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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 | [문화시평]
오감으로 체험하는 환경문제
김향숙 원광대학교 미술학부 강사(2005-01-08 09:44:00)
겨울을 느끼기에는 아직 따사로운 햇빛이 남아있는 12월초 3일부터 10일까지 환경을 주제로 한 ‘물의 노래 물의 한숨’전이 전북 예술회관에서 열렸다. 20여명에 가까운 작가들이 연령의 구분 없이, 장르의 구분 없이 환경에 관한 그들의 메시지를 담아 선보인 작품들은 회화, 설치, 사진, 모빌 등 여러 가지였으나 주를 이룬 것은 설치였다. 이미 전시의 제목에서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듯이 그들은 환경에 관하여, 특히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물에 관하여 논하고자 한 것 같다. 최영문은 자신의 고향 장수천의 추억을 돌이켜 보면서 주변의 환경을 화폭에 담아냈고, 송상민은 전주천의 환경을 알리고자 전주 천에 서식하는 식물들을 유리병에 담아 미술관으로 옮겨놓았다. 김윤숙은 물고기를 모빌로 천장에 달았으며, 한숙은 새장을 시리즈로 숨 막히는 현실의 환경을 고발하고자 하였다. 박부연은 병원에서 쓰는 환자들의 엑스레이 사진들을 통하여 김경태는 고추밭에서 쓰는 푸른 그물망을 설치해주어 환경의 현실적인 문제에 좀 더 직접적으로 접근하고자 하였다. 그 가운데 임택준의 소변기의 물고기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뒤샹을 연상시켰으며 미소를 자아냈다. 대체적으로 전시된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일상의 삶 속에서 환경의 변화를 느끼고 그 변화를 추적하여 고발하고자 한 것이다. 먼저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여러 참여자들이 시도하는 단체전의 특징은 참여자들이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주변 환경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환경에 관한 표현도 서로 다르며 그 다른 아이디어를 한곳에 모아보는 것이 단체전이 추구하는 장점일 것이다. 이번 전시는 참여한 작가들이 일상적인 주변의 환경을 되돌아보면서 환경에 대해 가지고 있는 그들의 가치관을 표출해 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전시된 작품들에는 환경에 관한 그들의 현재의 고민과 더불어, 자신들의 과거에 좋았던 환경의 추억을 담기도 하였다. 일부 설치 작가들은 일상에서 서서히 파괴되어가는 실재의 환경을 체험했으며, 그 체험을 관람자들에게 전달시키고자 하였다. 따라서 능동적인 환경대처 작업을 위하여 그 장소에 가서 환경을 살펴보기도 하였으며, 개인적 체험의 기록들을 흔적으로 설치하였다. 오염된 환경에서 사는 우리가 어떻게 환경에 대처해야 할 것인가를 실험하기도 하였다. 일부 다른 작가들은 일상의 환경을 자아가 개입된 회화나 사진이나 모빌로서 원초적 시각과 감각을 통해 자유롭게 환경의 심각성을 표현해주었다. 그런면에서 그들은 현대의 산업사회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그로 인한 주변 환경의 파괴를 경각심으로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미술에서 끊임없이 제기 되고 있는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환경에 관한 문제가 이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시 방법 가운데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면 아마도 과반수이상의 작가가 시도한 설치부분일 것이다. 설치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추구한 여러 가지 변화중 하나로서 오늘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많은 예술가들이 즐겨 사용하는 방법이며 가장 강력한 메시지 전달효과를 보여준다. 설치미술은 기존의 미술의 개념을 확장시킨 것으로 단순히 시각적인 미술을 인간에 내재해 있는 여러 가지 감각을 자극하는 총체예술로 추구하는 가운데 발생한 미술의 새로운 장르인 것이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설치의 목적은 설치되어진 작품과 관람자들의 공감각적인 교류를 통하여, 보는 사람이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때로는 소리나 빛, 더 나아가 촉각이나 후각을 자극하는 여러 소품을 사용하는 독특한 전시형태를 말한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송상민이나 김경태 그리고 임택준의 설치는 어느 정도 설치의 근본 목적에 도달해 그 효과를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다. <물의노래 물의 한숨>전은 조형에 있어서 여러 장르를 통한 ‘장르의 실험’과 ‘과거의 환경과 현재의 환경’이라는 주제를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도 아쉬움은 남아있다. 전시된 작품 가운데 그 누구도 환경에 관하여 다시 한번 고민하게 만드는 ‘충격’적 요소는 없었으며, 단지 ‘우리 주변의 환경은 이렇다’라는 소개단계에 머무르고 말았다. 더 나아가 새만금 문제와 방폐장 문제로 환경에 있어서는 가까운 주변의 위기감을 느끼기에 충만한 소재들이 많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것을 주제로 삼지 않았다는 것은, 관람자로서 단팥빵의 단팥을 기대하며 아무 맛을 느낄 수 없는 흰 빵을 계속 질근거려야 하는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환경이 우리를 침해하고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좀 더 좋은 환경을 원한다는 메시지는 작가들이 원하는 만큼 전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가 단지 3 살배기였던 <물의 노래 물의 한숨> 전은 환경전에 어울리는 전시도록을 손수 만든 점과 적극적인 체험전시를 시도한 점을 볼 때, 앞으로 보다 나은 발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향숙 |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산업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마부륵 필립대학 철학부 서양미술사학과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논문으로는 서양미술사학회「헤르만 니취의 실험정신에 나타난 잔혹성」과 「키르흐너의 베를린 시대의 여성이미지」외에 다수가 있고, 현재는 원광대학교와 군산대학교 미술학부와 대학원에 강의를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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