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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 | [문화칼럼]
창의적인 한국과 영리한 한국의 길목에서
이규석(2005-02-15 13:33:33)
창의한국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 ‘자율과 분권’이라는 슬로건은 참여정부의 국정원리를 상징적으로 대변해주고 있다. 이 국정원리를 예술과 문화 분야에서 실현시키기 위한 중장기계획의 일환으로 2004년 ‘창의한국’과 ‘새예술정책’이 발표되었다. 이제 문제는 어떻게 창의적인 한국을 만들어나갈 것인가에 달려있다. ‘한류(韓流)’와 ‘한국 상업영화의 성공적인 국제화’는 과연 창의한국 실현의 징후인가? 필자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한류’와 ‘한국 상업영화의 국제화’는 어쩌면 영리한 한국, 재주있는 한국에 대한 성공적 마케팅 사례의 하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창의한국의 가치실현은 대외적 것보다 오히려 대내적인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지역과 신진예술가 육성으로부터 출발하자! 대내적 관점에서 창의한국의 단계적인 가치실현은 지역예술과 신진예술가의 육성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앙집권적’ 방식으로는 창의한국의 예술문화적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없다. 아마 그렇다면 ‘창의서울’ 정도로 표현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몇 년간의 집중적인 지원과 투자를 거쳐 지역별 하드웨어와 인프라는 안정적인 수준으로 확보되었지만, 그것을 적절하게 채워나갈 소프트웨어의 빈곤은 어느 지역에서나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마찬가지로 예술현장에서는 ‘새로운’ 예술에 대한 요구와 선언은 넘쳐나지만, 정작 예술현장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나갈 신진예술가를 위한 지원은 여전히 인색하다. 어떻게 하면 지역예술의 자기발전이 가능할 것인가? 지역예술 활성화를 위한 많은 문제점들 중에서 앞서 지적한 소프트웨어의 빈곤 현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개인적으로 세 가지 정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먼저, 중앙과 지역간 예술교류의 관점이 필요하다. 중앙집중적인 예술활동을 단지 지역에 배분하는 차원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중앙과 지역 예술이 서로 대화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찾아가는 문화활동’ 사업의 사례만 보더라도 이미 찾아갈 사람과 기다릴 사람이 정해져있다. 지역은 찾아가는 문화활동의 주체라기보다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대상에 불과하다. 필요한 것은 ‘찾아가는 문화활동’이 아니라 ‘교류하는 문화활동’이다. 두 번째, 지역예술계의 창작활성화에 보다 많은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 지역단위의 문화적 정체성은 구체적으로 지역예술계의 창작역량에 달려있다. 반면 예술창작 활성화를 위한 정책수단은 여전히 중앙에 집중되어 있다. 세 번째, 지역성격에 맞는 예술교육 및 문화향수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 지역구성원들의 문화적 요구를 고려하지 않은 지역 예술문화 활성화 역시 불가능한 일이다. 지역 예술가와 지역 문화예술기관, 지역사회 구성원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교육, 향수 프로그램의 개발에 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의 투자가 필요하다. 신진예술가들에게 보다 많은 시행착오의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과거 우리나라의 스포츠정책이 종목별 국가대표 양성을 중심으로 한 엘리트 스포츠 정책에 치우쳤던 것처럼, 예술정책도 똑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예술계의 발전이란 곧 예술가의 발전으로부터 시작된다. 더불어 예술가의 발전이란 어느날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소수의 천재적 예술가들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도 없는 일이다. 창의한국 실현을 위한 창조적 예술성과물들은 ‘새로운’ 예술적 도전과 시도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통해 얻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예술적 발전은 신진예술가들의 수없는 시행착오의 결과로 얻어질 수 있다. ‘시행착오’에 대한 투자 없이 ‘완성도’만을 요구해서는 신진예술가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온전하게 발견해낼 수 없다. 건축과 철도의 건설을 위한 시행착오는 사회적 위험요인이 될지 몰라도, 예술을 위한 시행착오는 미래의 경쟁력으로 발전할 수 있다. ‘한류’에 목숨 걸지 말자! ‘한류’의 성공사례는 결코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창의한국의 가치실현을 위해 오로지 ‘한류’에 목숨을 걸 필요는 없다. 진정으로 창의적인 한국의 예술문화를 꽃피우려면 지역과 신진예술가들의 육성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영리한 한국과 창의적인 한국으로 가는 길목에 서있다. 그 길목에서 창의적인 한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지역예술’과 ‘신진예술가’는 반드시 거쳐 가야 할 이정표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규석 | 2004 광주비엔날레 축제행사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현재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집행위원장과 과천한마당축제 운영위원, 하이서울페스티벌 실무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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