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 | [특집]
풀뿌리 공동체문화를 만들어 나간다
최정학 기자(2005-01-08 09:25:00)
전주가 전통문화중심도시가 되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펴가고 있다. 전통문화를 자생적 지역발전의 핵심으로 삼고 추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전주는 전통문화자원 부문에서 어떤 타도시보다 가장 우수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문화사회를 지향하는 사회적 변화를 볼 때 가장 성공가능성이 높은 자원을 전통생활문화자원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주는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지역 내의 열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활동과 서울 등 타 지역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전주가 전통문화중심도시를 위해 펼치는 활동의 대표적인 것이 ‘천년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미래의 천년을 이어갈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를 만들어 나간다’는 ‘플러스 천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는 전주의 전통문화중심 도시화를 위해 전통생활 문화공간조성사업과 전통문화연구 및 인력양성사업, 전통문화의 산업화를 주 내용으로 사업계획을 담고 있다. 민간차원에서는 ‘천년전주사랑모임’이 결성되어, 전통문화중심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시민들의 열기를 모으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타 지역의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활동도 활발하다.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 추진단은 타 지역의 오피니언리더들을 초청해 전주를 보여주고,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에 대한 당위성과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팸투어’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 9월 4일 경기지역 문화단체인 ‘(사)문화우리’를 시작으로, 11월 13일 한국문화컨텐츠진흥원까지 9회에 걸쳐 한승헌 변호사와 열린우리당 한명숙 의원, 박경서 인권대사, 윤형두 범우사 대표 등 총 3백여 명이 전주를 체험하고 돌아갔다.
이런 활발한 움직임들과는 별도로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의 핵심인 교동과 풍남동 일대 한옥마을에서는 마을의 공동체성 회복을 위한 다양한 활동들이 자생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사람 사는 맛 넘치는 한옥마을을 위해 여러 문화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펼치는 이런 활동들은 한옥마을의 온기를 더욱 높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전주한옥마을의 생생한 사연을 이야기로 담아낸 「전주한옥마을지도」와 한옥마을 주민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전주한옥마을자서전』이 출간되었다.
「전주한옥마을지도」는 전주 한옥마을의 생생한 사연을 이야기로 담아낸 지도. 7명의 제작팀들이 3년여 간의 조사와 수정·보완을 거쳐 지난 12월 12일 공개한 한옥마을지도는 가로 50cm, 세로 40cm 크기에 경기전, 전동성당, 오목대 등 한옥마을의 모습과 예로부터 전해오는 주민들의 이야기기 담겨져 있다.
『한옥마을자서전』은 전주한옥마을이 어떻게 생기고 변화해왔는지, 한옥마을에 얽힌 사연들을 주민들의 입을 통해 전하는 책이다. 8대조부터 내려온 3백년 집터로 손자와 함께 10대째 한옥마을에서 살고 있는 ‘삼백년가 슈퍼 할아버지댁’ 이주방씨, 일제시대에 지은 집의 원형을 그래도 지켜온 삼원당 한약방의 김종육씨 등 한옥마을의 터줏대감들이 들려주는 한옥마을 이야기는 그대로 한옥마을의 살아있는 역사이기도 하다.
“한옥마을이 너무 문화시설의 건립 쪽으로 흐르면서, 주민들의 생활과 한옥마을이라는 공간에 얽힌 이야기들의 발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삶의 공간으로써의 한옥마을이 변해가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죠. 이 일을 하다보니 경기전이나 오목대 등 한옥마을에 있는 역사적인 공간들에 대해 새로운 조명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한옥마을지도」와 『한옥마을자서전』을 펴낸 ‘한옥마을사람들’의 대표 김병수 공공작업소 심심 소장의 설명이다. 그는 “계속 있을 한옥마을의 변화 속에 주민들 스스로가 한옥마을의 정서나 힘 같은 것을 만들어나가는 주체로 거듭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한옥마을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나 정서를 발굴해 내는 작업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옥마을사람들’은 새해를 맞아 ‘한옥마을이야기 달력’을 준비 중에 있다.
동아리 형태의 지역 문화예술인들 모임인 ‘열린문화연구회’(대표 김순석)에서도 한옥마을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들과 정서를 발굴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마을의 이야기를 직접 공유할 때, 마을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게 됩니다. 마을에 대한 자부심, 이것이 바로 살아 숨쉬는 마을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핵심 코드라고 생각하구요. 이것이 없다면 절대 전통문화중심도시도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순석 대표의 설명이다.
열린문화연구회’는 ‘한옥마을 골목길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들과 정서를 발굴, 각 골목길마다 이야기가 있는 동네로 만들기 위해’, 정기적으로 각 골목길의 이야기 발굴과 사진 정리 작업 등을 해오고 있다. 지난 2004년 9월 마을주민들의 자치단체로 교동과 풍남동 주민 120여 명이 모여 창립한 ‘한옥마을공동체’도 이런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상에서 문화의 향기나 돋아나는 한옥마을을 만들기 위한 젊은 문화일꾼들의 활동도 돋보인다. 현재 한옥마을에서 자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민간주도 예술제에는 ‘전주산조예술제’와 ‘마임축제’가 있다.
산조의 존재와 가치를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전주산조예술제(운영위원장 김두경)는 1999년 탄생, 산조의 형식과 정신을 탐색하는 풍성한 마당벌림이다. ‘전주다움’과 산조를 결합시켜 한국의 정취에 맘껏 젖어들 수 있도록 한옥과 마당을 있는 그대로 활용하고 있으며, 관객과 연주자가 격의 없이 어우러지는 한 판 난장벌림을 그 속에서 만들어 가고 있다. 특히 제1회 전주예술제 창작판소리 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한 박태오씨의 ‘스타크歌’는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며 지난 10월 21일부터 24일까지 한옥마을 일대에서 열린 ‘전주한옥마을 마임축제’(전주한옥마을마임축제위원회·위원장 최경식)는 전죽의 마이머들이 한국적 정서와 전통의 맛을 살린 마임작품들을 선보이는 축제. 한옥마을 일대에서 한국의 전통과 어우러지는 다양한 장르의 문화적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이밖에 주민들과의 직접적인 교류를 통해 한옥마을의 연대의식을 높이고 아름다운 마을로 가꾸기 위한, 작지만 소중한 노력들도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 ‘한옥마을사람들’은 한옥마을 주민들과 함께 꽃씨와 박씨 등을 나누며, 운치 있는 한옥마을을 가꿔나가고 있다.
“한옥마을이 좀더 밝고 전통이 살아 숨쉬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큰 것 보다는 작은 것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주의 힘은 크지 않지만,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것들을 가꾸어 나갈 때 전주가 문화중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전주한옥마을에서 전통찻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시도씨의 설명이다.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를 이루기 위해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는 노력들과 함께 한옥마을 곳곳에서 자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문화 일꾼들의 활발한 움직임. 전통과 문화가 살아 숨쉬는 한옥마을에 대한 꿈은 이들의 땀방울을 먹고 자라는지도 모른다.
| 최정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