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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6 | [문화저널]
[먹거리이야기] 한 잎, 한 잎, 자연을 공유하는 맛과 멋
김두경 서예가(2003-04-07 14:23:05)
일요일 아침 늦잠 자려는 아이들을 깨워 밖으로 나왔습니다. 초여름의 녹음이 물결처럼 출렁이고 새들은 그 사이를 돌아다니며 영롱한 아침 햇살을 노래합니다. 잠이 아쉬워 일어나기는 싫었지만 싱그런 바람에 아이들도 이내 싱싱해집니다. 맑은 바람과 영롱한 햇살을 받으며 바위에 앉아 고즈넉함을 한없이 즐기고 싶지만 아쉬움을 남기고 남새밭으로 갑니다. 아이들은 저희들이 키우는 토끼가 있는 곳으로 갔다가 달려오며 묻고 또 묻습니다. 토끼에게 풀을 뜯어 주어도 되냐고. 풀잎에 이슬이 많을 때 토끼에게 주면 안 된다는 것을 저희들도 알면서 토끼에게 빨리 맛있고 싱싱한 풀을 주고 싶은 마음에 조바심 내는 것입니다. 이런 마음을 알기에 묻고 또 물어도 짜증나지 않습니다. 묻고 대답하기를 몇 번 하다보면 어느새 남새밭입니다. 지난봄에 뿌린 씨앗들이 제법 자랐습니다. 상추와 쑥갓은 벌써 꽃대가 나올 만큼 커버렸고 어렵게 구한 말맹이도 여기저기 하나씩 나오는 것이 보입니다. 시절이 늦어 걱정했는데 다행이 싹을 틔웠습니다. 아이들이 상치를 따고 쑥갓을 솎으며 서로 제가 뿌린 씨앗일 거라고 우기기도 하고 먼지 같았던 씨앗에서 정말 이렇게 싹이 났을까 의심하기도 하며 마냥 즐겁습니다. 부족했던 잠을 잊은 지 오래입니다. 싱싱한 상추와 쑥갓을 제가 먹을 만큼 뜯어 돌아옵니다. 싱싱한 상추에 밥과 된장을 얹어 볼이 터지게 아침을 먹습니다. 고기가 없이 된장만 발라서도 볼이 터지도록 먹을 줄 아는 아이들이 대견스럽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봅니다. 다른 것을 다 그만두고 상추에 대해서만 생각해 보아도 그렇습니다. 심고 가꾸는 과정 없이 시장에서 사와 먹는다면 그것은 단순한 물질이고 음식일 뿐인데 비하여 앞에서 말 한 과정이 함께 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물질이 아닌 교감이고 자연을 공유하는 생명 현상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똑같은 채소를 먹지만 입맛을 즐기거나 생명 유지를 위해 음식이라는 물질을 먹는 것과 교감하며 생명 현상을 나누는 것은 실로 엄청난 차이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이것을 잊고 물질을 먹으면서 삶이 바르기만 바랍니다. 물질은 육신을 키워 줄 수 있는 있어도 바른 마음과 정신을 키워줄 수 없습니다. 교감하며 나눌 때 물질이 정신을 키워 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이런 이야기는 전원에서 신선 놀음하는 사람만 가능한 이야기라고.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돈으로 누리는 것은 교감과 나눔일 수 없습니다. 그것을 즐김일 뿐입니다. 자연과의 교감과 나눔은 전원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아파트라고 못할 것도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이기심을 내어 누리고 살려 하기 때문에 삭막해 질뿐입니다. 아파트 정원에도 나무도 있고 바위도 있습니다. 가까운 공원도 있으며 더 잘 가꾸어져 있습니다. 다만 교감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을 뿐입니다. 상추 한 잎도 온 우주가 만든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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