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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4 |
전주한지 살리기
관리자(2005-04-08 17:13:22)
한지가 우리생활의 필수품일 때, 전주한지는 최고의 종이로 명성을 누렸다. 하지만 생활양식이 바뀌면서 한지의 쓰임새는 축소되었고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전주한지도 근근이 맥을 이어올 뿐, 점차 그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최근 사라져가던 한지가 새로운 기능성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한지를 이용한 의복은 물론이고 오토바이 헬멧, 반도체 및 자동차 에어백, 우주선 보호장비와 종이로봇까지 개발되고 있다.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산업화의 가능성을 검토하는 가운데 한지가 다시 한번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산업화한 문화상품으로써 한지의 수요를 창출하는 일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민족의 소중한 문화자산이며 전주를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써 한지를 발전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할 때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음이 고무적이다. 지난 3월 16일 전주정보영상진흥원에서 열린 제 27회 마당수요포럼은 ‘전주한지 살리기’를 주제로 천년전주사랑모임 김영배 상임이사, 전북발전연구원 이승형 박사, 전주한옥생활체험관 김병수 관장, 전주대 닥무지사업단 임상완 전임연구원, 얼마 전 한지 발 만드는 기술로 기능보유자 지정을 받은 유배근 씨, 한국니트산업연구원의 김현철 연구원 등 다양한 한지관련 패널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포럼의 발제는 유진명 한지테크 대표가, 사회는 윤승희 전주문화방송 아나운서가 맡았다.   참가자들은 전주한지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론을 제시하며 치열한 갑론을박을 벌였다. ※ 수요창출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때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문화가 산업이 되면서 사라져가던 전주한지가 소중한 문화자산일 뿐만 아니라 문화상품의 가능성도 가지고 있음이 확인되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미 박제가 되어버린 한지의 수요를 다시 창출하고 한때 최고의 종이로 인정받던 전주한지의 옛 명성을 찾아오는 일은 언뜻 보기에 막막하다. 지난 3월 16일 열린 마당 수요포럼은 ‘전주한지 살리기’를 주제로, 한지의 수요를 창출하고 전주한지를 다시 살리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먼저 발언을 시작한 것은 천년전주사랑모임 김영배 상임이사였다. 그는 “산업화 과정에서 한지가 많이 사라졌다. 지금 이 자리는 한지를 다시 살려보려고 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자리다”며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한지에 대한 수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 발제에서는 한지의 수요창출에 대한 내용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발제자로 나섰던 유진명 한지테크 대표는 “한지시장은 생각보다 크다. 전주한지라고 하면 보통 화선지를 일컫는데, 특히 우리나라 서예 인구는 꽤 많은 편이다. 문제는 중국산이 들어오면서 전주한지의 텃밭이 상당부분 잠식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지역 한지생산업체들이 유통망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며, “중간유통업체들은 한지의 양과 질을 결정할 만큼 그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중국산 한지가 이윤을 많이 남기는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유통업체들이 전주한지를 외면한다. 더욱이 중간유통망을 거치면서 폭등하는 한지 가격도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지의 수요창출은 기본적으로 업체가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수요창출을 위하여 다양한 한지들을 생산하고 실험해 봐야 하는데, 우리지역 한지생산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한 상태여서 이런 것들이 불가능한 상태다. 일단은 유통구조 등의 혁신을 통해 한지생산업체들이 최소한의 경제적 안정을 갖추도록 한 다음에 다양한 수요창출을 위한 실험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주대학교 닥무지사업단의 임상완 전임연구원은 양질의 원자재 공급을 강조했다. 그는 “닥나무는 한지산업의 가장 기본적인 원자재다. 닥나무의 수량이 많고 품종이 좋으면, 당연히 최종 결과물인 한지의 품질이 좋아진다. 실제로 한지의 품질은 제조과정의 차이보다 닥나무의 품질 차이에서 나는 것이 훨씬 크다. 닥나무 재배가 제대로 기반을 잡아줘야 한지산업이 살 수 있다. 여기에 따른 여러 가지 여건이나 파급효과들도 기대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양지분야를 보면 펄프생산과 종이생산으로 양분되어 있다. 한솔제지 같은 경우 종이를 생산하지 펄프를 생산하지는 않는다. 양지는 각 특성에 맞게 영역이 구분되어 있어,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지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제조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한 공장에서 생산의 전 공정이 이루어진다. 더군다나 종이를 만드는 사람은 어떻게 하면 좋은 종이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전념해야 하는데, 한지를 만드는 사람은 닥나무 수매부터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우리나라 한지산업이 낙후된 이유 중 하나는 원자재에 그 문제가 있다. 때문에 전주대를 비롯해 여러 업체들이 참여해 올해 4월 진안 마령에 닥나무 12만주를 심을 계획이다. 