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8 | [문화저널]
<제95회 백제기행>일상이 축제인 곳, 유럽으로 떠나다.(오스트리아짤츠부르크, 이태리 베로나, 영국 에딘버러)
유상신
(2005-01-25 16:11:43)
아무리 생각해봐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가끔은 앞뒤 잴 것 없이 마음이 간절히 원하는대로 따라가보는 일도 필요하리라.
'2004년, 유럽축제문화의 현장을 찾아서 '백제기행소식은 봄철 내내 우리가족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였다. ‘온가족 함께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부푼 꿈은 ‘돈이 얼만데’하고 볼멘 듯 외쳐대는 현실의 소리와 하루에도 몇 번씩 팽팽하게 맞섰다. 신청마감일을 코앞에 두고 나서야 지루한 줄다리기는 끝이 났다. 모처럼 찾아 온 멋진 여행의 기회를 ‘기약 없는 내일’과 맞바꿀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일단 참가하기로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우리 부부가 시작했던 단식도 잘 마무리해야하지, 일주일 간의 생활관 체험으로 집을 비웠던 아이들도 부지런히 방학숙제를 마무리해놓아야지, 그리고 우리가 찾아다녀야할 곳들에 대한 자료와 정보도 함께 챙겨보고 나누어야했다. 출발하기 전 열흘정도의 준비기간은 너무도 바쁘고 짧았으나 온가족이 한마음 되어 가슴 설레었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2004년 8월 11일, 우리가족을 포함한 20명의 백제기행단은 부푼 마음을 안고 유렵으로 떠났고 8월 19일 충만한 마음이 되어 일상으로 돌아왔다. 오랜 고민 끝에 온가족이 참여한 백제기행이었던 만큼 ‘우리가족의 기쁨은 4배, 아니 8배 아니아니 그이상’이었다. 온가족이 함께 참여하여 기행문을 완성해보는 일 또한 덤으로 얹어진 기쁨이리라.
가자! 유럽축제문화의 현장으로
카라얀의 생가와 찰츠부르크 축제(8월 12일 목요일)
오늘은 찰스부르크 시내관광과 공연장 가는 날이다. 제일 먼저 찰스부르크 시내에 있는 미라벨 정원을 구경했다. 멋진 분수와 아름다운 꽃이 만발한 잘 가꾸어진 정원이었다. 모차르트가 살았던 집과 세계적인 지휘자였던 카랴얀의 생가를 거쳐 짤자크강을 건너자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구시가지가 나왔다. 그곳에 있는 찰스부르크 대성당은 정말 웅장했다. 성당 안에서 50센트짜리 초를 사서 촛불을 밝혀두고 왔다. 고해실에 잠깐 들러 솔이랑 차례로 잠깐 동안 고해성사를 해보기도 하였다.
그 뒤로 우뚝 솟아있는 호헨 찰스부르크성을 구경하고 내려온 후 자유롭게 시내관광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우리가 걸어본 거리는 서울의 명동거리쯤 되는 곳으로 네온사인이 전혀 없고 독특한 모양의 간판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그곳엔 다양한 상점과 커피숍들이 뒤범벅되어있는데 우리는 그곳에서 쇼핑도 하고 300년이나 되었다는 유명한 커피숍에서 커피도 마셔보았다. 이곳 사람들은 동물을 좋아하는 것 같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저녁식사 후 모두 깔끔한 옷차림으로 바꿔 입고 나서 벤자민 스미드씨의 바이올린과 첼로 협연을 감상하러 갔는데 낮에 많이 돌아다닌 탓인지 졸려서 혼났다. 모두 엄숙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감상을 하고 있는데 체면상 졸수도 없고 손가락을 꼬집으며 꾹꾹 참았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쓰러졌다.
야호, 기차타고 베네치아로(8월 13일 금요일)
호텔에서 맛있게 아침식사를 마친 후 기차를 타고 베네치아를 향했다. 기차에서 내려 현지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베네치아를 가기위해 배를 탔는데 곤돌라가 아니어서 조금 실망했다. 곤돌라는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것들 중의 하나다. 그만큼 배 삯도 비싸다. 한 사람당 30유로다.
곤돌라타는 대신 베네치아를 더 구경하기로 했다. 산마르코광장으로 가는 길에 탄식의 다리를 보았다. 이 다리의 이름이 왜 탄식의 다리냐면 죄를 지은 사람들이 교도소로 가기 전 마지막 바깥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다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게 마지막 내가 볼 수 있는 세상이구나’하고 탄식을 하는 곳이라고 한다. 산마르코광장엔 비둘기가 거의 발을 디딜 수 없을 만큼 많았다. 그래서인지 이곳엔 비둘기 먹이를 파는 곳이 많았다.
