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4 |
제14회 신예작가 초대전'야생으로 첫 발을 내딛다'
관리자(2005-04-08 16:47:39)
손때 묻지 않은 새하얀 벽면, 광택이 흐르는 마루, 강한 빛을 발산하는 조명, 이렇게 새 옷을 잘 차려 입은 전시장에 그만큼이나 싱싱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모였다. 이제 막 온실에서 야생으로 첫 발을 내딛은 이들의 그 마음만으로도 전시장이 뜨거워지는 듯 하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밝은 웃음이 걸리고 가슴은 부풀어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둥둥 떠 있는 것 같다. 왁자하게 몰려 든 전시장에는 자신의 작품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모습도 있고, 또 한자리에 모인 작품들을 바라보며 숨어있던 호승심을 다져보는 꽉 다문 입술도 있다.
올해로 14회를 맞는 우진문화재단 신예작가 초대전이 새로운 공간에서 열렸다. 작년보다 한 대학을 더 추가하여 도내 6개 대학의 15명이 초대를 받았는데, 두 작품씩 선보이던 것을 한 작품으로 줄여서 전시하고 있었다. 한 작품만으로는 각각의 기량을 알아내기가 어렵다는 것이 아무래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우진문화재단이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여 들어오면서 불가피하게 만들어진 상황이다. 전시 공간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란다. 작품을 보다가 갈증이 생기니 어쩌면 좋을까. 이 전시를 통해 가볍게 맛만 보여줄테니 앞으로 어떤 작품이 나올 것인지 지켜보라는 얘기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우리는 기다리는 일에 익숙하다. 관심을 가지게 된 젊은 작가들이 무엇인가 새로움을 만들어낼 것 같다는 기대감을 품고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 영양분을 기다리기로 하자. 이 기다림의 끝에 우리를 만족시킬만한 결과가 놓여있다면 좋겠다.
이번 전시의 참자가 중 배원호 씨는 “여러 대학 출신의 작품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서 새롭고 좋았어요”라고 말하면서 한편으로 “앞으로 어떻게 작업을 해야 할지 걱정스럽기도 하고, 아무튼 열심히 해야 하겠어요” 이렇게 다짐을 한다. 아마도 혼자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전시뿐만 아니라 화단을 보며 늘 느끼는 것이지만 ‘어른을 닮은 아이처럼’ 닮은꼴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미술계의 풍조이다. 각 대학들이 가지는 상이한 작품의 성격들이 모여 있어서 새롭다고 하지만, 바꾸어 말하면 각 대학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 솔직한 평가일 것이다. 한 눈에 보아도 어느 학교의 어떤 유형의 작품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해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 도제식 미술교육의 한계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면 길이 보인다. 기본을 다지는 교육을 통해 스승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 큰 작가가 탄생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다시 품어 본다.
이제 이들은 야생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그러나 여전히 온실을 그리워하고 그 속에 머물기를 바란다면 새로움과 희망이 있는 세상은 더 이상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넓은 들에서 마음껏 자유로움을 누리길 바란다.
| 구혜경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