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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 | [문화저널]
[기획연재]'지역성'제대로 찾아야 '정읍문화'를 살린다
황성희 정읍동문 기자(2005-01-08 09:34:18)
정읍은 전라북도 지역에서도 역사 문화적 컨텐츠가 풍부한 곳으로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역사적, 문화적 자부심이 높다. 정읍사, 상춘곡, 동학혁명의 고장이란 의식은 정읍시민들에게 깊이 각인되어 정읍인들이 자긍심을 갖고 지역에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지역성의 원천을 형성한다. 특히 정읍사와 동학혁명은 정읍 문화와 예술의 영원한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정읍사가 수제천으로 이어져 정읍을 풍물 등 속악과 대비되는 ‘정악’의 고장이게 했다면 동학혁명은 전라우도농악으로 불리는 속악 정읍풍물굿이 흥성하게 된 계기였다. 정읍은 전통음악의 양 날개인 속악과 정악을 구비하여 명실상부한 ‘전통음악의 수도’라는 자부심으로 충만되어 있다. 정읍문화에서 전통음악은 정읍문화의 처음이자 끝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관변예술단체들의 전문성은 지역성을 담아내지 못하고 정읍 문화단체의 지형 역시 관변단체와 시민단체로 양분되어있다. 그 핵심에는 한국예총 정읍지부와 정읍문화원이 있다. 예총 정읍지부는 6개의 산하단체에 423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활동 기회와 보조금 측면에서 지역 예술단체의 '양지'다. 음악, 미술, 문인, 사진작가, 국악, 무용 6개의 산하단체 중 가장 활성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단체는 미술협회와 국악협회다. 지방 소도시의 관변단체에게 전국 대회를 개최한다는 점은 지속적이고 '규모 있는' 지원금을 받을 뿐 아니라 인지도를 높이는 수단이 되고 있다. 미술협회와 사진작가 협회와 국악협회가 전국규모의 대회를 개최해오고 있다. 전국 대회 개최가 그들의 위상을 정해주는 건 아니다. 국악협회는 협회 회원 수를 보아도 두 자리 숫자에 불과한 다른 5개 단체와는 달리 154명이란 세 자리수를 확보하고 있어 폭넓은 저변을 과시하고 있다. 예총 정읍지부는 6개 산하 단체를 아울러 가요제, 음악회, 미술과 시화와 사진 전시회 형식으로 ‘정읍예술 큰 잔치’를 열고 문화예술 사회교육으로 사군자, 한국화, 생활도예를 강습하고 있다. 예총의 멤버쉽이 전문가적 경력을 요구하는 까닭에 예총의 활동이 정읍문화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 집단이란 테두리가 분명하기에 정읍문화의 저변을 확대하고 정읍문화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정읍 문화원의 경우 문화사업의 핵심은 문화유적 답사와 문화학교 운영이다. 올해부터는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문화유적 체험교실을 여는 등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정읍문화원은 운영진들의 인적 구성이 노쇠하여 지역 젊은 층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정읍 문화에 참신한 새바람을 일으키거나 젊은 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프로그램의 부재로 운영진에 젊은 계층이 포진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시점이다. 문화적 지역성을 담보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에겐 척박한 지역 현실 정읍시에서 운영하는 정읍시립국악원은 두주에 한번씩 토요일 오후 시민들을 위한 토요상설무대를 열고 있다. 올해는 야외에서 ‘한여름 밤의 시민을 위한 공연’이란 프로그램도 진행한 바 있다. 시내를 벗어나 읍면지역을 순회하며 풍년기원 국악 한마당을 열어서 공연문화의 사각지대인 농촌 주민들을 위한 시간도 마련했다. 정읍지역에서 시립국악원의 위상과 역할이 큰 만큼 여기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한 문화계 인사의 표현을 빌면 시립국악원에 속한 시립국악단의 존재는 정읍국악계의 딜레마다. 시립국악단에 들어가는 비용은 연간 13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설공연과 읍면동을 순회하며 펼치는 공연 때문에 드는 비용이다. 반면 시민 문화예술단체에 지원되는 비용은 1000만원 미만이며 전국대회를 개최하지 않는 단체에게는 5백만원 미만의 액수가 보조금으로 지급되었다. 정읍시립국악단을 딜레마라고 표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립국악단의 공연이 대대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지역성이 강한 정읍의 특성을 표출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정읍시립국악단의 공연은 ‘중앙'의 문화를 지역에 전파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역의 정체성이 들어갈 틈이 없다. 반면 지역의 척박한 문화현실에서 지역성을 구현하고자 하는 시민단체들은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항상 그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문화 활동을 통해 생계를 해결하고자 하나 본업이 되기 어려운 현실 때문에 젊고 열정적인 지역 예술가들을 황폐화시키고 있는 구조가 존재하고 있다. 지역성을 고민하고 구현하는 데 앞장서는 그들이기에 더욱 안타까운 현실이다. 문화운동과 음악적 전문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하는 문화 공연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단체는 정읍풍물보존회이다. 정읍풍물보존회는 전라우도농악이란 자부심으로 빛나는 정읍의 풍물굿을 강습하고 공연하는 단체다. 올 여름 풍물보존회는 색다른 프로그램으로서 이목을 끌었다. 