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2 | [문화가 정보]
'우리축제?우리가 만들어요'
사칙연산 페스티벌(2005-02-15 13:38:19)
“어른들이 깔아주는 놀이마당에 단지 손님으로 초청되는 축제가 아닌, 정말 우리들이 원하는 축제를 우리들 스스로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한창 방학 중인 지난 1월 15일 오후가 되자 전북학생회관에는 고등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제 6회 전주시 고등학교 학생회 연합(이하 고학연)축제인 청소년 한마당 ‘사칙연산 페스티벌’을 보기 위한 행렬들이다.
학생회관 현관 안은 축제가 시작되기도 전 이미 축제 분위기가 한창이다. 일렬로 늘어선 여학생들이 입장객들을 환영하면서, ‘불우이웃을 돕자’고 외친다. 또 다른 쪽에서는 의상전시와 에니메이션전시를 맡은 학생들이 준비에 여념이 없다. 지금까지 ‘청소년을 위한 축제’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행사장을 찾은 학생들에게서도 축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서도 ‘청소년을 위한 축제에 초대받은 손님’이 아닌 ‘우리들에 의한 축제’를 만들어 나가는 즐거움과 뿌듯함이 느껴진다.
전주여상의 풍물동아리 ‘니기다’의 신나는 사물놀이와 함께 본격적인 축제의 막이 오르고, 학생들은 그동안 준비해왔던 ‘끼’들을 하나둘씩 펼치기 시작한다. 고학연(회장 조용우·상산고 3학년)이 지난 2000년부터 시작한 ‘청소년 한마당’은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았다.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주는 축제가 아닌, 청소년들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기획하고 연출하는 축제를 만들고 싶었어요.” 고학연 5기로 2000년 당시 ‘청소년 한마당’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던 차경수(25)씨의 설명이다. 그는 이번 축제를 순수한 ‘청소년 자치문화축제’라고 말했다.
제 1회 때의 ‘하나’를 시작으로, 그동안 인터넷 중독이나 흡연 문제 등 해마다 사회의식이 강한 주제를 갖고 진행해 왔던 ‘청소년 한마당’, 올해의 테마는 ‘사칙연산’이다. 앞으로 ‘사칙연산 페스티벌’을 축제의 고유명사화 하고, 매년 새로운 주제를 선정해 나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더하기는 어울림으로써 모두가 하나 되어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빼기는 억압으로써 청소년을 억압하는 입시제도와 부당한 처우를 헤쳐 나갈 방향 제시를, 곱하기는 즐거움으로 모두가 함께하는 즐거움을, 나누기는 아픔으로써 평소 무관심했던 어려운 이웃들을 돌아보고 아픔을 함께 나눠 보자는 뜻’이라는 조군의 설명이다.
하지만, ‘어른’들의 도움 없이 모든 것을 알아서 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터.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축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제일 먼저 두려움이 앞섰어요. 수능이 끝나자마자 바로 준비에 들어갔는데, 기획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어른들을 상대로 후원을 구하고, 뭐 하나 쉬운 일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우리들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해 주지 않은 것이었어요. 무식해서 무시당한다면 배우기라도 하는데, 나이어리다고 무시당할 때에는 정말 서러웠어요.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선생님 모셔와라’는 말이 아니었던가 싶어요.” 그는 이어 “학생들이 안 오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찾아와주고 공연이 진행되니 그동안 고생했던 것이 모두 보람되게 느껴진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예년에 비해 규모를 키운 이날 공연에는 약 천 여명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학생회관 공연장을 꽉 채운 가운데 진행되었다. 한편, 이날 티켓 판매 등으로 모금한 불우이웃돕기 성금은 형편이 어려운 학우들을 추천받아 장학금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 최정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