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05.1 | [문화저널]
[기획연재]'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문화관광도시'
김영국 정읍시 문화행정국장(2005-01-08 09:37:13)
정읍시의 동쪽은 노령산맥으로 이어지는 산들이 섬진강과 동진강을 끼고 있어 산천의 극치를 이루며, 서쪽으로는 드넓은 호남평야로 이어져 있어 일찍이 농경생활의 풍요 속에서 호남 제일의 선비문화와 풍류의 기반이 이루어졌다. 한편 넓은 농토가 있어 동학농민혁명이 발발했고 일제 강점기 수탈의 장이 된 아픈 역사가 있으며, 증산교와 보천교 등 여러 종교가 터를 잡기도 했다. 정읍 땅에 처음 들어서게 되는 소국단계의 정치체는 마한의 초산도비리국(楚山塗卑離國, 지금의 정읍)과 구소국(拘素國, 지금의 고부)이 있다. 이후 백제시대에는 5방성중의 하나인 중방성 곧 고사부리성(古沙夫里城)이 고부지역에 있었으며, 고려 광종 2년에는 전주에 두었던 안남도호부(安南都護府)를 이 곳에 위치하여 67년 동안 호남의 정치적인 중심지가 되었던 적도 있다. 조선시대에는 정읍현, 고부현, 태인현 등 3현이 있어 훗날 지역마다 독특하고 다양한 역사문화의 유산이 전해지고 있다. 어느 고장이든 지역마다 색다른 문화유산이 있겠으나 감히 정읍시 만큼 다양하고 독특한 문화가 분포된 지역은 없을 것이라고 자부하며, 역사적·지리적 특성에 따라서 동북부 지역은 태산선비문화권, 남쪽은 정읍사문화권, 서쪽 지역은 동학농민혁명문화권, 동남쪽을 내장산관광권 등으로 분류하여 특성화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먼저 동북부 지역의 태산선비문화권은 통일신라시대 고운 최치원 선생이 태산 태수로 도임이후 남긴 유풍이 바탕이 되어 근세까지 유학적 선비 인맥이 이어져 왔다. 대표적인 예로 불우헌 정극인 선생은 이율곡 선생의 향약보다 90년 앞선 고현동향약(보물 제1181호, 1475년)을 창시했고 가사문학의 효시인 상춘곡(賞春曲)을 지었다. 선비들이 민간인 판매 목적으로 간행한 목판인쇄 책자를 방각본(坊刻本)이라 하는데, 방각본의 출현기(1576~1686년)에 간행된 8종중에 이 지역 태인본이 6종이며 완판본(전주) 1종, 경판본(서울)이 1종이다. 그리고 이기일물설(理氣一物說)을 주창한 일제 이항(李恒)선생은 조선시대 호남지방 성리학의 대표로서 전해진다. 임진왜란 당시 목숨을 걸고 전주사고의 조선실록을 내장산으로 옮겼다가 다시 강화로 옮겨 조선시대의 역사를 보존케 한 것도 태인 지방의 손홍록과 안의 등 선비들이었다. 또한 전북에서 사액서원 중 유일하게 보존된 무성서원(사적 제166호)과 피향정(보물 제289호), 아흔 아홉 칸의 김동수 가옥(중요민속자료 제26호) 등 20여 종의 문화재 등이 말해주듯, 감히 이 지역은 호남지방의 대표적인 선비문화의 중심지라 지칭하고 싶다. 정읍사문화권은 백제시대의 가요(井邑詞)가 전해져 온 지역으로, 1300여 년간 구전과 한글로 이어져 온 가요의 가치는 가히 세계사적인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궁중 음악인 수제천(원명;井邑)으로 연주되어 왔으며, 그 본향이 당시 정촌현으로서 지금 정읍시의 남쪽 산 넘어 정해(井海)마을 일대다. 정읍의 서편 평야지에서 발원한 동학농민혁명은 중국의 태평천국운동, 인도의 세포이항쟁과 더불어 19세기 아시아 3대 농민전쟁의 하나로 꼽히며 우리 역사에서 근대의 정치·사회를 이해함에 있어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사건으로 자주적인 민족 주체의식이 뚜렷한 반봉건·반침략의 근대 민족운동이다. 이후 한말 의병운동과 3·1운동, 4·19혁명으로 그 정신이 면면히 계승되었다. 내장산은 규모는 작지만 생태계의 보고로서 인정하여 1971년 국립공원 5호로 지정되었고, 봄의 신록,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으로 4계절 관광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이 외에도 정읍은 호남우도농악의 중심지였으며 조선시대 후기 판소리 8명창의 우두머리인 박만순을 비롯한 수많은 명창을 배출한 곳으로 고법·산조·풍류·정악·민요 등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국악의 성지인 곳이다. 우리 정읍시의 문화정책은 『21C 문화·생명 산업도시 정읍』이라는 민선 자치 3기의 시정지표에 압축되어 있다. 앞에서 열거한 바와 같이 정읍만이 간직한 문화유산과 자연자원이 4개 권역별로 역사적·지리적으로 각기 특성을 유지하고 있어, 이를 집약화하여 보존하고 가꾸어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 되는「에코뮤지엄(eco-museum)」을 곁들여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문화관광의 도시를 창출해 나갈 계획이다. 따라서 민선 3기에 들어서자마자 문화 창달 시책을 역동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문화행정국과 3개의 문화관광 부서를 설치했으며, 각 권역별 기본계획을 수립했고 많은 사업들을 착수했거나 상당한 예산을 확보한 상태다. 그중에 태산선비문화권은 2004년도에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에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05년부터 문화재의 대대적인 복원정비와 물을 테마로 한 관광개발사업을 추진할 준비가 갖춰졌으며, 46만평 규모의 내장산리조트개발사업은 한국관광개발공사와 협약을 체결하여 착수 단계에 있다. 정읍사를 상징하는 정촌현재현사업은 정촌현의 옛 터에 8만여 평 규모로 관광지조성계획이 완료되어 사업을 추진 중에 있으며, 동학농민혁명 선양사업은 특별법이 제정되었기 때문에 향후 중앙차원에서 많은 일들이 추진될 것으로 본다. 정읍시는 위와 같은 물량적인 사업이외에 정읍사의 오페라와 가무악극, 동학농민혁명의 창무극(천명)과 마당극, 상춘곡에 관한 오페라 등의 창작 공연을 통해 문화예술의 진흥을 기하며, 상춘곡을 창무극으로 창작하여 국립극장의 무대에 올릴 준비를 서두르고 있고, 이러한 작품으로 전국 순회공연에 나설 계획이다. 4개의 시립예술단을 보유하여 토요 상설공연과 찾아가는 공연활동은 물론, 연중 시민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필자는 근래 3년간 강원도 지역을 자주 찾은 적이 있다. 그 곳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높은 산과 푸른 물이 많은 관광객을 유인했으나 아무나 위험부담 없이 산과 물속에 묻힐 수 있는 조건이 아니었으며, 문화유산은 무척 빈약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국민 여가시대에는 문화유산이 풍부하고 아름다운 자연자원과 전통예술을 간직한 곳이 반드시 각광을 받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 정읍시가 바로 그런 곳이 아닌가 자부하면서 모든 시민이 전통문화의 보존과 진흥, 그리고 관광 가이드로 함께 나서주기를 기대해 본다. 김영국 | 1947년 고창에서 태어나 1974년부터 공무원을 시작했다. 1981년에 정읍으로 근무지를 옮겨, 현재는 정읍시 문화행정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