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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5 |
얼큰하고 시원한 쏘가리탕
관리자(2005-05-12 19:01:55)
먼저 쏘라기에 얽혀 드는 이야기 한 토막, - 1992년 2월 ‘남북고위회담’에 참석한 남측대표단과 김일성주석과의 오찬장에서의 이야기다. 당시의 신문기사에서 옮겨본다. 남측대표는 정원식 총리였다. ▷ 김주석 - (쏘라기회를 가르키며) 이건 외국손님에게 주로 대접하는 쏘가리회지요. 남쪽에도 있나요. 얼핏 한강상류에 있다고 들었는데. 자 외교형식을 버리고 한식구처럼 화목화게 식사합시다. ▷ 정총리 -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쏘가리는 어디서 나온건가요. ▷ 김주석 - 북한강에서 잡히고, 대동강 청천강에도 있는데, 일본에는 없다더군. ▷ 김종휘(청와대외교안보수석) - 남에서는 쏘가리를 매운탕으로 많이 끓입니다. ▷ 김주석 - 매운탕? 그럼 남쪽에도 있단 얘기군. 나는 평양에 가본 일이 없다. 그러나 쏘가리회를 먹어본 일은 있다. 바로 무주의 한 음식에서였다. 그러니까, 저 신문기사 보다도 1년 앞선 일이었다. 당시 한국전력공사 이승범(李承範) 전북지사장이 마련한 점식식탁에서 난생 처음 쏘가리회를 맛본 바 있다. 엷고 뽀얗게 회 떠놓은 쏘가리 맛은 과연 뛰어난 맛이었다. 이 뛰어난 맛을 아무데서나 회로 즐기기는 어렵다. 쏘가리는 성질이 급하여 물에서 잡아내면 곧 회를 떠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여, 쏘가리는 쏘가리곰국이나 쏘가리탕으로 조리하여 먹기 마련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구이나 저냐·지짐이로 하여 먹기도 하고, 특히 그 창자젓갈은 별미라고도 한다. 그러나 즐겨본 바는 없다. 쏘가리는 우리나라 서남해에 흘러드는 하천의 중·상류에 분포한다거니와 우리의 선인들도 예로부터 즐겨온 민물고기의 하나였던 것 같다. 한자어로는 그 모양과 맛으로하여 여러 가지로 불리웠다. 소가리(所加里)·궐어(   魚)·금린어(錦鱗魚)·금문어(錦文魚)·금포어(錦袍魚)·수돈(水豚)·궐돈(     豚) 등등. 쏘가리는 먹어서 몸에 이롭다고도 했다. ‘보허약 익비위’(補虛弱 益脾胃), 곧 허약한 몸을 보해 주고 비장과 위장을 튼튼히 하여준다는 것이다. 선인들의 시가에 등장하는 쏘가리도 볼 수 있다. 15세기 맹사성(孟思誠)은 ‘탁료계변(濁   溪邊)에 금린어 안주로다’고 하여, 막걸리 마시며 노는 물놀이에 쏘가리 안주를 들었다. 18세기 신광수(申光洙)는 쏘가리와 상추를 들어 야인의 봄입맛을 자랑하였다. 서울의 한 친구에게 보낸 시에 드러나 있다. - ‘봄물 불어난 내포엔 쏘가리가 살지고 / 비 갠 남산에는 상추가 연하다네 / 그대 서울에 있어 어찌 이 맛 알겠는가 / 들사람 생리에는 시절 넉넉한 이 맛을 즐긴다네’ 〔水生內浦肥銀      雨歇南山軟紫      君在洛陽那解味 野人生理樂時豊〕. 쏘가리의 맛은 복사꽃 필 무렵이 제철이다. 4월초의 주말이었다. 성택수·김승배 두 분 전직 교장과 진안군 동향면 양지마을의 ‘어필각’(御筆閣)을 찾아보고 돌아오는 길, 제철의 쏘가리탕을 즐길 수 있었다. 민물고기의 탕이 전문이라는 식당 「부뚜막」(진안군 안천면 신괴리, 전화 432-3548)에서였다. 「용담댐」과 「죽도」를 끼고 있어 쏘가리를 대어 쓰는데엔 어려움이 없다는 주인(이석구)의 이야기였다. 쏘가리탕(中)의 값은 5만원. 세 사람이 아닌 네 사람으로도 포식할만한 양이었다. 쏘가리탕은 얼큰한 국물 맛이 외려 시원하고, 뼈가시를 가려내며 먹는 살맛에선 비계 없는 돼지고기 맛이 돋았다. 그래, 쏘가리의 한자명에 돼지돈(豚)자를 아울러 ‘수돈’(水豚)·‘궐돈’(     豚)이라고 일컬어 왔던 것인가. 「부뚜막」의 앞뜰엔 홍매 한 그루가 꽃봉들을 다투어 벙글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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