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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3 |
<마라톤>달린 후의 느낌이 답이다
관리자(2005-03-08 17:00:48)
나에게는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직장생활을 통틀어 달리기와 관련된 행사에서, 고등학교 체력장시험 1,000m 오래달리기를 제외하고, 단 한번 완주한 적도 단 한번의 시상그룹에 속한 경험도 없는 부끄러운 과거가 있다. 그만큼 나는 어릴 적부터 운동에 대한 능력도 재간도 없는 문외한이었으며 운동, 특히 그 중에서도 달리기는 선택된 사람들이나 하는 나와는 상관없는 저 높은 곳의 고귀한 단어였다. 이렇게 달리기에 대하여 무지한 내가 달리기입문 4년의 중견 베테랑(?)이 되어 전국부부마라톤클럽이라는 거대 동호회의 회장이라는 직함을 부여받을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40대 중반도 훨씬 지난 4년 전 얼떨결에 4.19기념 교내학생단축마라톤에 참가하여 완주했던 경험이 나의 생의 진로를 완전 뒤바꾸어 놓은 계기가 될 줄이야. 아들 뻘 젊은 학생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뙤약볕 아래 지하철 복공판위에서 흘린 땀방울의 수고와 완주 후 나만이 느낀 감격스러운 희열을 난 아직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 누가 나에게 왜 힘들게 달리기를 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에게 ‘당신이 단 1km라도 최선을 다하여 달려본다면 그 후의 느낌이 바로 답이다’라고 과감히 말하고 싶다. 사실 달리기를 하다보면 도중에서 포기하고 싶은 끝없는 유혹과 단 몇 초라도 빨리 달리고 싶은 욕심에 당면하는 경우가 수없이 많다. 사탄의 유혹이라도 받은 것처럼 죽을 힘을 다하여 아프리카 초원 위를 달리는 치타의 모습이 바로 마라토너의 모습이다. 결국 마라토너는 고통의 원죄를 범하게 되고 아무리 빨리 달려도 2시간의 벽을 넘지 못하는 인간한계의 벽에 도달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순수한 마라톤 매니아는 유혹에 빠지지 않고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주위를 살피며 완주에 목표를 두고 달릴 때 더욱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비록 3시간 30분대의 변변찮은 기록보유자이지만 내가 지난 가을 춘천마라톤대회에서 같은 동호회 여성회원의 4시간30분대 페이스메이커를 자청하여 완주한 후 그 회원은 나를 사부님이라고 부른다. 주로에서 흘린 땀방울이 이태백과 사오정이 판을 치고 조기명퇴의 불안한 직장생활을 하는 각박한 삶의 활력소가 되고 부부간 대화가 단절된 가정생활의 이음쇠가 된다면 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행복한 일인가? 알찬 벼는 고개를 숙이는 법. 마라톤은 교만한 나에게 겸손의 미덕도 깨우쳐준다. 별다른 준비 없이 함부로 도전한 나에게 발목부상과 중도포기라는 시련을 안겨주었고, 12시간에 가까운 생애 최장거리 울트라마라톤에서 평생 잊지 못할 환희의 감격도 내려 주셨다. 인생에 있어서 자신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매사에 교만은 금물이라는 교훈을 마라톤을 통하여 터득했다. 마라톤을 통하여 퇴행성 척추디스크라는 불치의 병을 완치케 하여준 마라톤 신(神)을 나는 굳게 믿는다. 이제 마라톤 신이 내개 내려준 고귀한 선물을 오래토록 간직하며 나만의 만족과 행복이 아닌 이웃과 사회를 위해 소중한 도구로 쓰련다. |글.김태배 대구 계명대학교 사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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