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3 |
시민중심의 문화도시 만들기
관리자(2005-03-08 16:51:23)
문화는 생활의 방식이요 그것을 담는 그릇이므로, 오랜 전통과 관습, 제도에 의해 창조되고 변화하여 왔다. 인류의 역사가 곧 문화사라고 한다면, 인간의 가장 위대한 창조물이라는 도시의 역사 또한 문화의 산물임에 틀림없다.
문화를 통해 도시발전을 이룩하고자 하는 노력은 한편으로는 문화적 자산을 도시발전에 활용한다는 측면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에너지를 도시가 생산해 간다는 측면을 지닌다. 광주시나 전주시, 경주시가 도시가 지닌 나름대로의 문화적 정체성과 자원을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문화의 창조와 도시발전의 에너지로 활용하고자 한다는 데 문화도시 만들기의 의미가 있다.
그 중 광주시의 문화중심도시 육성 정책은 지금 계획 단계이긴 하지만, 국토계획, 더 나아가 아시아에서 괄목할만한 문화도시를 만들어 내고, 이를 문화산업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도시발전 방향으로 강력하게 추진될 것이다. 지금까지 광주 등 문화를 통한 도시발전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시사점과 한계들은 시급히 바로 잡아야만 문화도시 만들기는 성공할 수 있다.
한국의 도시화는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팽창적 도시화로 도시의 무분별하고 무계획적 개발이 촉발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토지자원에 대한 약탈적 개발이 강행되었으며, 이에 따라 도시 내의 전통 문화재나 시설, 문화자원은 보존되지 못하고 거의 파괴되는 경향이 많았다. 이제 도시화 50년이 되는 시점에서 문화도시를 지향하면서 돌이켜 보면 소중한 도시자원의 유실과 훼손은 돌이킬 수 없는 실패한 문화정책으로 아쉬움을 갖게 한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도시 내의 문화자원을 온전히 보존하고, 도시개발 이전에 문화자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계획적 개발을 위한 정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문화도시 만들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재나 문화시설의 보존과 전승보다도, 문화적 시민정신과 문화향유 능력, 문화적 감수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시민들이 높은 문화의식을 지니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관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하는 것이 문화도시 만들기의 궁극적 목적이다. 이러한 점에서 문화도시는 시민이 문화시민으로 거듭나는 것이고, 시민의 문화복지가 실현되는 것이어야 한다. 문화도시 만들기가 단순히 물리적 문화공간이나 시설의 개발과 경제적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문화도시 만들기는 도시 전체 공간의 도시계획과 미시적인 도시개발에 확대되어야 한다. 곧, 도시계획은 문화도시계획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도시의 거리 하나하나도 문화적 향취가 묻어나는 문화거리로 탈바꿈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적 시각과 관점에서 도시를 거시적으로 보는 도시관리자의 안목과 도시정부의 일관된 행정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문화도시는 도시행정의 문화화, 문화도시계획의 실천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므로, 시장과 공무원 등 도시행정의 책임자들부터 문화 도시적 마인드 형성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화도시 만들기의 방향에서 볼 때, 몇 개의 자치단체들과 주민들을 중심으로 자생적이고, 아래로부터 시작되고 있는 ‘주민중심의 문화도시 만들기’의 움직임은 매우 소중한 실험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으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광주시 북구에서 지난 5년 동안 추진하고 있는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운동이다.
2000년부터 추진되어온 광주시 북구의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는 지역특성에 맞는 문화마을 만들기 사업을 구청과 주민, 그리고 시민단체가 손잡고 마을의 주민 삶터와 일상생활의 가까이에 문화의 싹을 심고 가꾸어 간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각 동별로 131개 사업을 추진하여 생활공간에 대한 문화환경 창조와 삶터 가꾸기를 추진해 오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활동을 들면, 광주시 북구 문화동의 ‘시화가 있는 문화마을만들기’, 용봉동의 ‘다시 찾아 걷고 싶은 문화의 거리 만들기’ 등이다. 문화동은 지역특성을 살릴 수 있는 특화 문화마을을 주민중심으로 조성하기로 하고, 도심 속 정감 있는 동네 문화를 만들어 주민의 삶 속에 녹아 있는 지역공동체의식을 함양하고, 지역에 대한 문화적 이미지를 극대화하고자 추진하여 왔다. 이를 위해 동네 어린이, 학생, 어른들이 함께 참여하는 시화백일장대회를 개최하여 시집을 발간하고, 이 시화들을 주택가 담장이나 근린 공원, 도로변에 모자이크를 하여 붙이거나, 학생들이 협동하여 페인트로 직접 그려 부착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활동의 추진과정에서 철저하게 주민참여의 원칙을 지키고자 노력하였으며,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후원, 주민 눈높이에 맞는 문화사업을 실천하여 왔다. 그 결과 문화동은 주민들의 생활에 문화가 담겨있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으며, 어린이와 학생들에게는 도시 속의 고향을 발견하고 따뜻한 인성을 길러 주는 문화학습의 장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
광주시 북구 용봉동은 전남대학교 인근으로 음주와 오락 등 소비행락문화가 팽배하여 대학생들과 청소년 등 젊은 세대의 위락지역으로 탈선의 온상으로 변질되어 온 곳이었다. 주민들은 전남대 후문일원 대학로의 활성화와 건전한 대학문화의 정착을 위한 특성화된 문화 예술공간을 조성하고, 주민과 청년, 문화인들이 참여하는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길거리공연과 길바닥 그림 등 자생적 거리 문화컨텐츠를 구축하기 시작하였다. 작년 6월에는 용봉동 거리에서 전국의 미술인들이 참여한 그래피티(graffiti: 길바닥 그림) 대회를 개최하여 길거리 미술 공간으로 단장하였으며, 소문화 공연시설을 설치하여 청년 세대의 실험적 공연을 벌렸고, 전봇대 등 가로시설물을 이용한 설치미술과 상인들을 위한 프리마켓용 테이블 등을 마련하기도 하여 거리의 활성화를 이루어냈다.
주민들은 걷고 싶은 문화 거리를 3C의 거리로 만들어 가자는 주민협약을 스스로 만들어 발표 하였는데, Clean(깨끗한 거리), Culture(문화의 거리), Civil(주민의 거리) 거리 만들기에 주민과 주변의 문화인, 청년들이 앞서갈 것을 다짐한 것이다. 이러한 자생적 주민운동의 결과 용봉동은 주민들이 거리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을 갖기 시작하여 거리청결과 주민결속에 스스로 앞장 서는 것은 물론,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청년문화를 만들어 내는 지역’으로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사례를 든 지역 이외에도 아파트 공동체 문화운동, 지역 역사알기, 지역 문화사적의 복원과 알기, 마을 유래 찾기 등 다양한 형태로 지역에서 주민주도와 참여에 의하여 새로운 문화운동이 시작되고 있다. 이러한 주민참여형, 내재적 문화운동이 문화도시 만들기의 기본과 내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앞으로의 문화도시를 더욱 건강하고 풍요롭게 할 것이다. 그러므로 주민 속에 담겨 있는 문화적 감수성과 자질을 스스로 끌어내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활동을 문화단체와 자치단체에서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이용연 |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 도시행정학과와 전남대학교 대학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서강정보대학 지역발전연구소장으로 있으면서, 한국도시행정학회 지방분권연구위원장, 광주 YMCA 시민정책 전문위원장, 광주광역시 도시계획위원 등으로 활동 하고 있다. 논저로는 『참여시대 지방의 개혁』, 「주민자치센터 모형개발에 관한 연구」, 「문화도시 만들기 이론과 구상」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