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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4 |
보다 실제적인 연구 이뤄지길
관리자(2005-04-08 17:17:41)
전라북도의 농악, 민요, 만가를 조사 정리한 『전통문화예술의 정리: 전라북도 농악·민요·만가』를 받아보았다. 전라북도에서 두 번째로 발간한 전통문화예술 연구보고서이다. 첫 장을 넘겨보니 전라북도 지사의 발간사가 보였고, 이어서는 연구책임자의 조사 작업에 대한 의의, 작업진행 경위, 자료정리 방법, 사업결과, 후속대책 등의 내용이 보였다. 목차는 자치단체별 자연/인문 환경 개관, 지역별/굿패별 전승 상황 및 공연 내용에 대한 설명과 함께 다양한 내용을 담으려는 조사연구원들의 노력한 흔적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런 노력과 고민의 흔적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통문화예술 정리 사업에 보강하고 지양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다양한 전통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이번 보고서에 대한 짧은 의견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농악은 농경사회를 중심으로 전승되어온 문화유산이다. 기존의 농악연구는 농경문화를 중심으로 한 마을굿에 대한 연구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변해가는 농악의 연행방식의 변화에 대한 연구가 있다. 전북의 농악에 대한 기존의 연구과정에서 마을굿에 대한 연구는 많이 축적되어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연행방식의 변화로 인한 연희농악의 변용에 관한 연구는 미비한 실정이다. 이 보고서를 보면서 아쉬웠던 점은 그러한 노력의 흔적들이 보이지 않고 조사연구원들의 개인적 호감에 따라 조사연구가 이루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첫째, 전라북도의 농악연구가 이제는 조사보고서 차원의 자료 정리가 아닌 실제적인 작업으로 이루어졌으면 한다. 실제적인 작업이라 함은 연희자 중심의 농악 연구이다. 농악은 전통예술의 한 장르이고 그 기예를 연마한 많은 명인들이 생존해 있다. 명인들의 세대가 가기 전에 연희농악에 대한 연구를 축적해야한다. 다시 말하거니와 농악의 기원과 각 지역의 마을굿 연구는 많은 부분이 이루어져있으나 연희농악에 대한 연구는 미비하다. 연희농악을 연구해야 하는 이유는 현재 농악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연희농악임에도 불구하고 농악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70년대 말부터 80년대까지 상당히 이념적인 경향으로 흐르면서 관념화된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경향은 공동체적 신명론이나 삶과 연계된 행위 등을 중시하며 정치적 색채를 보여 왔다. 그렇지만 연희자 중심에서 보면 그들의 행위 또한 삶의 일부이기에 정당한 평가가 필요한 것이다. 전북농악은 지방 및 중앙 무형문화재 지정을 통하여 보존되어 왔다. 김제, 정읍, 부안의 우도농악과 남원, 진안의 좌도농악이 전라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고, 익산의 우도농악과 좌도농악의 임실 필봉굿이 중앙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이러한 과정에 이르기까지는 남성 위주의 마을굿에서 기량이 숙달된 남성명인들로부터 농악을 전수받아 연희형태를 체계화시켜 지금의 농악을 보존해낸 여성농악단이 있었다. 80년대 사물놀이가 태동하여 변용되는 것도 충청도의 남사당과 호남의 전문화된 여성농악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리라 짐작된다. 전북의 농악은 그들로부터 현재의 연희 형태가 보존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50년대 말부터 시작하여 사라지기까지 그들의 중심적인 활동근거지가 전라북도였던 만큼 체계적인 조사와 더불어 그들이 민간에게 끼친 영향까지 두루 조사해야할 시점이다. 그래서 그들이 보존해온 연희방식, 장단, 개인놀이 등의 무보와 장단보, 연희보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조사하여야 한다. 둘째, 기왕의 논의들로 보자면 내용의 순서 또한 체계적이지 못하다. 전라북도의 자치단체별로 나열할 것이 아니라 좌우도 굿을 중심으로 좌도지역과 우도지역, 그리고 굿이 혼합되어 있는 지역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면 일반 독자들이 쉽게 내용을 찾아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과 지면의 부족으로 간략하게 사업이 진행되었다면 개선해야 할 점이다. 셋째는, 지역전문가라고 하는 전문 조사연구원들의 개인적 호감도에 따라 균형적인 내용의 틀을 잡지 못하고 조사연구가 이루어진 것처럼 보인다. 지면을 보면 알겠지만 조사연구원으로 참가한 사람들이 속한 자치단체의 농악은 다른 지역보다 상세하게 기술 보고되었다. 다른 지역의 자료가 일천해서 그랬다면 이것은 조사연구를 보강해야 할 것이고, 내용은 많은데 지면이 부족했다면 다시 한 번 개선해야 할 점이다. 그리고 위에서 거론한 바와 같이 여성농악의 명인들이 보유자로 지정된 부안농악과 정읍농악의 경우 제대로 조사 연구되지 않고 단순히 지역의 현황 나열만으로 조사를 대신하고 있다. 학문적인 연구와 현장 활동에 대한 연구를 병행하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알만한 사실이다. 전라북도에서 농악에 대한 현황조사와 연구는 그 기반을 갖추어졌다고 본다. 지금부터라도 농악에 대한 연구에서 연희자 중심으로 연희형태의 무보, 진법, 음악적 형태의 구음법, 타법 등을 연구하고 기록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라북도에서 지정하고 있는 보유자 및 중앙 무형문화재의 보유자들의 장단과 타법, 연희보와 무보를 만들어도 상당한 연구 축적물이 될 수 있다. 전라북도의 전통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나름대로 적은 글이니 거슬리는 표현이 있더라도 양해하시기를 빈다. 조상훈 | 전북대학교 한국음악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타악연주단 '동남풍' 대표와 전북대학교 한국음악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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