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4 |
장점을 살려라
관리자(2005-04-08 17:10:20)
한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조산아로 태어나 출생 직후 인큐베이터에 들어갔으나 산소 과다공급으로 실명을 하고 말았다. 주위 사람들은 가난하고, 흑인이며, 눈이 보이지 않는, 약점투성이 소년이 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주전자 손잡이를 만드는 일 정도라고 말했다. 소년은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용기가 꺾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업 중에 교실에 쥐가 한 마리 나타났는데 순식간에 어딘가로 숨어버렸다. 그 때 선생님이 그 소년에게 쥐가 어디에 있는지 맞혀보라고 했다. 선생님은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청력이 유난히 예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반 아이들이 숨을 죽인 가운데 소년은 한참 귀를 기울였다. 쥐 소리는 교실 구석의 벽장에서 새어나오고 있었다. 소년이 선생님에게 그 사실을 알려줘 쥐를 잡을 수 있었다.
수업이 끝나자 선생님은 소년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넌 우리 반의 어떤 아이도 갖지 못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 바로 너의 특별한 귀란다.”
선생님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소년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음악을 좋아하는 소년은 여러 악기의 소리를 들으며 그 음을 정확하게 연주해 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약점이 있었지만 탁월한 청력이라는 장점을 알아낸 뒤로 그는 한번 들은 소리는 잊지 않았던 것이다.
그 소년이 바로 1963년 열두 살 때 첫 레코드를 낸 스티비 원더이다. 그는 피아노, 오르간, 하모니카, 드럼 등에 모두 뛰어난 연주자이며 독창적인 창법으로 노래하는 가수이자 작곡가이다. 많은 음악가에게 영감을 주었으며 현재 활동 중인 음악가 가운데 가장 창조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좋은 생각 중에서>
‘내가 교사가 된 후 위의 이야기처럼 아이에게 다정하게 대했던 경험이 있었나?’하고 생각해보았다. 지금까지 만난 소중한 인연들 (우리 반 친구들) 중에는 나에게 서슴없이 다가오는 아이들부터 하루 종일 한마디의 대화도 없이 집으로 돌아가 버리는 아이들, 내가 하는 말 한마디에 열 마디 대꾸를 하는 아이들까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나에겐 소심하면서도 글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던 아이와의 일기장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내가 그리 대단하거나 그 아이가 특별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아이와의 일기장 대화 때문에 학교생활이 즐거웠고 하루하루가 기다려지기까지 하였다. 그 아이는 지금 중학교 1학년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지금은 새 출발을 하고 있는 남학생으로서, 모든 영역에 욕심이 많지만 자신의 감정을 말로서는 표현하지 못하고 자신감이 조금은 부족한 아이다. 그 아이와의 인연은 아이가 5학년 때 담임을 맡으면서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표현에 소심한 그 아이는 일기장을 통해 나에게 조금씩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학교생활에 관한 것, 친구들에 대한 소식, 그리고 고민, 나를 향한 마음 (나를 좋아해주었나?) 등을 일기장 편지에 표현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소중한 글에 대한 나의 솔직한 느낌을 알려주는 것이 그에 대한 보답이라 여기고 성의껏 답글을 써 주었다. 그게 그 아이에게는 큰 힘이 되었나보다. 그 아이의 표정은 더욱 밝아지고 수업시간에도 발표 횟수가 늘어나고 있었다. 그 아이의 엄마가 나에게 “선생님, 저 아들 잃었어요. 선생님한테…. 예전에는 안 그러더니 이젠 일기장은 건드리지도 못하게 하네요!” 라는 말씀을 할 정도로 아이는 일기장을 소중하게 간직해 주었다. “그래요? 왜 그럴까?” 하면서도 나의 기분이 왜 그리 좋았던지. 뭔가 비밀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 아이와 나에게 힘이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그 아이의 일기장이 그립다. 나뿐만 아니라 그 아이도 일기장을 받는 즉시 살짝 들춰보았으니 일기장에 적혀오는 나의 답글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언젠가 그 아이가 일기장에 “선생님! 2년 동안 즐거웠어요. 졸업을 하게 되면 일기장을 통해서 대화하지 못 하니까 편지를 꼭 보낼게요. 약속이에요.”하는 것 이었다. 그 순간 난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힘이 솟았다. 행복했다.
지금 그 아이는 글 쓰는 활동을 많이 좋아한다. 각종 기관에서 주최하는 글짓기 대회에 참가할 정도로 적극적인 태도로 가지게 되었다. “○○야! 중학교에 가더라도 글짓기 대회가 있으면 꼭 참석해! 선생님도 후배들 데리고 참석할 테니까 그 곳에서 꼭 만나자!”라고 했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나와 그 학생과의 약속은 꼭 지켜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노력을 할 것이다.
이런 나의 경험이 스티비 원더의 이야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억지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난 그 아이와 일기장 대화를 통해서 그 아이의 장점, 글로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방법을 더욱 키워줄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아이가 예전보다 활발해지고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게 된 사실이 큰 소득이었다고 생각한다. 나와 그 아이와의 소중한 인연은 앞으로 일기장이 아닌 편지를 통해 계속 될 거라고 믿는다. 그 사실만으로도 나는 정말 행복한 교사인 것 같다. 나를 믿고 따라주는 아이가 있다는 것이……
2004년에 만난 우리 반 아이들! 일기장 대화의 주인공을 포함하여 우리 반 친구들은 하나같이 순수하고 착하고, 누군가 우울해하고 있을 때 가만히 안아줄 수 있는 그런 마음을 가졌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기 보다는 주위의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따뜻한 아이들이 있었기에 나에게 2004년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내가 마음의 문을 열고 대할 때 아이들도 나에게 벽을 허물고 다가오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앞으로의 교육생활에서도 개개인의 장점을 살려서 아이들이 발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아이들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할 수 있기 위해서 나의 열정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먼저 생각한 교육을 해야겠다. 나는 아이들을 사랑한다. 그 사랑만이 교직생활을 행복하게 하는 원천이 될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감싸줄 때 아이들도 나를 다정한 눈길로 바라보는 그 날을 위하여…….
전미옥 | 1978년 진안에서 태어났다. 2001년 전주교대를 졸업하고, 현재 정읍북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