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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4 |
<작은 도서관>"작은 도서관"이 왔다
관리자(2005-04-08 16:52:30)
일반인이  책을 읽기 위해 도서관을 찾아가기란 쉽지 않다. 도서관의 절대적 수가 적을뿐더러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일부러 시간을 투자해 도서관을 찾아가는 일이 고생스럽기 때문이다. 다양한 문화프로그램 등을 도입해 외연을 넓히고 있기는 하지만, 도서관은 학생들의 공부방이라는 인식도 여전하다. 하지만 사립문고라 불리는 ‘작은 도서관’이 곳곳에 생겨나면서 도서관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 집 근처 교회나 아파트 단지의 관리사무실 등 우리생활의 곳곳에 둥지를 틀고 있는 작은 도서관은 ‘생활 속의 도서관’을 가능케 하고 있다. 학생들은 하교 길에 잠깐 들러서 읽고 싶은 책을 빌려 올 수 있고, 주민들도 산책삼아 집 근처 도서관에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삼천우성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사립문고는 현재 전주에 있는 서른세 개의 사립문고 중 세 번째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아파트 단지에 만들어진 사립문고로는 첫 번째이고 규모면에서도 가장 크다. 우성아파트문고는 1995년에 만들어졌다. 488세대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2년 후, 처음 3천권의 기증받아서 시작했다. 우성아파트문고는 도서관리위원회와 도서관리규정을 만들어 운영도 엄격하게 하고 있다. 도서관리 위원회는 25명의 주부들로 구성되어, 이들이 매일 돌아가면서 도서관을 운영한다. 지난해에는 우수도서실로 선정되어 전주시로부터 도서구입비 명목으로 4백만 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관리비에 포함시켜서 연간 120여만 원을 도서구입비로 쓰고 있습니다. 해마다 조금씩 늘려서 현재는 거의 1만권에 달하는 장서를 확보하고 있구요. 도서구입은 주로 학생들이 방학하기 전에 주민들에게 희망도서를 신청을 받아서 구입하고 있어요. 그래야 도서관에 애정도 더 갖고, 주민들이 원하는 책을 구비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최근에 들어서는 도서관리 위원회를 중심으로 독후감 교실이나 한문교실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고, 매년 다독상과 독후감상도 선발하고 있습니다.” 백충현 관리소장의 설명이다. 덕분에 방학에는 하루 1백여 권의 책이 대출될 만큼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편이다. 운영을 배우기 위해 다른 아파트 단지에서도 많이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평화동작은도서관은 문화관광부와 한국도서관협회가 지원한 ‘지역 내 작은 도서관 만들기 사업’에 선정되어 설립한 어린이 전문 작은 도서관이다. 8천만 원의 리모델링비와 초기도서구입비를 지원받아 시작한 이곳은 평화동 주공아파트 단지 내에 자리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의외로 많아요. 요즘은 하루 평균 백여 명 정도가 이곳을 찾습니다. 문화공간이 거의 없던 곳에 이런 도서실이 생겨서 다들 좋다고 하시구요. 주부들이 아이들 데려와서 직접 책을 읽어주고 가는 경우도 많고, 방학에는 아이들끼리 놀러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평화동작은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전주종합사회복지관의 유혜영 복지과장은 저소득층 밀집구역에 작은 도서관 하나가 생김으로 인해 주민들의 삶의 질이 놀랄 정도로 변했다고 말한다. 사립문고로 등록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까 지식만 넣어주는 교육에 회의를 느끼게 됐어요. 그래서 좀더 자유롭게 교육시키려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책을 많이 사게 됐죠. 그러다나 우연히 지나던 아이들이 집안을 들여다보더니, ‘책이 많네요. 빌려 봐도 되나요?’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작은 도서관’ 역할을 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돈을 내야 하느냐고 묻는 아이들도 있었는데, 지금은 제집처럼 아무 때나 편안하게 드나들면서 책도 보고 놀다가 가기도 합니다. 근처에 마땅히 아이들이 놀만한 공간이 없던 터라, 아이들이 집에 와서 책을 보면 더 보람도 느끼구요.” 최지희 씨의 집에는 약 3천여 권의 책이 있다. 최 씨는 우석대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했던 경력이 있고 현재도 시립도서관에서 독서지도 활동이나 학교도서관 살리기 운동 등을 하고 있다.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책 정리도 도서관 수준에 버금가게 해놓았다. 신간이나 아이들이 자주 찾는 책은 거실 책장에 깔끔하게 정리해 놓았고, 이미 많이 본 책이나 오래 된 책들은 한쪽에 따로 정리해 놓았다. 현재도 한달에 최소 30권 이상씩은 구입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생활 곳곳에 들어서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피어나고 있는 작은 도서관에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평화동작은도서관의 유혜영 과장은 “많은 돈을 들여 리모델링을 하고 책도 구입해서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놓긴 했지만, 문제는 앞으로인 것 같아요. 현재는 사서를 쓸 여력이 모자라 노동부에서 지원받는 계약직 근로자들과 자원봉사자들로 운영하고 있어요. 대여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대출도 못하고 있는 상태구요. 앞으로 재원이 끊겨 신규도서를 구입하지 못한다면 도서관으로서의 의미도 상실할 수밖에 없어요.”라고 지적한다. 이런 문제는 비단 평화동작은도서관만의 문제는 아니다. 많은 사립문고들이 같은 상황에 처해있고, 그래서 의욕에 가득 차 출발했다가 휴관한 문고의 숫자도 적지 않다. 백충현 소장은 이 문제에 대해 “공공도서관 책장을 따로 만들어 놓고 월 1회 정도 책을 바꿔주는 방법 등을 사용한다면, 작은 도서관의 고질적인 문제인 신규도서 확보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작은 도서관은 1천권 이상의 장서, 10평 이상의 면적 , 6석 이상의 열람석만 있으면 누구나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구나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다고 해서, 그 운영의 책임을 전적으로 작은 도서관에만 맡길 수는 없다. 작은 도서관은 설립과 동시에 우리 생활의 문화공간, 삶의 질을 높여주는 ‘공적인’ 공간이기 되기 때문이다. 자치단체나 공공도서관을 비롯해 시민들 모두가 작은 도서관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최정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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