게 세상이 각박합니까? 송인옥: 본론에서 벗어나는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사회가 너무 급하게 가기 때문인 것도 같습니다. 여유를 가지고 되돌아 볼 틈도 없이 어서어서 한 발이라도 먼저 내딛기를 재촉하지요. 송인옥: 사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컴퓨터도 한몫하지요.   서경덕: 학교의 모습은 그대로 이고 세상만 밖에서 소용돌이치며 변합니다. 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세상에 나가면 당연히 어지럽고 갈피를 못 잡습니다. 학교가 변해야 합니다. 세상과 호흡을 함께 해야 합니다. 신  솔: 그렇습니다. 학생의 적성을 살려 사회에 내놓아 더욱더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송인옥: 저는 약간 견해가 다른데, 인권을 존중하는 것이어야지 세상과 함께 가는 것은 좀 그렇습니다. 현재 세상이 가는 방향이 과연 바람직한 방향인지에 대해… 서경덕: 사회의 물적 토대는 변하는데, 학교의 모습은 그대로입니다. 가치관의 충돌이 상시적으로 발생합니다. 세상이 옳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언제 우리가 인권을 말했습니까? 정권이 바뀌면서 생긴 긍정적인 사회 변화 측면을 말하는 것입니다. 감히 인권을 이야기할 수 있는 오늘은 과거의 많은 아픔 속에서 잉태된 것입니다. 이런 긍정적인 면은 추동해야 합니다. 물신주의, 타락, 몰인간성 등의 사회 병리적 현상은 따로 비판해야할 측면이구요.   신  솔: 모두 맞는 의견입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주제가 너무 광대해진 것 같습니다. 김경희: 두발에 관한 이야기에서 차츰 멀어지는 느낌인데 저는 잡지가 문화의 선도주자로서의 역할을 잘 감당해야 하며, 일본 따라잡기식이 되어선 안 되며, 우리만의 두발문화를 창조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신  솔: 김경희 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최정학: 우리만의 두발문화라는 것은 어떤 걸 말씀하시는건가요? 김경희: 문제는 현실입니다. 서경덕: 먼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두발규정에 대한 토론을 하는 절차가 선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다음에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함께 토론해서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걸쳐 규정을 개정하는 방법들을 동원하면 한결 나아질 것 같습니다. 학생회 법제화! 대통령 공약인데 아직도 안 지켜지네요.   신  솔: 그렇습니다. 그냥 형식적이 아닌 심중한 토론을 거칠 수 있는 학생회와 같은 것이 활성화 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도 체계에서도 강제식이 아닌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한 두발문화였으면 합니다. 송인옥: 예, 일단 학생들이 충분히 의견을 내놓을 기회를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도 토론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어느 정도의 선은 그을 줄 압니다.   김경희: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자꾸 반복되는데, 아이들은 자기들이 좋아서 유행시킨 머리가 일본식인지도 모른다는 거지요. 신  솔: 김경희 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서경덕: 문화적 절대주의는 좀더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타자에 대한 배려가 없기 때문입니다. 머리 모양은 이제 역사적, 문화적 차원을 벗어난 탈 역사적이고 탈문화적 측면이 강하다고 봅니다.   김경희: 제 아이에게도 하찮은 머리하나 가지고 대단한 역사의식을 논하니 좀 황당했는지 아예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만… 송인옥: 아이들이 마음의 깊이가 얕은 것도 우리가 해결해야 할 숙제이지요. 김경희: 주체성이 없다는 거죠. 자존심 말입니다. 서경덕: 중요한 것은 자기 머리에 대해 자기 통제권이 있느냐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송인옥: 맞아요. 어릴 때부터 아이들 미용실에 데려가서 너 어떻게 하고 싶니? 라고 묻기보다 엄마가 알아서 이렇게 해 주세요라고 해 왔으니까요. 일단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아이들의 선택에 한번 힘을 실어줬으면 합니다. 