아름다운 도시 피렌체, 예술의 도시, 베로나
(8월 14일 토요일)
오늘은 피렌체를 들러 베로나를 가는 날이다. 피렌체의 두오모성당은 참으로 크고 웅장해보였다.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내려다 본 피렌체의 전경은 무척 아름다웠다. 건물의 지붕색깔이 거의 붉은 계통이었는데 도시 전체미관상 시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하였다.
베로나 도착 후 호텔에 여장을 푼 우리는 시내에서 저녁을 먹은 후 기대했던 오페라관람을 위해 아레나 극장으로 갔다. 아레나 공연장은 원래 로마시대의 원형경기장이었으나 지금은 야외공연장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역사와 유서가 깊은 경기장에서의 오페라 ‘리골레또’감상은 우리 모두에게 특별한 경험과 느낌을 안겨주었다. 공연이 끝나고 버스를 기다리던 중 벤치에 마주 앉아있던 연인이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자꾸만 키스를 하고 있었다. 언니들이 디카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우리가 사진 찍는 줄 알았으면 놀라 자빠졌을 것이다. 이곳 사람들은 전혀 타인을 의식하지 않는 것 같다. 역시 예술의 도시다.
우리는 이제 에딘버러로 간다(8월 15일 일요일)
식사 후 베로나 시내에 있는 줄리엣의 집과 두오모성당을 들러 밀라노를 향했다. 밀라노의 갤러리아 비토리오 에마누엘레에2세의 갤러리안엔 특이한 전설이 전해져오는 곳이 있다. 십자모양의 거리 한복판에 새겨져 있는 소의 성기를 밟으면 복을 받게 된다고 했다. 우리 일행도 모두 한번씩 힘을 꼭 꼭 주어가며 밟아 보았다.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나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행동들이 너무 흥미로웠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두오모 성당은 고딕양식으로 3159개의 조각상들과 135개의 첨탑으로 장식되어 있어 건축기술의 세밀함과 세련미가 돋보였다.
점심식사 후 우리는 영국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알프스 산맥을 넘어갈 무렵 아래로 내려다보인 알프스 산맥의 꼭대기는 하얀 설탕가루를 뿌려놓은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구경하거나 사진 찍느라 비행기 안은 한바탕 떠들썩해졌다. 런던을 거쳐 에딘버러에 도착한 우린 앞으로 3일간 묵게 될 숙소인 에딘버러대학 기숙사에 짐을 풀었다.
너무 기대되는 에딘버러 축제의 현장
(8월 16일 월요일)
기숙사에서 아침식사를 한 후 에딘버리성을 향했다. 에딘버러의 고풍스런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사화산 현무암위에 위치한 이 성은 12~29세기에 지어진 각종 건물의 집합체로서 용도는 요새, 궁전, 감옥 등으로 변화를 했다고 한다. 1603년의 통일시기에는 왕족의 거주지였고 그 이후엔 군주들이 거주했다고 한다. 이 성은 정말 내가 살아보고 싶은 정도로 아름답고 멋진 성이었는데 때마침 비가 와서 성의 모든 건물의 색이 고풍스러운 진갈색이 되어 한층 더 아름답게 보였다.
에딘버러성을 구경하고 나서 로열마일이라는 길을 걸었다. 이 로열마일은 중세 에딘버리의 중심을 형성했던 4개의 거리를 말한다. 성에서 출발해 거리를 걷다보니 수많은 오래된 건물과 박물관, 갤러리들이 눈에 띄었다. 홀리루드궁을 거쳐 칼튼힐을 다년 온 후 스콧기념탑에서 잠시 동안의 자유시간을 가졌다. 낭만주의 소설가인 월터스콧의 기념탑을 세운 사람은 탑이 완성되기 6일전에 익사했다고 한다.
저녁식사 후 ‘조’라는 캐나다인 28명으로 구성된 남성군무공연을 보았다. 무척 특이한 공연이었다. 양복을 입고 검은 모자를 쓰고 나온 남자들이 음악도 없이 구두굽 소리로만 춤을 추는 것이었다. 흥미롭기도 하였지만 조금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따로 또 같이’ 오늘은 자유 관광하는 날(8월 17일 화요일)
오늘은 자유 관광을 하는 날이다. 아침을 먹고 영국의 여왕이 잘 다녔다는 퀸스드라이브길을 걸어 홀리루드궁까지 갔다가 어제와는 반대로 로열마일을 걸어 올라갔다. 유럽은 거리공연문화가 잘 발달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학생들이 용돈을 벌기도 한다고 한다. 가는 길에 어린이 박물관을 들렀다. 유럽어린이들도 우리와 똑같이 구슬치기, 새총놀이, 자치기, 굴렁쇠 등을 하고 논다는 것을 알았다.
