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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 | [교사일기]
만남과 기다림의 담임편지
한문자 전주북일초등학교 교사(2005-01-08 09:56:20)
새학년이 되면 기대와 설레임으로 담임 편지를 씁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는데 이런 만남이 있음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데즈카 오사무’ 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만화가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네가 좋아하는 만화가가 되어라.” 만화와 만화가가 천대받던 시절, 어려서부터 만화를 좋아했던 데즈카는 매일 만화를 그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만화를 그리다 부르튼 손가락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갔다가 의사의 치료를 받고서는 의사가 되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열심히 공부를 하여 오사카 대학 의학부에 입학하고, 국가고시에 합격하여 의사 면허까지 받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만화 그리기는 계속하였습니다. 의사가 되고 싶었고, 또 만화가도 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두 가지를 다 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더구나 의사가 존중받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만화가가 된다는 것은 손가락질 당하는 시대였기 때문에 그는 많은 번민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를 찾아가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너는 의사가 좋으니, 아니면 만화가가 좋으니?” “그야 만화가가 더 좋습니다.” “그럼, 네가 좋아하는 만화가가 되거라.” 그 길로 데즈카는 의사를 포기하고 만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공전절후의 만화 ‘아톰’을 그렸으며, 밀림의 왕자 레오, 사파이어 왕자 등 우리나라는 물론 동남아시아와 미국, 유럽 등지의 어린이들이 즐겨 읽는 만화를 그려낸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데즈카 오사무의 어머니였다면 만화가가 되라고 권할 수 있었을까요? 아이들은 누구나 자기만의 취미나 특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설사 그것이 장난을 잘 치는 일일지라도...... 우리나라의 유명한 여자 코미디우먼인 박 모씨는 학생 시절, 짖궂은 장난을 자주하여 선생님을 당황하게 만들었지만, 선생님께서는 야단치지 않고 ‘나중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연예인이 될 수 있겠다.’ 라고 되레 격려해 줌으로써 그녀는 인기 스타가 되어 우리들에게 많은 웃음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이들 개개인의 취미와 특기를 계발토록 하여야 하며, 그 분야에서 일인자가 되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책임과 의무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아이들이 어떤 것을 보고 있으며,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를 살펴 바람직하게 성장하도록 안내하고 도와주어야 합니다. 부모님과 제가 함께 아이의 눈높이를 맞추고 존중해 주면서 작은 씨앗의 무궁한 잠재력을 키워 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문제가 있거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언제나 함께 의논할 수 있는 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기대와 설레임으로 한 해를 맞이하며 시작하고 마무리 짓는 학년 말이 되면 또다시 가슴속은 후회가 밀려온다. <사랑의 매>라는 아픔을 남기면서...... 사랑의 매 어제의 못 다한 사랑 오늘에야 베풀고져 기대와 다짐 속에 또 너를 기다리면 게으른 너와 성급한 내가 만나고 부족한 너와 욕심 많은 내가 만날 때 난 그만 매를 찾는다. 찡그린 네 얼굴 움츠린 네 어깨 20년 전 내 모습 그대로건만...... 내 그 아픔 모를리 없건만..... 반짝이던 눈빛들 식어버린 빈 교실엔 그 아픔 울림되어 내게로 돌아온다. 너의 아픔 열 배만큼 내 아픔 되어 오고 그 아픔 백 배 만큼 너의 자람 있기를 기도로, 믿음으로 그 후회 벗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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