신  솔: 두발단속의 완화가 이루어진다면 전 충분히 학생들이 자기 통제권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두 다 그렇게 될 순 없겠지만요. 그런 부분은 정말 선생님들께서 강경책이 아닌 완화책으로 다스려 주시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경덕: 우리들은 아직도 우리가 보기에 좋은 것만을 고집하는 아집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해보아야 합니다.   김경희: 아이가 처음 중학교에 입학한 뒤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교복은 정해졌으니 걱정이 아닌데 두발이 정해진 내에서 자유이다 보니 좀 단정치 못하면 지적을 받지 않을까 걱정했지요. 우리 아이가 이상한 아이로 오해받지 않을까 해서요.   송인옥: 사실 크게 보고 멀리 보면 두발이 좀 어떻다고 그리 큰 문제가 아닌데요. 김경희: 저희 세대에선 정해진 틀이 있었잖아요. 신 솔: 그런 틀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다는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서경덕: 그렇습니다. 앙시엥 레짐이지요. 이런 이유로 학교가 가장 보수적이다는 달갑지 않은 평을 받는 것입니다. 문제는 학교 관리자들이 그조차 모른다는데 심각성이 있습니다.   김경희: 제가 곧 40대 중반에 접어드는데 20년 넘게 학교와 먼 생활을 하다 큰아이를 보내며 학교를 접하니 모든 게 생소하고 어리둥절했습니다.   신  솔: 문제는 가장 민감한 부분이 변하지 않았다는 거지요.   김경희: 그건 학교가 보수적이라서가 아니라 학부모가 보수적이라서 일거예요. 학교는 많이 변해 있는데 제가 그걸 못 따라 잡는 거예요.   서경덕: 학교, 학부모 모두 보수적이지 않을 까요?   송인옥: 양쪽 다이겠지요. 어찌 보면 학교 쪽이 더 그런 경향이 있지요.   김경희: 그럴 수도 있겠지요.   서경덕: 저는 학교가 모름지기 즐겁게 다닐 수 있는 공간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그런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두발 및 각종 규제, 검열 문화가 우선 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보수적이라는 형용사를 쓸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송인옥: 어찌보면 학교는 옛날의 권위를 잃고 싶지 않거든요.   신  솔: 동의합니다. 김경희: 저희 때 생각만 하니 적응이 안 되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최정학: 한 시간 넘게 얘기들 나누셨으니, 이제 생각들이 좀 정리되셨을 것 같아요. 한 분씩 정리하시면서, 마무리지어보도록 할까요? 신  솔: 우선 두발단속에 대한 학교의 정책에 학교자체의 의견만이 아닌 학생들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하고 반영하였으면 하고, 선생님들의 두발단속에 대한 방책도 강경함이 아닌 조금 더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방책이 되었으면 합니다.   서경덕: 학생을 인격주체와 기본권 주체로 인정하고, 대화의 권리와 소통의 장을 마련해주어 즐겁게 학창생활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주도록 우리 모두 다같이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송인옥: 저 역시 학교가 학생들이 주인 되어 즐겁게 꾸려지는 공간이 되고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규제와 통제보다는 절제와 노력으로 학생들이 꿈이 익어가는 활기 넘치는 학교, 그게 우리 모두가 바라는 모습이 아닐까요. 그러면서 아이들에게도 힘을 실어 줍니다. 지금 당장 가닥이 잡히지는 않겠지만 지켜봐줘야 하지 않을까요.   신  솔: 아!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학생을 공부하는 기계가 아닌 사회에서 자신의 꿈을 활기차게 펼 수 있는 인재로 가꿔주었으면 합니다.   김경희: 저는 자칭 보수적인 사람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것 아니면 저것이 좋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이것이 좋을 수도 저것이 좋을 수도 있으니 좋은 쪽으로 모두가 공감되는 방향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론과 현실은 다르니까요.   최정학: 오늘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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