해마다 네 명 가량의 러시아 학생들을 초청해 풍물을 전수시키는 프로그램이다. 풍물회의 이러한 활동은 특정 개인에 의존하고 있어서 지속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고 외국학생들을 책임지는 일을 회원들의 열정에만 기대는 구조가 안타깝다. 풍물보존회 외에도 정읍농악보존회가 모태가 되고 시에서 건립한 정읍우도농악전수관이 있어 지역 교육에 이바지하고 있다. 우도농악전수관을 이끌어가고 있는 사람들은 소고 무형문화재인 김종수 옹과 꽹과리 무형문화재인 유지하 옹이다. 이들은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아침 10시부터 밤 8시까지 하루 7시간 이상씩 수업을 하는 저력으로 전수관을 지탱하고 있다. 그렇지만 전수관의 지주인 무형문화재 두 분이 연로해서 그 분들이 물러난 이후를 대비해야 하는 문제가 과제로 남아있다. 정읍사와 수제천, 정읍이 정악의 고장이란 자부심을 심어주고 있다 정악 수제천의 고장 정읍에는 정악을 연주하는 3개의 모임들이 있다. 초산음률회와 새미기픈소리, 수제천연주단은 정읍 정악을 이끌고 맥을 이어가고 있는 3대 단체다. 초산음률회는 서울의 ‘경제줄풍류’와 대비되는 정읍지방의 '향제줄풍류'의 맥을 계승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악연주단체로서 5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향제줄풍류의 맥을 계승한다는 차원에서 매월 한차례씩 함께 모여 영산회상(9곡으로 구성됨)을 연주 하고 있으나 공식적인 발표회는 50주년 기념행사로 딱 한번 했을 뿐이다. 새미기픈소리는 초산음률회에서 활동하던 김문선 선생이 정읍시 내장동 월영마을에 장소를 마련해서 올해 5월달에 만든 정악단이다. 공식적인 발표회를 가진 적은 없으나 올해 들어 두 번 쯤 새미기픈 소리통이란 이름으로 내부 발표회를 했다. 수제천 연주단은 정읍문화원 소속으로 매주 한번씩 모여 연습한다. 수제천의 연주는 궁중악으로서 웅장해야 하는 특성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정읍 연주자들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전주에 있는 연주자들을 객원으로 끌어들여 정식으로 연주해야 할 때는 함께 모여 연주하고 있다. 1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정읍시에서 하고 있는 '찾아가는 문화 공연'의 단골 레퍼토리다. 이들 초산음률회, 새미기픈소리, 수제천연주단 3개의 정악연주단은 서로 교류하지 않고 자신들의 영역에만 칩거하고 있어 수제천이 갖는 문화적 역량을 축소시키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고 있다. 문화동호회 문사정과 ‘고급스러움’을 표방하는 정토문화마당 문사정은 자발적인 시민단체로서 정읍 풍류객으로 자처하며 지역민들 스스로가 정읍문화를 향유하려는 몸짓을 보여주는 집단이다. 이들은 일년 중 여름에 한번 정읍천변 둔치에서 ‘샘골에 흐르는 달’이란 정기 공연을 벌써 4년째 개최해오고 있다. 아쉬운 점은 그들이 정읍문화의 지역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은 활동들을 보여주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자기들끼리 모이는 동호회 성격을 벗어나지 못해서 ‘모여서 노는’ 정도 이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시민문화단체로서의 위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민간주도의 문화 행사로서 그 독특한 색깔로 정읍을 넘어선 명성을 획득해 가고 있는 행사가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정읍시내 지역이 아닌 정우면에 있는 사찰 정토사에서 마련한 정토문화마당이 그 주인공이다. 품격 있는 음악회를 열어 고급문화 공연이 부재한 지방 중소도시의 현실에 꼭 필요한 마당이라는 주최 측의 강조는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그들의 공연은 매니아적 성향이 강해서 청중의 층이 두터울 수는 없다. 또한 연주자들이 정읍지역 인사들이 아니라 모두 서울이나 전주 등 외부에서 오기 때문에 중앙 문화의 전파내지는 확산이란 의혹과 주최 측이 문화 시혜자란 인식을 가질 수 있다는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민단체들의 역할이 늘어나야 하고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정읍문화의 화두는 정읍이란 ‘지역성’을 표출해보는 것이다. 서울과는 다른 정읍, 전주보다 문화적으로 우월한 정읍, 이것은 정읍예술가들과 시민들이 함께 꿀 수 있는 꿈이다. 공연문화의 사각지대인 중소 도시이기에 보여주기식 행사보다는 함께 참여해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시립단체는 보여주기식 공연으로 갈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으므로 지역의 시민 문화단체들이 나서야 한다. 가령 시립국악단의 읍면 지역을 찾아가는 공연은 공연 형식상 무대장치가 필요하여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런 순회 공연은 무대장치가 필요하지 않은 시민 공연단체들에게 내주면 더 합리적이다. 시가 문화단체에게 보조하는 비용은 현실성이 없고 구색 맞추기식이다. 시민단체들에게도 역할을 주고 더 많은 비용을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민관의 역량에 균형이 있을 때 더 풍부한 문화적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시민단체들 내부에도 문제점은 존재한다. 그들은 함께 모여 자신들이 연마한 정읍 고유의 문화를 정기적 공연을 통해 보여준 적이 없다. 1년에 한번 정도라도 서로간의 이견과 갈등을 넘어서서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연 프로그램을 연다면 스스로의 역량과 위상을 확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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