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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5 |
애들아! 미술관에서 놀자!-미술관 속 동물원
관리자(2005-05-12 19:57:41)
얘들아! 미술관에서 놀자!   전북도립미술관 기획전 ‘미술관 속 동물원’ 얘들아! 미술관에 모여라! 왁자지껄한 소리와 더불어 미술관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미술관 속에 동물원이 생겼다는 것이다. 전북도립미술관을 가득 메운 아이들은 가정의 달을 맞아 기획된 <미술관 속 동물원전(展)>에서 마음을 사로잡혀 버렸다. 심홍재 씨가 관람 온 아이들과 함께 퍼포먼스를 시작하는 것을 문을 연 전시장은 발걸음을 옮기는 곳곳마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흥미로운 작품들로 인해 아이들 뿐 아니라 함께 온 어른들까지 오후 한 때를 즐거워한다. 오프닝에 참여한 구이초등학교 학생들이 해맑은 웃음 속에 저마다 “신기해요” “재미있어요” “특이해요”를 외치며 관람하는 모습이 어느 때보다 더 자유로워 보인다. 흔히 사람들은 전시장에 간다고 하면 왠지 조용하고 진지하게 감상해야 하며 액자에 끼워진 그림이 벽에 걸려있을 것이라는 고정 관념을 가지고 있어서 미술관에 가려면 잘 차려입고 나서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은 전시장이 하나의 놀이터가 되고 쉽게 그 속에서 즐길 수도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을 것이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입구에 놓인 움직이는 커다란 로봇과 물고기가 무섭게 노려본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임옥상 씨가 내놓은 각종 주방용품들을 모은 <만능요리박사> 로봇이고, 스푼과 포크, 나이프로 만들어진 물고기였다. 또 고보연 씨는 손바닥만한 인형들이 자유로운 율동을 하는 듯 방안 가득 천장에 매달려 춤을 추게 하고 바닥에는 쿠션처럼 커다란 사람형상을 만들어놓아 작품 속에서 자유롭게 놀며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일순 씨가 선택한 재료는 트라이앵글. 키 높이만큼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트라이앵글은 어른들의 마음을 동심으로 돌려놓기에 충분했고 아이들은 맑게 울리는 소리 속에 흠뻑 빠져 소리와 설치 미술의 관계를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을 가졌다. 그 밖에도 음식이 형상화되어 아이들 장난감이 되기도 하고, 동화세상이 미술관으로 나온 듯 만화 캐릭터들이 친구가 되었다. 주변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 작품이라 전시되니 아이들은 그저 신기하기만 한 모양이다. 서희화 씨는 버려진 장난감이나 재활용품이 멋지게 작품이 되어 명화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환상에 사로잡히게 만드는가 하면, 최정연 씨도 버려진 기계들을 모아 동물농장을 선보였다. 그리고 김진송 씨가 만든 목각인형은 동화 세계로의 안내자였다. 아이와 함께 전시장을 찾은 부모들은 한결같이 이런 기회가 별로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렇게 재미있는걸 보게 되어서 아이도 무척 즐거워하고 재미있다는 말을 한다. 그 말은 그동안 아이들을 위한 전시가 별로 없었으며, 대부분의 전시가 어른들의 눈으로 만들어진 예술작품들에 치중되었음을 반성해야할 필요가 있음을 느끼게 한다.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개발시키고자 하는 의도로 시도했다는 기획 취지에 비추어 볼 때, 틀에 박힌 교육으로 인해 아이들의 감성이 얼마나 메말라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유년기의 교육이 성인이 되었을 때의 감성도 좌우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우리의 아이들의 풍부한 감성을 위해 다 함께 노력해야할 것 같다.   아이들은 전시된 작품들 속에 푹 빠져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것저것 둘러보고, 들어가고, 만져보는 등 여전히 신난 모습이다. 그동안 어른들의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에 쫓겨 갈증을 느끼던 것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된 모양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체험하며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작품은 한정되어 눈으로만 감상해야하는 부분이 아직도 많아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느낌도 든다. 아이들의 강한 호기심 때문에 작품이 훼손될 수도 있지만 조금 더 배려하고 예방조처를 취해 더 많은 부분을 허용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아이들의 풍부한 감성을 자극하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면 작가들은 조금 더 열린 생각으로 아이들 앞에 가깝게 다가서야  할 것이다. 이 전시는 5월 29일까지 계속되며 전시기간 동안 매주 토, 일요일에 ‘어린왕자’ 공연이 열리고 주말미술체험활동도 가지게 된다고 한다. | 구혜경 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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