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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4 |
문화와 예술 사이
관리자(2005-04-08 16:41:35)
삼사월 벚꽃철이면 주꾸미 생각이다. 주꾸미철도 이 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년은 주꾸미잡이가 션찮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시내의 밥집·술집에서도 예년과 같이 주꾸미를 대할 수가 없다. 더러 주꾸미를 찾으면, - 금값 이라는 이야기들이다.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삼월이 다가는데도 아직 주꾸미의 맛을 챙기지 못하였다. 주꾸미는 동양3국의 연안에 분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나는 것을 으뜸으로 친다. 그 이름도 여러 가지로 불리운다. 지방에 따라서는 ‘주끄미’·‘쭈꾸미’·‘죽근’이라 부르고, 한자어로는 ‘준어’(   魚)·망조어(望潮魚)·‘죽금어’(竹今魚)로 기록하기도 한다. ‘반초’(飯    )의 한자어도 볼 수 있다. 이는 일본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반초’의 한자를 쓰고, 읽기는 ‘이이다꼬’로 읽는다. 주꾸미의 머리부분에 있는 알집이 성숙한 시기에는 마치 밥알처럼 되므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주꾸미철을 삼사월로 말하는 것은 이 철이 주꾸미의 산란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먹거리의 맛을 챙기는데도 그로테스크한 일면이 있는 것인가. 나의 구미로도 알집에 알이 실렸을 때 주꾸미숙회의 맛이 더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주꾸미는 숙회로 뿐아니라, 탕이나 구이·볶음으로도 먹을 수 있다. 흔히 주꾸미의 맛은 낙지만 못하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는, 또 밥상·술상에 따라서는 주꾸미 맛을 낙지 보다 위로 꼽기도 한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주꾸미 맛이라면 막걸리를 마시면서 먹는 주꾸미숙회가 으뜸이라는 생각이다. 선술집 같은 데서 금방 데쳐내어 숭숭 썰어 놓은 주꾸미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야 제맛이다. 말은 간단해도 솜씨는 따르기 마련이다. 솜씨는 데쳐내는 일과 초고추장을 만드는 일에 있는 것 같다. 설 데쳐내도 맛이 덜리고, 너무 익혀내도 맛이 덜린다. 설 데쳐내면 주꾸미의 생맛이 돋고, 너무 익혀내면 질긴맛이 돋기 때문이다. 초고추장도 참기름·깨소금·설탕 등을 적당히 섞어 놓아야 찍어 먹는 주꾸미에 제맛이 돋는다. 제철의 주꾸미를 잘 데쳐내면 빛깔에 연분홍색이 돋고, 입안에 넣어도 연삭삭한 맛이 돋는다. 거기에다가 참기름·깨소금·설탕을 가미한 초고추장 맛까지 어울리고 보니, 주꾸미숙회를 마다할 수 있겠는가. 술맛도 당기고 안주맛도 당긴다고 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의 주꾸미철이었다. 하루는 청곡 권병렬 화백의 발의로 박남재 화백·김영식 친구와 넷이서 주꾸미숙회를 먹기로 하였다. 찾아간 곳은 청곡께서 좋아한다는 전주역 근방에 있는 한 식당이었다. 미리 부탁까지하여 요량한 것이라 하였다. 그러나 달게 먹기는커녕 끝내 숙회접시를 상 아래로 내려놓아야 했다. 주꾸미를 데치는 일에 앞서, 그 손질이 서툴렀던 것이다. 주꾸미는 조리에 앞서 소금물에 깨끗이 씻는 일이 중요하다. 주꾸미는 주로 바닷가 갯벌이나 모랫벌에서 산다. 때문에 그 다리의 빨판에는 개흙이나 모래가 붙어있기 마련이다. 주꾸미의 다리는 여덟 개인데다가 다리마다엔 두 줄기의 빨판이 있다. 그 빨판을 잘 손질하지 않으면 지금거려서 먹을 수가 없게 된다. 삼사월 주꾸미철인데 주꾸미는 먹지 못하고 주꾸미타령이었다. 금값이라 해도 중앙시장 가까이에 있는 나의 단골인 「서울집」(주·강자영, 전화 252-1418)이나 「버드나무집」(주·이광순, 전화 251-0747)에 부탁하여 근간 막걸리판이라도 한번 벌리고 싶다. 청곡·남재 화백과 김영식 친구를 청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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