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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 | [문화저널]
[기획연재]군산 항구에'깃발'을 펄럭이게 하자!
이근영 군산시민연대 운영위원(2005-02-15 13:57:39)
군산의 정체성을 말한다 군산대가 지난 24일 발표한‘군산시 정체성조사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총500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군산을 상징하는 유형물은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30대 이상의 응답자를 중심으로 ‘월명공원(168명, 33.6%)’을 가장 많은 시민들이 선택했고 ‘금강하구둑 (105명, 21.0%)’, ‘은파유원지 (90명, 18.0%)’가 그 뒤를 이었다. 또한 군산이 뛰어난 점은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6.5%가 ‘녹지 등이 풍부해서 자연환경이 좋다’였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김현철 교수(군산대 수리통계학부)는 ‘특히 젊은 층, 거주기간이 짧은 층을 중심으로 자연환경이 아름답기 때문에 군산의 이미지가 좋다는 의견이 많았고 군산의 도시경관이 아름다운 이유 역시 공원 및 녹지 공간이 풍부하기 때문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좋은 자연환경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유지되게 만드는 방법으로 월명공원, 금강하구둑, 은파유원지에 대한 정비를 통해 이 공원들이 확실한 군산의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는 투자가 필요하고 군산일대의 바다, 호수 등에 대한 친수공간화 사업이 매우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특징 중 하나는 그동안 군산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군산 산업단지’등 산업적 상징물을 군산의 대표 상징물로 선택한 시민은 매우 적었다는 점이다. 결국 군산의 정체성과 군산시민들의 정주환경 만족도를 높여주는 것은 산과 바다, 들과 강과 호수를 감싸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이었다. 자, 여기서 생기는 의문하나. 군산에서 태어난 사람들과 군산에서 사는 사람들은 대표 상징물을 ‘자연’이라 말하는데 외지인들의 눈에 군산은 ‘자동차 도시’, ‘산업도시’, ‘새만금의 도시’로 비추인다. 무엇이 문제일까? 아무래도 군산시 문화정책의 현주소를 살펴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2002년에 발표 된 국민문화지수를 살펴보면 군산시의 문화정책 수준이 확연히 드러난다. 6개 시군 중에선 5위, 14개 시·군중에선 7위 수준이다. 군지역이 적은 인구로 문화기반시설 등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군산시는 완주군과 부안군에도 못 미치는 문화지수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문화유산지수는 도내에서 조차 최하위권으로 문화재 지표조사가 더욱 활발히 진행되어야 하고 박물관 건립이 시급함을 보여주고 있다. 낮은 문학·예술지수도 문화기반시설 확충과 예술단체 지원 등이 절실함을 시사하고 있다. 물론 지수 결과에 따라 일부 시·군에선 정책에 반영함에 있어 비교우위를 선택할 수도, 균형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군산시의 경우는 전반적인 문화낙후도시로 자치단체와 시의회의 문화행정과 문화정책에 대한 획기적인 인식전환이 최우선 과제로 판단된다. 이처럼 충격적인 국민문화지수 결과 발표 이후에도 군산시는 행정자치부의 지방자치단체 평가와 연동되는 전국문화기반시설 평가(문화관광부)에서 2002년에 이어 2003년도에도 서면자료 조차 제출치 않아 평가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여전히 문화정책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고 시 예산반영 비율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문화공간도 턱 없이 부족하고, 대표축제도 없고, 행사도 발표회 형식으로 한 두 단체가 독점하는 현상이 20년 가까이 반복되는데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다. 또한 현재 문화관광 분야 공무원들은 단기 근무와 전문성 결여로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집행이 더 이상 어렵다. 차이나타운 조성사업 타당성 문제 등등 갈등은 언제나 생길 수 있다. 문제는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데 문화행정이 신뢰를 받지 못하고 시간과 재정을 낭비한다는데 있다. 