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 | [문화저널]
[테마기획]또하나의 가능성,문화상품
김희자 호원대 산업디자인학과 회해교수(2005-02-15 13:43:33)
한국의 종이, 한지는 우리나라 고유의 종이이며 문화유산이다.
한지의 주원료는 닥나무의 인피섬유이며 보온성이 풍부하고 질긴 것이 특징이다. 한지는 순수 닥나무를 두드려 섬유결을 살리면서 조직을 치밀하게 하는 도침법(搗砧法)쓴다. 또한 한지를 백지라고 하는데 종이가 사용되기까지 백번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끈끈한 장인정신의 혼으로 공정된다. 또한 완성된 한지의 가장 큰 장점은 한지 제조과정상 PH변화에 의해 중성을 띄게 된다는 것이다. 증해제인 잿물의 알맞는 알칼리도는 인피섬유를 손상시키지 않아 종이가 강도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며, 닥풀(황촉규)은 물에 잘녹는 천연고분자 물질로 다당류를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중성을 유지하고 있어 이것으로 뜬 한지는 천년이상 보존이 가능하며 인체에 무해하다. 이처럼 닥나무로 만든 한지는 우리민족성처럼 강인하고 부드러우며 소박하고 은은하여 정감이 흐른다. 이런 한지는 오래전부터 일상생활에 실용적인 용도뿐만 아니라 공예재료로도 활용되어 왔다.
한지를 이용한 전통공예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오색전지공예(五色剪紙工藝)는 한지를 여러 번 덧발라 골격을 만들거나 오동나무나 미송으로 골격을 만든 틀에 다양한 색한지(色紙)로 붙인 다음 여러 가지 무늬를 오려 붙이는 기법으로, 주로 청(靑), 적(赤), 백(白), 흑(黑), 황(黃) 색이라는 오색을 기본으로 문양을 넣어 만든 색지공예품이다. 소망, 기원과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상서로운 동물이나 화초문양, 길상문양 등을 장식하였으며 반짇고리, 예물상자, 색실상자, 이층농, 반닫이 등을 만드는데 주로 사용되었다.
지승공예(紙繩工藝)는 한지를 일정한 간격으로 길게 잘라서 엄지와 검지손가락을 이용하여 꼰 종이끈으로 원하는 틀이나 형태에 직조하듯 엮어서 짜는 기법으로, ‘노역게’라고도 하며 그릇, 대야 ,망태, 바구니, 방석 등 주로 소품을 만드는데 많이 사용된다. 완성품에는 기름을 먹이거나, 주칠, 흑칠, 옻칠하여 사용하였다.
지호공예(紙湖工藝)는 함지박이나 표주박, 반짇고리 등을 만드는데 주로 사용된 기법이다. 한지나 닥죽을 잘게 찢어서 물에 불린 뒤 절구에 찧고, 풀을 섞어 점토처럼 반죽하여 틀이나 그릇, 함지박위에 부치고 덧붙여 만드는 기법으로 말린 후에 한지를 덧바르고 기름을 먹이거나 칠을 하여 완성하였다.
지화공예(紙花工藝)는 한지를 어려 겹 겹쳐 일정하게 가위로 잘라 만든 종이꽃으로 혼례용꽃, 민속놀이나 궁궐의 대·소사 때나 사찰의 불교의식과 무속(巫俗)인들의 의식에서 이용되었다. 또 다른 지화공예(紙畵工藝)는 어떤 기물을 만든 후 그림을 그려 넣는 것으로 전지공예처럼 문양을 오려서 시문하지 않고 물감이나 먹물을 사용하여 문양을 그려서 마감한 작품을 말한다, 주로 당초문(唐草文)민화(民畵)등을 그려 넣었다. 후지공예(厚紙工藝)는 한지를 여러 겹 두껍게 만드는 기법이다. 두껍게 만든 종이를 여러 번 접어 갖가지 형태의 기물을 만드는데, 가죽과 같은 질감이 난다. 지갑, 주머니 등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오늘날에는 이러한 전통적인 한지공예기법 외에도 닥종이 인형 그림한지, 닥종이 부조 등으로 그 영역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문화상품이란 한나라의 문화를 배경으로 제작되는 유·무형의 상품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문화산업이나 문화상품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 일로써 아직 개념과 체계가 잡혀있지 않은 실정이다. 지역이 지향하는 정체성과 상징적인 이미지를 대내·외에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소비자들에게 구매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요즈음 모든 공모전이 문화관광상품대전, 문화상품 쪽으로 흐르고 있는 추세이다. 이미 전주에서도 1995년 중반부터 전국한지공예대전이 열리고, 전통한지공예뿐만 아니라 현대한지공예가 발생되면서 한지공예 분야 쪽에서도 문화상품이 발생하게 된 것 같다. 한편으로는 대학에서도 전통과 현대공예를 접목한 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상품들이 속출하였다. 전통문양을 현대화 한 것, 현대적인 문양을 전통한지에 접목시킨 것 등 현대한지공예의 새로운 아이디어 산물들이 탄생한 것 같다.
