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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 | [문화저널]
[남형두 변호사의 저작권길라잡이]인센티브 이론
워크맨과 마이마이(2005-02-15 14:17:40)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에 걸친 세대에 있는 사람들은 워크맨(WALKMAN)에 대하여 특별한 느낌이 있다. 워크맨이란 본래 쏘니(SONY) 휴대용녹음기의 브랜드였으나, 정종이나 호치키스와 같이 해당 제품류를 통칭하는 보통명사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필자의 학창시절인 80년대 초반, 주위 친척 중에 일본에 가는 사람이 있으면, 귀국 시 선물로 가장 선호하였던 제품이 바로 워크맨이었다. 그런데, 일반인들에게 워크맨은 다른 제품보다 무려 3배 이상 비싸, 그야말로 사고(?)를 친다는 생각이 아니면 구입하기 어려웠다. 꿩 대신 닭이라고, 대용품으로 삼성의 마이마이(MYMY)라는 휴대용녹음기를 사본 경험이 있는 분들도 적잖이 있을 줄 안다. 디자인에서부터 워크맨과 비교되어 그런지, 음질도 떨어지는 것 같고, 하여튼 마이마이를 들고 다니면서 워크맨을 볼 때 주눅 들었던 그 기분은 지금도 생생하다. 고장도 잦아 결국 마이마이 같은 제품 2-3개를 버린 후에야 뒤늦게 사고를 쳐, 결국 워크맨을 손에 넣게 된다. 개인적으로, 비싸더라도 전자제품은 초기에 사고를 쳐야 한다는 것이 그 후로부터 생긴 소비패턴이었던 것 같다. 삼성전자가 2004년도 순이익 100억불을 넘어 세계 5위 안에 들었다고 한다. 마이마이를 부끄러워하면서 들고 다닐 때, 눈과 귀에 각인되었던 것이 “1인당 국민소득 1000불, 수출 100억불”이었는데, 1개 기업의 매출도 아닌 이익이 100억불을 넘었다고 하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워크맨의 쏘니를 비롯한 일본열도가 삼성전자를 본받기 위해 난리라고 한다. 삼성전자의 이런 괴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삼성전자가 만약 휴대폰과 반도체로 벌어들인 돈으로 부동산에 투자하였다면 오늘날과 같은 영광이 있었을까? 삼성전자의 힘은 바로 연구개발에 있었다. 삼성전자는 작년 미국 특허청 기준 특허등록건수에서 인텔사를 제치고 6위를 차지하였다. 지난 3년간 연구개발에 10조 원을 투자하였으며, 연구개발 인력도 전체 임직원의 3분의 1이 넘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3년 내에 특허등록건수 기준 세계 3위에 진입할 것을 목표로 특허인력을 대폭 보강하겠다고 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가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약품은 고약밖에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스피린과 같은 특허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수십 년간 수백억 원의 돈을 투자하여야 한다. 따라서 자신의 세대에는 그 결과물을 맞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고생 끝에 찾아오는 결과는 매우 달콤하다. 미국 이론이지만, 지적재산권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 중에 하나로 인센티브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발명 또는 창작 후 일정 기간동안 그 지적산물에 대한 경제적 이익을 독점적으로 향유하게 함으로써 발명과 창작을 독려한다는 이론이다. 대다수의 창작자들이 결과물에 대한 보랏빛 환상을 갖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고 비난해서도 안된다. 사람의 노력으로 땅을 새롭게 만들어 낼 수는 없지만, 노력에 따라서는 인터넷과 같이 보이지 않으나 유용한 도구를 만들어 낼 수는 있다. 이러한 결과물에 대해 값을 치루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비단 과학분야의 발명만이 보호대상이 아니라, 문화예술분야에서의 창작도 같은 수준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둘 다 두뇌활동이라는 점에서, 보이지 않는 창작물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것이 보이는 그 어떤 재산권보다 결코 가치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그렇다. 삼성전자의 순이익순위 5위는 특허등록순위 6위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국가나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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