이번 식자재 사업이 완성되면, 한지의 품질은 물론이고 수익률도 정말 좋아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익산에 있는 한국니트산업연구원의 김현철 연구원은 한지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는 “전주나 익산 쪽에 섬유업체들이 굉장히 많은데, 시류변화에 맞는 적정한 소재를 찾지 못하고 중국 등으로 많이 이동하고 있다. 한지를 이용한 섬유를 만들면 웰빙시대에 딱 맞는 소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현재 한지를 이용한 원사까지 개발한 상태다”며, “우리가 목표로 삼고 있는 것에 한지 섬유를 이용한 수의나 남성용 셔츠, 속옷 등이 있고, 한지 벽지 등의 인테리어 분야나, 자동차 내장재 등도 생각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한지의 기능성을 꾸준히 만들어 확장한다면, 한국의 한지가 아니라 세계의 한지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북발전연구원 이승형 박사는 “수록지는 전주가 자랑하는 전통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관심이 많을 것 같지만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 등은 없는 것 같다”며, “한지의 존립가능성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면 한지를 이용한 문화산업이라던가 관광산업 등의 가능성도 없을 것이다. 일단은 산업적 측면에서의 안정성 확보가 필요하다. 유통의 문제는 생산자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문제이기도 하다.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유통자라는 각각의 그룹들이 전주한지를 얼마나 정확하게 인식하고 사용해야 할 것인가가 초점이다. 실제로 일본의 화지와 중국의 선지, 한국의 한지 등은 정말 구분하기 힘들다. 중국의 화지를 한지라고 속여 팔아도 알 수 있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 때문에 유통업자들이 전주한지를 살리려는 인식을 갖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진명 대표는 “예전의 한지거래는 생산자과 화방 등의 직거래 유통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중국산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이 직거래 시스템이 무너져버렸다. 1990년대에 환경기준이 강화되면서 한지제조업체들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중국산 한지의 범람으로 인해 중간유통업체들이 많아지면서 그 전에는 생산자가 갖고 있던 유통량이나 가격 형성 권한들이 중간유통업자들에게 넘어가 버린 것이다. 한지 가격은 10년 동안 제자리를 유지하고, 중국산은 범람하고, 한지제조업체들은 저가의 원료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고 있다”며, “전주를 중심으로 신개념의 유통망을 갖춰야 한다. 전주시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 서울 인사동에 전주한지를 진열하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나 직거래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강암서예관이나 서예비엔날레 등과 연계해서 직거래를 한다면, 한지생산자들은 한지를 팔아서 좋고, 소비자들은 싼값에 한지를 살 수 있어서 서로 좋을 것이다. 작은 부분부터 조금씩 노력한다며, 유통부분에 대한 혁신은 분명히 이뤄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현재 한지는 원산지를 알기 힘든 상태다. 전주한지라면 그에 걸맞은 품격있는 포장과 생산자 표시 등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노력들이 이뤄진다면, 당연히 소비자들도 신뢰하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옥생활체험관 김병수 관장은 한지시장의 저변을 확대해 나가기 위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을 주문했다. 그는 “오늘 이 자리에 와서 들어보니까, 한지의 쓰임새가 정말 다양하고 많은 것 같다. 조례 등을 통해 산업현장이나 실내장식에 한지가 쓰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전주 자체가 갖고 있는 이미지를 이용해 한지가로등 같은 것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일상 속에서 실제로 쓰이는 갖가지 한지를 봄으로써, 시민들이 한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지업체들이 워낙 영세하다보니까 제품개발이나 홍보 등은 염두에 두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서울에서는 거의 일년 내내 산업엑스포 등이 열리는데, 전주시가 이런 엑스포와 연계해 전주한지의 우수성이나 한지의 가능성을 홍보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한지 관련 업체들간의 교류도 중요하다. 각각의 업체들이 한지를 생산하면서 쌓아가고 있는 연구 성과나 정보들이 교류 되어야 하는데, 현재는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공공 펀드 등을 활용한 중간매개자를 만들어 한지 관련 기관이나 업체들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철 연구원도 “전주시나 전라북도에서 클러스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6개월 혹은 1년 전에 네트워크나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상태에서 사업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지금은 불과 보름이나 한 달 전에 급조하고 있는 형편이다. 일이 제대로 되기 힘든 현실이다. 항시적인 연구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 준비된 상태에서 프로젝트 같은 것이 떨어지면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날 포럼에 참가한 참가자들은 한지산업이 현재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함께 전주한지를 살려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 공감했다. 전주한지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제언들도 쏟아져 나왔다. 한지 관련 기관이나 제조업체들이 어떻게 이를 실천해 나가는가를 함께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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