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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3 |
통일이 발붙일 곳은
관리자(2005-03-08 17:29:14)
신현수는 좋겠다. 통일이 허파 속에 위 속에 눈 속에 그리고 구두 뒷굽에도 있으니. 그렇게 몸 안 가득히 통일을 맛보고, 또 몸 구석구석에서 통일이 들끓고 있으니. 평양에 한 번 다녀와서 이처럼 될 수 있다면 병역의무를 하듯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평양의 고려호텔 구두 수선소에서 구두 뒷굽을 갈아 끼고 오게 해야 한다. 그러면 모든 국민들의 허파 속에 위 속에 그리고 구두 뒷굽에서 통일이 들끓지 않겠는가. 하지만 요즘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통일이 살지 않는다. 살 틈이 없다. 그게 머리에 좀 있으려면 그만큼 골이 좀 비어야 한다. 어떻게 돈 많이 벌까. 어떻게 좋은 자리로 올라갈까. 어떻게 이 돈 쓰는 재미를 건강하게 한 백년 누려볼까. 조금 더 긍정적으로 보아도 남은 시간에 어떻게 폼 잡고 NGO 하며 쪽도 좀 팔며 살까. 뭐 이런 정도다.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웬만한 얼치기들은 이런 생각을 골수에 가득 채우고 살다 보니 골 빈 놈이 아니고서야 문목사 시절의 통일 열기에 대한 기억조차 버티고 남아있을 틈이 없다. 물론 문목사 시절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도 아니고 그럴 수도 없다. 구체적 생활세계까지 철저하게 자본에 잠식당한 우리네 꼴통들이 좀 천박해지지 않았나, 좀 너무하지 않은가, 하는 정도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뭔 얘기냐면 요즘은 천박한 것도 솔직해서 좋지 않으냐며 옹호하는 추세다 보니 (사실 이 말처럼 철저하게 자본주의적인 말도 없다) 인간의 영성이 우리들의 몸속에서 추방당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는 그런 말이다. 그러고 보니 통일도 돈으로 계산해서 홍보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통일하는데 총 경비는 백조 원이 드는데 통일하고 나면 천조 원의 수입이 생기고 개인당 억 원씩 이문이 돌아간다는 등, 아예 1억씩 통장에 입금시켜준다고 하면 그 좋은 머리들 쥐어짜고, 잠 안 자고 24시간 영업하고, 사기 치고 살인을 해서라도 통일시키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통일은 물 건너 간 것은 아닐까? 심한 농담 좀 했다. 허탈해서. 자본에 잠식당한 우리들 몸과 마음과 가엾은 영혼들이 생각나서. 그리고 얼마 전까지는 뒤질 동 살 동 먹고 살기 바쁜데 한가하게 통일 타령이냐고 말하면  할말 없다고 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요즘에는 ‘너 인생관 좀 바꿔’라고 공격적으로 말한다. 왜냐하면 이제는 매일매일 상한가를 치는 돈의 주가를 (자본주의 속성 상 죽을 때까지 상한가를 칠 것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에) 꺾지 않으면 모두가 자멸하기 때문이다. 결론은 이렇다. 통일에 대한 꿈과 열망이 아직도 그대 가슴에서 식지 않았다면 개인적 삶의 자존마저 자본에 팔아먹지는 말자는 것이다. 통일이 발붙일 곳은 그래도 꼿꼿한 자존의 영역, 그 어디쯤이고 다시 함축해서 말하면 결코 부자는 답이 아니니 웬만하면 적당히 가난하게들 살자는 이야기다. 박두규(朴斗圭) | 85년 『남민시(南民詩)』창립동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사과꽃 편지』, 『당몰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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