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5 |
시민참여채널의 이상한 취지
관리자(2005-05-13 10:25:57)
시민참여채널의 이상한 취지
-서정훈 전주시민미디어센터'영시미'교육팀장
시민방송 RTV는 시민사회영역의 확대와 운동의 성과로 지난 2002년 9월 개국한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는 위성방송 퍼블릭액세스 채널(시민참여채널)이다. RTV는 창립선언문을 통해서 ‘권력과 금력에 막히지 않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며, 특권과 불의가 숨기려는 현실을 시민의 눈과 귀에 생생히 전해줄 뿐 아니라, 시민이 직접 방송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새 세상의 주권자로서 시민의 자기훈련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다’라 강조한 바 있다. 창립선언문에서 나타나듯 시민방송 RTV는 그동안 언론에 의해 외면당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담아내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비롯한 다양한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는 채널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6일 첫 방송을 시작한 <RTV-조선, 갈아만든 이슈>는 조선일보 기사를 콘텐츠로 한 시청자제작 뉴스프로그램을 표방하다고 하지만 조선일보라는 기존 제도권매체의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시민방송 RTV의 본래 취지와는 상반되는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 <RTV-조선, 갈아만든 이슈>는 조선일보와 조선일보 독자들로 구성되었다는 <광화문영상제작단>과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가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하지만 조선일보가 스튜디오와 방송기자재는 물론 필요경비까지 모두 제공하고, <광화문영상제작단>은 각종 컨텐츠를 활용하며, 프로그램 출연진이 모두 조선일보 기자들로 구성되어 있어 사실상 조선일보가 제작 주체인 구조이다.
시민방송 RTV는 ‘퍼블릭액세스’ 방송이다. 퍼블릭액세스는 공중의 방송접근권, 다시 말해 일반 시민이나 방송으로부터 소외된 계층이 방송에 직접 참여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한다는 취지에서 제기된 개념이다. 조선일보가 어떤 신문인가? 과거 친일행위에 대한 반성은 고사하고 독재자들의 권력에 기생해서 온갖 특혜를 누리고 언론권력으로까지 변질된 조선일보 아니던가. 그런 조선일보가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이라는 허울 좋은 가면으로 시민사회운동의 성과물인 퍼블릭액세스 방송인 RTV에 무임승차한다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동안 방송되어 오던 한겨레신문사의 뉴스 브리핑물인 <한겨레 인사이드 현장> 또한 제고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신문은 시민방송 RTV의 제작주체내지는 콘덴츠 제공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퍼블릭액세스에 대한 형식적 방법의 문제로서 판단하기보다는 이미 제도권 매체인 신문의 사회적 위치와 영향력은 시민의 영역에서 퍼블릭액세스를 실현하려는 시민방송 정체성과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문제제기는 단순히 조선일보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다. 퍼블릭액세스와 RTV의 정체성 그리고 편성 원칙에 대한 명확한 기준으로 시민방송 RTV의 앞으로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해서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발전을 모색하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