전통공예를 살펴보면, 좌경, 약장, 장농, 머릿장, 경상, 색실상자, 반닫이, 버선장, 문갑, 연상, 사주함, 패물상자, 혼수함 등이 있지만 예전의 형태와 문양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현대적 문화상품들은 문구용품, 악세사리, 팬시제품, 생활용품, 조명 등등 다양한 기법과 디자인으로 질적 향상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동물형태를 이용한 문구용품이라든지, 집게, 수첩, 필통, 메모꽂이, 전통문양을 활용한 열쇠고리, 핸드폰고리, 지갑, 벨트, 브롯치, 목걸이, 귀걸이 등을 비롯해 가방, 옷, 수의, 숄, 모자, 액자, 시계, 조명등, CD장, 장식장 ,사진틀, 보석함, 손거울, 명함상자 등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 상품들이 개발되고 있다. 다양한 아이템을 가지고 한지는 무궁한 발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한지공예상품은 우리 겨레의 역사와 함께 이어져 왔으며,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면서 변모했음을 알 수 있다. 생활속의 반려자로서 사랑을 받아온 한지는 이제 세계화의 추세 속에 새로운 문화상품으로 등장하여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민속공예는 우리나라 생활양식의 급속한 변화(서구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침체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 생활문화의 급속한 서구화는 전통 문화뿐만 아니라 생활도구의 모습도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속공예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교육은 도제교육형태의 장인교육이 대부분이었고, 따라서 현대적 미의식을 자유롭게 응용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생활상품을 창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요즘 도내 학계는 한지를 전공하는 학생들을 양성 배출하려는 초기 단계에 있다. 한지공예 업체로의 진출은 극히 제한적이며 한지공예 전문디자인회사도 전무한 상태이다. 소규모 한지공예 공방업체들도 전문디자이너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디자인 모방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한지문화상품의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한지 소재개발, 다양한 칼라 및 아이디어 등이 요구되고 개발되어야한다.
생활수준향상과 양태의 다양한 변화로 인해 소비자의 욕구와 수요가 점차 다양화 고급화 되고 있으며, 개성을 중시하는 현재의 소비성향은 양에서 질로 급속히 탈바꿈하고 있다. 한국적 아이덴티티(identity)를 살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좋은 소재로 한지문화상품을 말할 수 있다. 이와함께 문화상품은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에게 우리의 오랜 전통과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외교상품도 될 수 있으며, 우리의 수준을 세계에 인식시키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고부가가치의 한국적정서가 담긴 공예품, 독창적이며 개발가능성이 있는 아이디어상품, 그 지역의 특산물을 이용 할 수 있는 생활용품을 개발하여야 한다.
국제화, 개방화시대가 가속화됨에 따라 21세기는 국가이미지가 중요시 되는 시대이다. 특히 21세기에는 우리나라의 각종 국제행사가 열리고 외국관광객의 출입이 그 어느 때 보다 빈번해 질 것이다. 긍정적인 국가이미지를 창출 할 수 있는 한국 고유의 정서와 전통을 기반으로 한 문화상품의 개발과 보급이 그 어느때 보다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전통문화의 예술적 가치를 이해하고 현대적 감각에 맞는 요소를 발췌, 응용하여 우리한지의 우수성을 문화상품에 적용시킴으로써 한국적 이미지를 유지한 상품을 개발 보급해야 할 것이며, 문화상품의 생활화 실용화를 통한 우리 것에 대한 애착과 소중함을 자각하고 문화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전개한다면 한지문화상품의 발전 가능성은 무한대로 많을 것이다.
김희자 | 호원대에서 섬유디자인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산업공예학과를 졸업했다. 전국한지공예대전과 전북공예품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현재 지(紙)디자인 연구실을 운영하면서 가람섬유조형회 회장과 호원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