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2 | [문화저널]
[기획연재]군산의 정체성 확립이 과제다
박순옥 군산신문사 취재부장(2005-02-15 13:54:45)
문화란 일반적으로 “지식, 신앙, 예술, 도덕 ,법률, 관습 등 인간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획득한 능력 또는 습관의 총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미술, 음악, 연극 등 예술분야에서의 창조적 행위를 일컫는 경우가 많다 (김주희, 문화인류학의 이해, 1999). 그런 의미에서 군산의 문화적 상황을 예술적 측면에서 알아보고자 한다.
공연단체의 음악편중 현상이 두드러져
먼저 군산에서 정기적으로 예술공연을 하는 전문공연단체를 살펴보면, 관립단체로서 시립합창단, 시립교향악단 2개가 있고, 민간단체로서는 한국예총군산지부, 전북오페라단, 홀리크로스앙상블, 하나로 앙상블, 군산국악관현악단, 극단 사람세상, 군산문화예술단 등 7개가 활동하고 있다. 그 외 부부합창단, 진포문화예술원 등이 아마추어단체로서 정기공연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이런 단체의 공연내용은 주로 음악에 편중되어 있고 연극, 무용, 국악 등은 없거나 1개뿐이다. 이러한 군산 공연문화의 편향성은 균형적인 문화수준을 유지하는데 장애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군산지역에 있는 2개의 정규대학 중 1개 대학에 음악을 전공하는 학과 이외는 설치되어 있지 않는 것도 하나의 이유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문화공연공간이 매우 열악한 실정
그리고 예술공연을 할 수 있는 전문적인 공간인 시민문화회관의 물적 시설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객석의 의자가 850여석에 불과하여 흥행을 보장할 수 있는 1천5백석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고, 저급한 음향시스템수준, 분장실과 대기실 동선의 부적절 등은 전문공연단들이 시민문화회관을 회피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시민문화회관에서 이루어지는 공연수는 총 대관건수 150여건, 그 중 유료공연은 35건에 불과하다. 유료공연의 내용에 있어서도 대부분이 유치원과 어린이집 단체관객을 대상으로한 타지역 공연단체의 공연이 많아 정기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공연단체마저도 1년에 평균 1번 이하의 유료공연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우리나라 최고의 국립예술단이 공연한다 하더라도 무료가 아니면 객석이 거의 비어 있는 것은 군산의 문화적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올해 군산의 예술문화활동을 살펴보면, 국제행사로서 한중 미술 및 사진교류전, 전국행사로는 사진촬영대회, 학생판소리경연대회 등이 있으며, 시민행사로서는 무용제, 청소년음악제, 채만식연극제, 아동극 등 34개의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10월은 문화행사가 가장 많이 열리는 달
군산에서 공연이 가장 많이 열리는 때는 10월 ‘군산종합예술제’가 열리는 기간이다. 군산종합예술제는 8개지부 60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예총이 매년 10월1일 군산시민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여는 행사로 2004년 36회째를 맞고 있으며, 이 기간동안에 많은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문화공간이 취약하다는 전북에서도 군산은 전주, 익산 등보다 훨씬 뒤떨어지고 있다.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문예회관, 문화의 집 등 국비가 투여된 공공문화시설만 보더라도 전주 21개, 익산 8개에도 미치지 못하는 6개에 불과하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박물관, 청소년문화의 집, 시립도서관 등의 건립이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문화공간은 상시적으로 관련문화활동을 담아내는 공간 스스로의 역할은 물론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문화일꾼들을 육성하고 각종 축제를 유치하는 등 사실상 그 지역문화의 뿌리라는 점이 시민, 문화예술인, 시당국 등에 의해 강하게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이근영, 지역문화진흥정책에 관한 연구, 2004).
군산을 대표할 수 있는 축제의 육성 아쉬워
군산의 축제라 할 수 있는 것으로 중동당산제, 정월대보름제, 벚꽃예술제, 최호장군추모제, 학생종합예술제, 오성대제, 아동극축제, 옥구농민항쟁기념제 등 12종이 열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중소규모의 다양한 축제와 소비성이 강한 축제를 정리, 군산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군산의 정체성을 확립하여 생산성 높은 대표적인 축제를 만들어 육성하자는 여론이 팽배하고 있다.
군산의 문화상황을 짚어 보기 위해 군산의 문화계를 이끌고 있는 군산시의 문화관광과를 살펴보면, 문화예술, 관광진흥, 관광개발, 체육진흥, 청소년 등 5개의 담당업무가 있고 20명이 근무하고 있으나, 이 중 전문직은 학예사 1명에 그치고 있어 군산의 문화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큰 한계를 갖고 있다. 타 지역에서 문화관광과 문화기획 업무에 적지 않은 전문직 공무원을 채용하여 문화진흥에 힘쓰고 있는 경우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Culture를 번역한 문화의 의미가 경작이나 재배의 의미에서 교양과 예술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듯이 군산문화의 척도는 곧 군산시민의 교양과 예술적 수준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것이 곧 산업적 의미를 갖는다면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사회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문화행사의 산업적 중요성을 인식해야
포스트 산업화시대에 떠오르는 산업으로는 문화산업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현재 군산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산업은 아직도 공업에 치우쳐 있고 문화산업의 기반조성은 다른 산업에 비해 좀 멀리 떨어져 있는 듯하다.
21세기는 물질을 뛰어넘는 문화의 시대이며, 가시적 산업에서 탈퇴하여 비가시적 고부가가치 창출산업 등 새로운 사고를 요구하고 있다. 산업의 주기와 트렌드를 미리 읽고 대처하는 군산이 되기를 기원한다.
박순옥 | 군산신문 취재부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시낭송집 ‘사랑Ⅰ’을 출간하고, 시낭송 공연을 하는 등 문화예술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