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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5 |
'가무악 상춘곡-온 봄의 노래'
관리자(2005-05-13 10:21:02)
2005 정읍시립국악단 특별기획공연'가무악 상춘곡-온 봄의 노래' 가무악곡으로 펼쳐낸 정극인의 삶 -삼인택 우석대 국악과 교수 4월22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2005 정읍시립국악단 특별기획공연 ‘가무악 상춘곡-온 봄의 노래’의 전주공연은 불우헌 정극인 「상춘곡」에 의한 가무악극 《온 봄의 노래》이다. 가무악 ‘상춘곡-온 봄의 노래’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었다. 출연배우와 악단 그리고 제작진을 보면 가히 전국적인 규모라 할 수 있으며, 공연일정에서도 서울, 전주, 부산 그리고 마지막 공연을 정읍으로 선택한 것을 보면 대작의 면모를 읽을 수가 있었다. 가무악 ‘상춘곡-온 봄의 노래’는 불우헌 정극인의 일대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어전광대 고룡(高龍)과 풍류기생 설매를 등장시켜 ‘봄’을 찾아 서울을 출발하여 태인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태인에 이르러 불우헌 정극인을 만나 함께 ‘봄’을 즐기는 과정을 가무악극으로 펼쳐 냈다. ‘봄’을 주제로 한 이 공연에서 우리는 주인공 고룡과 설매의 소요음영(逍遙吟詠)의 풍류를 통하여 봄과 고룡과 설매 그리고 정극인의 삶이 삼위일체로 나타나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봄은 곧 정극인이요, 고룡과 설매의 삶은 곧 정극인의 삶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불우헌 정극인의 ‘상춘곡’은 가사문학의 태두로 알려져 있다. 이런 역사적인 문학 작품을 음악공연으로 올릴 때 음악과 함께 무대에서 어떻게 나타내야 하는지가 우리 음악인과 악단이 해결하여야 할 과제인 것이다. 이 작품에서 서울을 출발한 고룡과 설매가 태인에 이르러 불우헌 정극인과 함께 노래와 춤과 음악을 보고 들으며 필자는 오늘의 공연예술 속에서 역사성과 지역성을 느끼고자 하였다. 그래서 이 공연에서는 우리가 가사(歌辭)문학을 통하여 가사(歌詞)음악을 만나는 것이 순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것은 문학의 가사(歌辭)와 음악의 가사(歌詞)를 서로 연계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불리고 있는 12가사(歌詞)의 내용이 바로 가사(歌辭)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연극적인 무대 연출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이 공연에서 한편으로 정극인의 삶을 만나고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읍시립국악단의 기획 공연이기에 정극인의 ‘상춘곡’을 음악으로 만나고 싶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창극 또는 음악극 그리고 가무악극의 출연진을 보면 관현악단, 합창단, 무용단, 연극배우 등이 출연하는 종합예술의 큰 무대이다. 그리고 제작에 이르기까지 총감독, 원작, 원안, 극본, 연출, 작곡, 각 단체의 지휘자, 안무, 무대, 미술, 의상, 조명, 음향, 분장, 소품 등 한 작품의 공연을 위하여 수많은 중요한 역할을 맡는 사람들이 있다. 대작의 공연을 위하여 이 많은 역할의 사람들이 총감독의 지휘 아래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이러한 앙상블은 일반 청중들이 생각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바로 가무악 ‘상춘곡-온 봄의 노래’에서 우리는 이러한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이 정도 제작진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공연스텝을 전북지역에서는 사실 만나기 어려운 실정인데 정읍시립국악단에서 이루어 냈다는 점에서는 한편 부럽기도 했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상춘곡」은 불우헌 정극인(1401-1481)이 성종 때 지은 작품으로 알려진 서정가사(敍情歌辭)이며, 이 작품은 불우헌의 유고집인 『불우헌집(不憂軒集)』권2 가곡(歌曲)편에 실려 전하고 있다. 