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5 |
사진에 대한 학습(서신갤러리초대"뷰 포인트전")
관리자(2005-05-12 19:53:24)
사진이 가지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사진 전문 작가는 자유로운 표현에 대한 흔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일반인은 흔히 생활의 기록이라고 믿는다.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사진을 즐겨 찍는 이들도 없다. 디지털 카메라와 함께 핸드폰 카메라가 널리 보급되면서 손쉽게 눌러대는 사진은 우리들 삶의 부분이 되어버렸고 나름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디지털 사진은 예전과 다르게 찍는 순간 확인할 수 있고 저장 용량만 허락한다면 마음껏 찍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사진을 생활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여건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현대의 신문화 풍조 속에서도 사진작가들은 여전히 커다란 카메라를 둘러메고 손수 인화를 하며 그들만의 언어를 탐색한다. 이것을 고집하는 이유는 사진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사진에 대한 의미부여에 해당하기 때문이며, 분명히 디지털 방식이 잡아내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뷰 포인트 전은 예술사진에 대한 일반적인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흑백 다큐멘터리적인 사진만을 주로 연상하던 우리에게 칼라 사진들은 사물에 대한 의미 외에 색으로서의 의미를 하나 더 보여주고 있다. 전시에 참여하는 이들 여섯 명의 작가는 모두 풍경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 풍경들은 다시 생명이 돋아나는 메마른 벌판, 자연을 훼손하며 개발하는 장면, 또 공장의 물탱크, 채석장, 그리고 도심의 빌딩 숲 등이다. 작가의 시선으로 걸러진 풍경들은 아우성을 치듯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한다.
전시 첫날 마련된 토론회에서도 이들 작가들은 풍경 사진들이 가지는 역사성과 의미성을 말하며 관객과 함께 소통하고자 하였다. 토론회는 각각의 작가들이 사진역사의 흐름 안에서 풍경사진의 역사를 유형별로 발표하고 자신의 작품과의 연계성도 함께 설명하는 자리여서 사진사의 맥을 더듬을 수 있는 학습의 현장이었다. 이 전시를 기획하면서 신은경 씨는 이들 작가의 공통된 관심사가 풍경이었고, 이들 작가들에게서 풍경사진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는 코드를 발견하여 준비를 시작했다고 한다. 또 전시 입구에서부터 그 흐름을 짚을 수 있게 차경희 씨의 <다시 살아나다>를 시작으로 전영석 씨의 채석장, 김혜원 씨의 자연 속 인공시설물, 편승현 씨의 스키장과 농구장, 지성배 씨의 공장 탱크, 마지막으로 권순관 씨의 도심 풍경을 의도적으로 배치하여 전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올 때는 풍경사진의 흐름을 대략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전시 참여 작가들과 함께 한 토론회장에서 지성배 씨는 발표를 통해 미국적 환경 내에서 풍경사진의 흐름이 시기별로 달라지듯이 국내에서도 시기별로 자연에서 사회풍경으로 넘어오는 1950, 60년 풍의 분위기와 1970년대에 유행한 도시개발에 대한 환경주의적인 사진, 그 이후 대중문화의 확장에 의한 일상적인 삶과 도심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보이는 등 미국적 사진의 영향이 많이 존재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작가들은 사진사의 흐름 안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일부 코드를 찾아낼 뿐이지 그것들을 전면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단언하고 나섰다. 이렇듯 사진사와 작품 사이의 관계를 두고 토론회장은 뜨거운 열기를 뿜었다. 이날 토론회 자리에 참석한 이들은 기획자와 참여 작가들이 동문에서 동료와 선후배, 그리고 지도교수까지 동석한 경우였다. 그러나 동문이기 이전에 개별 작가의 입장으로 참여하고 냉정하게 비판하는 열띤 토론의 자리는 오랜만에 보는 것이었다.
이 전시를 통해서 풍경 사진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준비된 자료를 꼼꼼히 읽고 기획자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한 뒤 전시장에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환경을 고발하는 단순한 풍경만 등장하는 재미없는 사진전으로 보일 것이다. 구석구석 존재하는 작가의 내면을 찾아보는 재미를 보지 못한다면 말이다.
| 구혜경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