이러한 문제를 점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문화정책 역량 강화가 급선무다. 전문성이 갖춰지지 못한다면 통합적인 역량이 요구되는 행정력이 빛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화도시, 자연생태도시 군산을 꿈꾸며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우선 세 가지 기초부터 바꿔야한다. 첫 번째는 군산시의 마인드를 바꿔야한다. 2004년 군산시 예산 가운데 교육·문화·체육분야 예산은 108억으로 전체 예산 3천25억4천4백만원 중 3.5% 수준이다. 인근 전주의 경우 이미 2000년부터 15% 정도의 교육·문화예산을 편성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지방정부 뿐만 아니라 대학, 연구소, 시민단체도 부실하긴 마찬가지다. 두 번째는 지역자원을 살리기 위해선 상상력을 키워야한다. 근대역사(일제수탈, 항일)문화, 문학의 고향(채만식, 고은), 만경강·금강 하구 문화와 전통수산업 체험 등 개발 가능한 소재들이 전혀 아이템화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는 지역의 문화적기반이 튼실하게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도시의 이미지나 문화적 자원이 문화산업 혹은 도시축제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시민적인 합의와 동의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치러진 자동차엑스포, 철새페스티벌 등을 포함하여 군산의 문화행사나 문화산업 등은 한결같이 지방정부나 혹은 관변기관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고 재정의 대부분이 여기에서 충당되고 있다. 그런 만큼 도시문화에 대한 지방정부의 발언권은 그만큼 강할 수밖에 없고 이 문제는 도시문화의 역동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칙과 일관성도 없고 준비도 소홀하고 관 주도로만 추진되는 도시 문화산업은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고 이는 재원의 낭비와 지역민들의 실망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해 두고 싶다. 이 밖에도 가장 인근지역인 충남 서천과의 공동 문화산업전략 구상도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금강호 문화지구 조성사업과 철새 생태관광 사업은 양 지자체가 동시에 수행하고 있어 자원의 낭비와 외지 관광객들의 혼란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내 고향 군산 고 은 내 고향 군산은 한밤중에도 뱃고동 소리가 들리는 곳 내 고향 군산은 뱃고동 소리에 아이들이 돛대처럼 자라나는 곳 내 고향 군산은 오늘도 누가 떠나는 곳 안개 걷치우며 누가 돌아오는 곳 내 고향 군산의 술집은 저 혼자가 아니라 언제나 먼 나라 사공과 함께 취하는 곳 어서 오라 네 나라 깃발 펄럭일 바람을 주마 내 고향 군산은 한밤중에도 뱃고동 소리가 들리는 곳 위의 시는 지난 2003년 10월 군산에서 열린 ‘세노야 축제’에서 고은 시인이 군산시민들에게 헌사한 시이다. 이날 강연에서 시인은 자신의 고향 군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나의 고향 군산은 다른 고장과 달리 3대를 유지하는 가족이 많지 않다. 항구도시로 열린 도시이기 때문이다. 충청도 사람, 경상도 사람, 전쟁 이후 월남한 사람들까지, 군산은 예전부터 조합된 도시이고 ‘열린 나그네의 집’이다.” 그의 표현을 재해석하면 군산은 만경강과 금강이 서해와 만나는 곳, 항구의 깃발 펄럭이는 곳, 시베리아 철새가 쉬어가는 곳, 세계의 모든 이와 금방 이웃이 될 수 있는 곳으로 ‘열린 나그네의 도시’이다. 자, 기초가 튼튼해진 땅에 깃발을 꽂는다면 군산도 얼마든지 문화도시가 될 수 있다. 군산이 가장 자랑할 만한 자원을 찾아 시민들이 바라는 군산으로 만들어낸다면 군산도 얼마든지 자연생태관광도시가 될 수 있다. 갈등과 반목을 띄워 보내고 상생의 깃발 펄럭이는 열린 나그네의 도시를 소망하던 고은 시인의 노래처럼……. 이근영 | 1968년 태어나 전북대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에서 지역문화정책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창작극회, 전주시립극단, 군산의 진포문화예술원에서 기획자로, 2001-2002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팀장으로 일했고, 현재는 군산시민연대 운영위원과 전라북도지역혁신연구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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