가무악 『상춘곡-온 봄의 노래』의 내용을 유배가사의 입장보다는 강호가사의 입장에서 음악적으로 접근을 했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아무리 현재적 입장에서 재조명을 한다고 해도 정극인이 말하고자 하는 「상춘곡」의 본질이 청중에게 정확히 전달되도록 하여야 한다. 셋째로는 가무악『상춘곡-온 봄의 노래』는 모든 것을 음악으로 말하여야 한다. 우리가 김용옥 원작 박범훈 작곡 음악극 『천명』을 지금도 기억하고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원작의 모든 것을 음악으로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봄이 와도 봄 같지 아니하다더니 (春來不似春) 상춘곡이 나왔는데 상춘곡 같지 아니하다 (賞春來不似賞春曲). 그러나 가무악 ‘상춘곡-온 봄의 노래’의 대공연을 위하여 수고한 정읍시와 제작진, 정읍시립국악단과 미추극단, 무지카 까메리타 오페라 코러스 등 여러분들과 지역문화예술의 활성화를 위하여 온 힘을 쏟고 있는 이화동 교수의 노력에 힘껏 박수를 보낸다. 오랜만에 산뜻한  ‘온 봄의 노래’와 함께 강호한정(江湖閑情)의 안빈낙도(安貧樂道)를 즐길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상춘곡(賞春曲) 홍진(紅塵)에 묻친 분네 이 내 생애(生涯) 어떠한가 옛 사람 풍류(風流)를 미칠까 못 미칠까 천지간(天地間) 남자(男子)몸이 날만한 이 많건마는 산림(山林)에 묻혀 있어 지락(至樂)을 모르는가 수간모옥(數間茅屋)을 벽계수(碧溪水) 앞에 두고 송죽(松竹) 울울리(鬱鬱裏)에 풍월주인(風月主人) 되었구나 엊그제 겨울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도화행화(桃花杏花)는 석양리(夕陽裏)에 피어있고 녹양방초(綠楊芳草)는 세우중(細雨中)에 푸르도다 칼로 말아 낸가, 붓으로 그려 낸가 조화신공(造化神功)이 물물(物物)마다 헌사롭다 수풀에 우는 새는 춘기(春氣)를 못내 계워 소리마다 교태(嬌態)로다 물아일체(物我一體)이니 흥(興)이야 다를소냐 시비(柴扉)예 거러 보고 정자(亭子)에 앉아 보니 소요음영(逍遙吟詠)하야 산일(山日)이 적적(寂寂)한데 산중진미(山中眞味)를 알 이 없이 혼자로다 이 봐 이웃들아 산수(山水) 구경 가자스라 답청(踏靑)은 오늘하고 욕기(浴沂)는 내일(來日)하세 아침에 채산(採山)하고 나중에 조수(釣水)하세 갓 괴어 익은 술을 갈건(葛巾)으로 받아놓고 꽃나무 가지 꺽어 수 놓고 먹으리라 화풍(和風)이 건 듯 불어 녹수(綠水)를 건너오니 청향(淸香)은 잔에 지고 낙홍(落紅)은 옷에 진다 준중(樽中)이 비었거든 날다려 아뢰어라 소동(小童) 아이에게 주가(酒家)에 술을 물어 어른은 막대 짚고 아이는 술을 메고 미음완보(微吟緩步)하여 시냇가에 혼자 앉아 명사(明沙) 좋은 물에 잔 씻어 부어들고 청류(淸流)를 굽어보니 떠오느니 도화(桃花)로다 무릉(武陵)이 가깝도다 저 들이 그 곳인가 송간(松間) 세로(細路)에 두견화(杜鵑花)를 부쳐들고 봉두(峰頭)에 급히 올라 구름속에 앉아보니 천촌만락(千村萬落)이 곳곳에 벌려 있네 연하일휘(煙霞日輝)는 금수(錦繡)를 펼쳤는듯 엊그제 검은 들이 봄빛도 유여(有餘)하구나 공명(功名)도 날 꺼리고 부귀(富貴)도 날 꺼리니 청풍명월(淸風明月) 외(外)에 어떤 벗이 있으리오 단표누항(簞瓢陋巷)에 허튼 혜음 아니하니 아모타 백년행락(百年行樂)이 이만한들 어찌하리 심인택 | 1954년 충남 논산 출생. 서울대 국악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전북도립국악원과 전주시립국악단 상임지휘자를 지냈다. 전주세계소리축제 연구위원과 전주국악실내악단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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