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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 | [문화저널]
[테마기획]전주에는 전지한지가 없다
전주한지사업협동조합(2005-02-15 13:47:12)
“1980년대에만 해도 약 50여개 공장에, 각 공장마다 50여명의 직원들이 한지를 만들었어요.” 팔복동에 위치한 전주한지사업협동조합. 약 7백여 평 부지의 이곳에는 현재 성일제지와 전주특수제지를 비롯해 용인제지와 대성제지, 민영제지 등 5개 업체가 입주해 한지를 만들고 있다. 성일제지와 전주특수제지에는 각각 6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지만, 나머지 세 개 업체에서는 겨우 2명씩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1980년대중반까지만 해도 전주를 포함해서 상관면과 소양면, 구이면 일대에 약 50여개 공장들이 활발하게 한지를 만들었어요. 1980년대 후반에 환경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많은 한지공장들이 문을 닫고 22개 업체들만 살아남아 팔복동으로 이사하면서 조합을 만들었죠.” 전주한지산업협동조합 최성일(40) 조합장의 설명이다. 그나마도 1990년대 초반 한중교류가 활발해지고 값싼 중국산 한지가 물밀 듯이 들어오면서, 현재는 5개 업체만이 남아있다고 한다. 이곳 업체들은 대개 서울 인사동 필방이나 지업사 등에서 직접 주문을 받아 화선지 위주의 전통한지를 생산하고 있다. 다행히 아직 일거리가 끊기는 일은 없지만, 사정이 좋지는 않다. 매출액도 해마다 조금씩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수요가 있긴 하지만, 고부가가치 상품에 대한 주문은 거의 없어요. 거의 중간급 정도의 종이 주문이 들어오죠.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국산 종이가 더 많이 쓰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전주한지’에 대한 ‘전주’의 홀대다. “전주한지가 살기 위해서는 공예가나 서예가 등 한지 수요자들이 기왕이면, 직접 와서 주문해주고 사용해줘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전주에는 ‘전주한지’자체가 없어요. 전주의 필방이나 심지어 공예품전시관에도 전주한지가 없어요. 전주한지는 서울 인사동에 가서나 볼 수 있죠.” 다행히 올해 서예비엔날레 사무국에서 전주한지를 구입, 참가자 전원에게 보내주고 그 종이에 쓴 작품만 받는다고 한다. “한지는 예전처럼 ‘필수품’이 아니라, ‘기호품’이에요. 일반인들을 통해 확산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거죠.” 때문에 한지를 이용한 문화상품 같은 것을 관에서 적극 활용해 홍보시켜주고, 수요창출을 일으켜줘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한지의 종류는 정말 말로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다양해요. 붓글씨를 쓰기위한 화선지의 종류만 해도 50여 가지에 이르죠. 어떤 붓글씨를 쓰느냐에 따라 최적의 종이가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많은 종류의 한지를 만들 수 있는 곳은 오직 전주한지 뿐입니다. ‘전주한지’라는 네임밸류가 괜히 생긴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이것을 그냥 사장시켜서는 안되겠지요.” 앞으로 한지가 발전할지 아니면 이대로 사장될지는, 단지 한지 제조업체들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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