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2 | [문화저널]
[테마기획]친숙한 한지를 만들어야
천양제지(2005-02-15 13:45:30)
“요즘 웰빙 열풍과 함께 전통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한지’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높아져가고 있습니다. 여러 기능적인 측면이나 아름다움이라는 측면에서 한지만큼 친환경적이고 자연스러운 소재는 많지 않죠. 그 가능성도 무궁무진하구요. 하지만, 막상 한지를 주면서 뭘 해보라고 한다면, 그것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죠. 이런 점을 극복하고 일반인들도 친근하게 한지를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지의 가능성이 밝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완주군 소양면에 위치한 천양제지는 전통적인 한지와 기계한지 모두를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한 한지제조업체다. 현재 OA용 한지와 자동차 산업에 쓰이는 필터용 한지 등 산업적 용도로 쓰이는 다양한 한지와 전량 일본의 주문을 받아 만드는 전통한지를 생산해내고 있다.
“한지의 가능성이 비관적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생산하는 사람들의 열정이 중요하죠. 어떤 쓰임새의 한지를 개발해 소비자들이 사용하게 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천양제지 백철희(38) 이사의 설명이다. 그는 무엇보다 언제나 소비자들과 가까이 있고,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한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때문에 인쇄용 종이 등 생활용품에 가까운 종이와 한지의 다양한 기능성을 극대화시켜 산업의 소재로 쓰일 수 있는 한지를 연구 개발하는데 주력, 새로운 수요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전통한지를 만들려면 철저하게 전통의 방식을 따라서 한 장에 5천원 1만원하는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고, 아니면 철저하게 기능성으로 가야합니다. 일본의 상황을 보면 이런 답이 쉽게 나오죠. 현재 값싼 중국지에 밀려 쇠퇴하고 있는 우리한지의 상황을 일본은 이미 오래전에 겪었거든요.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전통지를 육성해, 그 맥을 이어가고 있어요. 대신 기능성 한지부분은 제조업체들이 철저하게 연구·개발해 나가고 있죠. 일본종이 하면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것도, 이렇게 전통지와 기능성지를 철저하게 나누고 다양한 기능성지를 만든데 있습니다.”
전통한지와 기능성한지의 두 갈래 중 현재 천양제지는 기능성 한지를 개발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곳에서 현재 생산하고 있는 한지만 해도, 전통한지 외에 10여 가지를 훨씬 넘는다. 자동차에 쓰이는 필터는 한지의 특성 중 흡수성을 극대화해 실용화시킨 것이고, 요즘엔 한지의 아름다움을 활용한 포장지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한지를 이용한 쌀 포장지는 시장에서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다행히, 한지에 대한 관심들이 늘어나면서 예전보다 상황자체는 좋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지의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많은 않은 일이에요.”
그래서 그는 한지의 개발은 계속되어야한다고 말한다.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고 간편하게 쓸 수 있는 ‘친숙한 한지를 만드는 것’만이 한지의 가능성을 열수 있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