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4 |
지역독립영화의 가능성 확인하다
관리자(2005-04-08 16:57:02)
‘완전+반전’을 슬로건으로 3월 22일 막을 올렸던 전주시민영화제가 지난 3월 26일 6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전주시민영화제는 전국 최초로 일반 시민들의 손에 의해 꾸려지는 순수 민간영화제. 영화를 단순히 소비하던 관객들을 영화 생산자로 변모시키고 이들에게 상영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지난 2001년 전주독립영화협회의 출범과 함께 시작했다.
5회째를 맞이하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컨셉은 ‘완전+반전’이었다. ‘완성된 형태의 지역영화제로서 성격을 확고히 하고, 기존의 주류적 상업영화에 의해 왜곡된 일방향적 영상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넣는다는 의미’란다. ‘안정화’의 단계로 자리잡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 사무국의 운영체제를 비롯해 운영방향에도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그동안 조직위원회체제로 운영되어 왔던 사무국을 다섯 명의 집행위원회 체제로 바꿨고, 두 명의 프로그램 코디네이터가 함께 참여해 프로그래머 진용도 확대했다. 기획에 있어서는 영화제의 컨셉에 맞는 다양한 이벤트 준비와 노인문화관련 시설을 직접 찾아가 상영한 ‘희노애락 구애전’, 후불제 개념을 도입한 ‘완전+반전!’ 등의 신설을 통해 영화제에 대한 문턱을 낮추려고 노력했다.
올해 6일 동안 영화제를 찾은 관객은 찾아가는 영화관의 형태로 치러졌던 ‘희노애락 구애전’관객까지 합해 2138명. 총 2600여명의 관객이 찾았던 지난해보다는 다소 줄어든 수치다.
이미경 사무국장은 “지난해에는 ‘송환’과 같은 이슈화된 작품이 있었던데 반해, 올해에는 그렇질 못해 관객수는 조금 줄어든 것 같다. 하지만 모든 섹션에 관객들이 골고루 찾아주었고, 특히 독립영화 중에서도 독립영화적인 성격이 강한 작품들을 모아놓은 ‘완전+반전’섹션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다”며 “독립영화의 지평을 넓힌다는 의미에서는 긍정적인 영화제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경쟁부문인 ‘온고을 섹션’에는 총 20여 편이 예심을 통과해 본심에서 경합을 벌였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온고을 섹션’ 심사를 맡은 조영각(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심사위원은 “지역의 독립영화들을 묶어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이 자리는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며, “작년에 비해 실력이 월등히 향상되었다. 지역 독립영화의 가능성을 본 것 같아 기쁘다. 반면, 독립영화의 정신을 살리지 못하고 기존 영화들의 형식을 답습하려고 하는 경향이 여전히 안타깝다”고 올해 출품된 작품들의 경향을 설명했다.
각 장르의 편중 현상도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올해 영화제에는 우리지역의 현황을 담은 다큐멘터리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부문의 출품작이 적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올해 본선 대상은 함경록 연출의 ‘가수 요제피나-혹은 쥐의 일족’이 차지했고, 프론티어상은 장미경 연출의 ‘홍시’와 손철승 연출의 ‘파괴자들’, 김문흠 연출의 ‘Help me’가 수상했다.
//인터뷰 대상 JCFF Spirit 수상한 함경록씨
“집단무의식 얘기하고 싶었다”
“가장 애착이 많이 가는 영화다. 영화를 통해 내 주장을 설득시키고 싶었는데, 그냥 있는 그대로를 나열해 관객들이 ‘관찰’하는 영화가 돼버렸다. 단점이 많은 영화라 상을 받게 되어 놀랐다.”
함경록(롤링프로덕션 대표)씨의 ‘가수 요제피나-쥐 혹은 그의 일족’이 2005전주시민영화제 본선 대상을 수상했다.
“대선 전에, 박정희라는 세대를 거친 노인들의 맹목을 보고 놀랐다. 이때 받은 느낌을 토대로 집단 무의식에 대해 다뤄보고 싶었다.”
‘가수 요세피나’를 통해 집단무의식에 희생당하는 개인을 얘기하고 싶었다는 함씨는 “보고나서의 좋은 느낌과는 달리 관객을 설득하지는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현재는 영화의 스토리보다는 영상언어에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 내 스타일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미술과 영상을 조화시킨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 그는 이 작업을 위해 미술을 전공한 친구와 ‘아이스크림’이라는 그룹을 만들었다.
우석대 영화학과를 졸업한 함씨는 지난해 ‘에덴의 지하실’로 프론티어 상을 수상했고, 올해는 대상과 함께 또 다른 출품작 ‘이브는 에덴의 밖에서 행복했다’로 지역 기자단이 선정하는 파이오니아 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