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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 | [특집]
문화산업 성공의 전제는 무엇인가
김경주 광주민예총 회장(2005-01-07 17:58:19)
2002년 말 대통령 선거유세 기간 중에 정치적 수사로 촉발된 소위 문화수도라는 말은 많은 논란을 내포하기에 충분했다. 사뭇 우월적이고 배타적이기까지 한 문화수도라는 용어에 대한 논란으로부터 그동안의 중앙집권적 개발정책에 의해 소외되었다고 생각하는 광주와 전남지역의 사람들은 균형발전이라는 논리에 맞춰 스스로 새 정부의 정책적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많은 오해를 불러 일으킬만한 일인 것이, 어디 문화가 특정지역을 정책적 대상화 하여 특혜를 주듯이 다뤄질 수 있는 것인가 하는데 있다. 따라서 문화관광부가 태스크포스팀을 꾸리고 1년여에 걸쳐 그 기본구상을 만들어 내는 데에는 그러한 많은 논란과 오해의 소지를 뛰어넘어 국가적 전략사업으로서 문화를 정책적 대상화하는 매우 포괄적인 개념접근을 필요로 했다.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건설이라는 명제가 말해주듯이 그 1차적 처소를 광주로 하고 있을 뿐 그 대상은 국내를 넘어 아시아의 문화적 허브건설이라는 방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거기에는 당연히 문화에 대한 국제적 교류와 문화에 대한 연구, 그리고 문화에 대한 교육이라는 삼각 축을 설정하고 향후에 촉발될 수 있는 문화상품시장의 원천자료가 생산적으로 제공될 수 있는 아시아문화의 전당을 그 핵심시설로 설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 저변에는 서구적 개념의 근대화 모델의 폐해를 극복하고 제3의 대안을 모색하여 이른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아시아적 모델을 만든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이기도 하다. 현대사회가 눈여겨 봐야할 것은 IT와 BT가 결합되는 이른바 첨단 신기술산업과 문화산업이기 때문에 그 설정은 지극히 타당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한국사회에서 문화를 정책적 대상화 하여 새로운 도시의 건설, 혹은 더 나아가 국가적 전략사업으로 다룬다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고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일이어서 그 방향설정에 관한한 매우 분분한 논의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왜 광주여야 하느냐 하는 문제로부터 그 정책적 접근 방향이 새로운 삶의 가치중심이여야 하느냐 혹은 문화산업중심의 경제적 지향이 우선이어야 하느냐하는 논란 등이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정치적, 더 노골적인 표현을 쓴다면 정략적인 입장 속에서 충돌할 가능성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한다면 문화를 삶의 가치로 보느냐 문화산업의 대상으로 보느냐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이분법이지만 가깝게는 지난 정부에서도 문화시장의 확대에만 눈이 팔려 지나친 산업편향의 정책만을 펴온 탓에 정작 기초예술이나 창의적 발상을 중시해야하는 문화에 대한 교육은 피폐해지도록 방치한 채 뿌리가 아닌 꽃에 거름주기식의 문화정책만을 확대했던 산업편향주의가 엄존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의 현실도 다르지 않은 것은 지난 시기 우리가 겪었던 압축성장주의의 폐해로 볼 수 있거니와 문화는 어떤 계기에 의해 즉각적이고 단속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차분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어찌되었건 금년 초 법에 준하는 대통령령으로 문화중심도시 조성위원회가 설립되었고 각 부처 장관과 민간인 전문가들이 이 문제를 함께 논의하기 시작했으며, 문화관광부 산하 추진기획단에서는 실무적 접근을 본격화 하는 것으로 이 문제는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고 본다. 문제는 기왕에 시작된 문화중심도시 논의가 광주라는 특정지역을 넘어서서 성공적인 차세대의 문화적 성장 동력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제들이 필요한가이다. 그 첫째로 시민사회의 문화해득력에 대한 성장이 필요하다고 본다. 시민이 스스로 향유하고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문화가 많은 경우 왜곡된 이데올로기에 포섭되어 있거나 사회적 불평등에 감염되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기에서 우리는 주체와 구조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며 문화중심도시는 시민들이 스스로 삶의 가치를 선택하게 하는 시민 주체형 문화도시여야 한다는 점이 강조 되어야 한다고 본다. 또 문화는 공공재로서의 성격과 경험재로서의 성격, 나아가 가치재로서의 성격을 함께 지니는 것으로 학문과 종교의 자유처럼 헌법이 정하는 문화권리를 시민 스스로 갖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여 스스로 주체가 되는 문화적 인식이 그 전제가 될 때 시민사회의 문화적 해득력은 성장할 수 있으며 이것은 모든 문화적 요소의 가장 기본적인 토양이 되기 때문이다. 둘째로 문화교육에 대한 정책적 고려이다. 그동안의 압축성장주의는 교육마저도 경쟁지상주의에 매몰시켜 우리의 전통적 문화가치나 사회적 정의 까지도 피폐하게 만들어 왔다. 모든 것을 인지교육중심의 교육구조 속으로 내몰아 정작 중요한 정서교육이나 사회적 소통을 위한 바람직한 교육은 고사 직전에 와있는 것이 현실이다. 역설적으로 말해서 문화산업조차도 기술산업이기 이전에 정서산업임을 감안해 본다면 통합교육으로서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중요성은 매우 높다. 현대사회는 정보부족의 사회가 아니라 정보과잉의 사회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그 넘쳐나는 정보를 가치 판별하여 어떻게 창의적으로 재구성해내느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여기에서 말하는 문화예술교육은 단순한 예능교육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학문과 장르를 넘나드는 통합교육으로서의 문제 해결능력을 갖는 창의성 교육을 이름이다. 마지막으로 문화산업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전략적인 접근방식에 대한 문제이다. 문화시장은 그 규모의 확대에 따라 마치 황금 알을 낳는 거위에 비견되기도 한다. 확실히 문화시장의 규모는 확대일로에 있으며 최근의 한류열풍 등에 기꺼워 하여 많은 사람들이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시장 규모의 1.2% 정도를 점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문화상품시장 규모이거니와 문화산업은 창구효과가 크고 망외부성이 큰 탓에 고부가 산업이기도 하지만 시장예측이 매우 어려운 고 위험 산업이기도 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다른 제조업 상품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시장실패요인을 보완하여 재판매가 가능하기도 하지만 예를 들어 영화상품등의 경우는 사실상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문화상품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우선 그 컨텐츠의 차별성이 뚜렷해야 하며 그것은 필연코 문화적 원천자료가 어디에서부터 발원 하는가에 대해 고민이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문화요소의 가장 기본인 시민사회의 문화해득력의 깊이라는 토양이 비옥해야 하고 그곳에 뿌리내리는 기초예술이 튼튼해야 하며, 그 줄기에 개입하는 교육과 정책이 적절하고 지속적일 때 문화의 가지와 잎은 무성해질 것이고 그 꽃인 문화절정을 이뤄낼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열매인 문화산업이 결과로 맺힌다는 장기적 전략이 필수불가결 하다는 것이다.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소박하고 지속적인 노력이 없이 문화산업의 성공을 꿈꾼다면 그것이야 말로 가장 비문화적 발상이 될 것임은 자명하지 않은가? 김경주 | 1957년 태어나 조선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동신대학교 조형디자인 학부장으로 일하고 있으면서, 시민문화회의 이사, 광주민예총회장, 문화관광부 문화행정혁신위원회 TF 위원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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