어린이 박물관을 나와서 에딘버러성을 향해 걸어갔다. 거리공연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백파이프를 불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기타와 바이올린과 협연하는 사람도 있었다. 내셔널 갤러리에서는 영국과 유럽작가들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 갤러리는 윌리엄 헨리플레이페어가 설계했는데 1859년에 개장하여 많은 예술작품을 19세기 그대로 전시한다고 했다. 나는 여기서 말로만 듣던 로댕, 루벤스, 모네 , 고흐 등의 그림을 보았다.
8시 15분쯤 우리 일행들을 만나 계획했던 타투공연을 보았다. 에딘버러성앞에서 열리는 이 타투공연티켓은 이미 겨울에 예매가 다 이루어졌다고 했다. 이 공연을 보러 세계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올 정도로 유명한 공연이라고 한다. 수시로 바뀌는 조명으로 에딘버러성이 환상적인 모습으로 변신하는 가운데 다양한 복장과 형태의 군악대들이 멋진 행진을 하며 연주를 했다. 행진하는 모습이 마치 로봇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 중간 비가 내려 비옷을 둘러써야 했지만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는 공연이었다.
런던을 들러 집으로…(8월 18일 수요일)
오늘은 드디어 유럽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오르는 날이다.
런던 도착 후 대영박물관을 갔는데 아시아관, 이집트관, 아프리카관등 세계 여러 나라의 유물들이 전시되어있었다. 건물이 너무 넓고 커서 미로 속 같았다. 내 생각으로 아시아관, 이집트관, 아프리카관만을 보고 온 것 같다. 엄마는 그곳에서 엄마네 학교학생을 만나기도 하였다. 박물관을 나온 우린 영국국회의사당과 빅벤, 웨스터민스터사원을 구경했는데 빅벤을 보고 참 크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엄청난 크기의 시계를 1분마다 사람이 돌린다고 했다. 빅벤을 만든 시기부터 지금까지 대대손손 이일을 맡고 있다고 한다. 믿기지 않는 사실이었다.
저녁식사 후 런던공항으로 이동하였다. 아쉽지만, 즐겁고 행복했던 유럽축제문화기행이 막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계속 여행하며 살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지 한 달이 가까워온다. 그동안 우리가족은 함께 모여 앉기만 하면 누구랄 것 없이 여름에 다녀온 여행이야기를 꺼내곤 하였다. 여행을 통해 더욱 확장된 사고와 부쩍 늘어난 호기심과 궁금증들은 우리가족을 자꾸만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 주었다. 여행은 끝났으나 아직도 우리는 여행 중인 셈이다.
지난 주말엔 피렌체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냉정과 열정사이>를 함께 보았다. 다리 아픈 남편을 놔두고 혼자구경하기 미안해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던 두오모성당을 영화를 보며 그 흔적이나마 다시 더듬어보고 느껴보고 싶었던 것이다. 걷기조차 힘들어진 다리로 인해 성당과 종탑사이 맨바닥에 드러누워 내내 하늘만 바라보았을 남편도 그날의 하늘빛을 떠올려보며 남다른 감회에 젖었을 것이다.
입만 벙긋 열어도 ‘아하! 그때 그랬었지?’하고 서로 맞장구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은 얼마나 마음 든든하고 신나는 일인가. 2004 ‘유럽축제문화기행’은 겨울밤 입이 심심할 때마다 하나 둘 꺼내 구워먹는 고구마나 알밤 같은 추억을 우리가족의 마음곳간에 푸짐하게 채워주었다. 우리는 두고두고 오래도록 이 맛있는 추억을 꺼내 먹을 것이다. 아무리 꺼내 먹어도 바닥나지 않고 더욱 풍부한 맛을 지니게 되는 것이 바로 가족여행의 추억들이지 않은가!
유상신의 가족 | 기행문의 서문과 끝마무리는 엄마, 여행스케치는 아빠, 그리고 8박 9일 동안의 여행기록은 봄이와 솔이의 일기를 바탕으로 정리하였다. 현재 아빠(이정수)는 도립국악원 교수, 엄마(유상신)은 군산산북중학교 교사이다. 그리고 딸(이봄)은 인후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솔)은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솔이는 서울에서 전주로 오는 버스안에서 멋진 시조 한수를 낭송해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