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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 | [문화저널]
<테마기획. 점 > 무식의 코드,겸허한 지혜를 얻으라
김정일 정신과 의원 원장(2005-01-07 17:47:24)
나는 매주 만원어치 씩 로또를 산다. 어쩌다 세 개가 맞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꽝'이다. 이번 주에도 여지없이 '꽝'이 나왔다. 미래를 하루만 일찍 알 수만 있다면 재벌이 되는 것도 시간문제인데 그게 그렇게 불가능하다. [백투더 퓨처]란 영화에서는 미래를 갈 수 있는 힘을 획득한자가 큰 부자가 되는 장면이 나오는 데 그 비결도 로또 번호를 미리 알아서이다. 6개의 번호를 미리 맞춰보라는 로또 사업자가 그렇게 자신만만한 것도 너희들은 아무리 용을 써도 하루 앞을 내다보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일 게다. 그러나 로또 번호를 아예 못 맞추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꿈을 꿨는데 돌아가신 아버지가 나와 4개의 숫자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6개를 정확히 가르쳐줬다는 예는 없는 것 같다. 인상적인 꿈을 꾸고 나서 샀더니 맞았다는 경우는 있지만. 이렇게 불가능한 일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중독된 듯이 로또를 산다. 아마도 한 순간에 인생 역전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리라. 미래를 조금만 일찍 알 수 있다면 운명을 바꾸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미래를 어떻게든 알아보려고 기를 쓴다. 로또를 미리 맞추는 점장이, 역술가, 무속인은 한 명도 없지만 자신의 내일, 미래를 알기위해 그들을 찾고 또 찾는다. 아마도 6개까지는 아니더라도 4개까지는 맞추겠지 하는 바램에서이리라. 좋은 꿈이 4개 정도는 가르쳐 주듯. 인생은 왜 미래를 미리 알 수 없을까? 그리고 왜 조금은 알 수 있을까? 그건 아마도 생명체의 에너지 축적과정 때문이 아닐까 한다. 나는 생명체가 에너지가 축적되다가 자율성을 획득하면서 탄생했다고 본다. 봄기운이 완연하면 아지랑이가 생기고 그 아지랑이도 많이 모이다 보면 전체 아지랑이를 총괄하는 자아 기능이 생긴다. [터미네이터]나 [로봇 I], [스페이스 오딧세이] 등의 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기계도 너무 에너지가 축적되다 보면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고 자기를 찾아 독립하는 자아가 생기게 된다. 그런데 이 에너지가 축적되는 과정이 흥미롭다. 생명체는 마치 영사기같이 자기가 경험한 것을 자기 안(필름)에 축적하고 다시 방출하게 되는 데(상영, 표현) 가급적 자기 안에 많은 에너지를 축적하기 위해 에너지를 축약하는 과정을 선택했다. 그래서 생명체의 안에는 많은 에너지가 엑기스로 저장되어 있으며 그들 에너지 결정체들은 불필요한 것들은 과감히 생략했다. 그 불필요한 것들이 말, 글, 일상의 세세한 것 등이다. 엑기스로 필요한 것은 보다 더 큰 자유로 터져 나아갈 수 있는 감정 등뿐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한 것들은 우리 안에서는 감정의 라인으로 축약되며 그것은 더 깊이 들어가게 되면 콤플렉스로, 리듬으로, 이미지로, 상징으로 결정화(crystalize)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엑기스로 모여 있기에 극과 극의 형태로만 존재하며(선과 악, 원 성욕과 공격성, 야누스의 두 얼굴) 그들은 자기들이 표현, 방출, 자유화되기 위해 생명체의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에너지가 축약되는 과정은 단호하여 일상과는 거리가 있으며 일상에서 최선을 다해 그 축약된 에너지를 잇기 위한 노력을 했을 때 방출되면서 일상의 자아에 더 큰 힘을 실어주게 된다. 이렇게 해서 내 안에는 무한한 잠재력이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 잠재력은 너무나 에너지가 강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수가 있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행성 사이를 오갈 수 있는 에너지가 있으면 시간 여행도 할 수 있을 거라고 했는데 우리 안에 수십억 년 동안 축적된 에너지는 이미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을 만큼 많이 모여 있는 것이다. 그 신비로움을 현실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꿈을 통해서이다. 꿈은 예지기능이 있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볼 수 있다고 하는 데 융은 꿈속에서 처음 본 도서관의 몇 번째 칸에 무슨 책이 있는 지까지 정확하게 맞췄다고 한다. 그러나 로또를 정확히 맞춰 돈을 챙겼다는 예지자가 아직까지 없는 걸 보면 그들 능력은 항상 발휘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것은 무의식의 의도대로 행해지는 것이지 의식이, 의식의 중심인 자아가 원한다고 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아는 뛰쳐나오려는 무의식의 에너지를 억압 통제하면서 현실에 적응케 되는 데 자아가 약하거나 발달이 안되게 되면 그 억압이 불충분해 자아 밑에 잠재해 있는 무의식의 에너지들은 그대로 튕겨나오면서 양극적인 속성을 발하게 된다. 그래서 자아가 약한 사람들이 원시적인 폭력, 성욕을 행사하곤 하는 것이다. 역술을 하는 사람들은 무의식의 기운이 강한 사람이다. 선천적으로 타고났든 후천적으로 고생을 많이 해서 기운을 깨웠든 잠재 에너지를 많이 깨운 사람들이고 그들은 그들 기운에 의해 손님을 보고 손님의 미래를 예측한다. 그러나 그것이 100프로 정확할 수는 없다. 앞서 말한 것 같이 그들 기운은 자아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도, 일상에 딱 맞게 정확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 사주 등에 의지하는 역술을 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무의식의 코드를 짚어가는 사람이다. 우주는, 무의식은 거대한 컴퓨터와 같다. 컴퓨터가 아무리 기능이 좋더라도 그 컴퓨터를 작동하는 방법을 모르면 고철덩이와 다를 바 없다. 사주는 그 거대한 컴퓨터를 작동하는 키워드이며 그들 키워드를 통해 인간의, 자연의, 우주의 에너지가 어떻게 돌아가고 흘러가는 지를 예측한다. 그러나 그 또한 항상 정확할 수가 없다. 그들 컴퓨터는 너무 기능이 좋고 스스로 살아있기 때문에 변화무쌍하고 무수한 차원을 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연과 우주에 비해서는 너무 취약하고 작은 존재이기 때문에 그 거대 컴퓨터에 어떻게라도 의지해서 생존에 유익한 정보를 뽑아내려고 한다. 그 정보가 우리의 실존이고 그릇된 정보는 우리의 실존을 망쳐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주와 무의식이라는 거대 컴퓨터는 너무 강하고 위대하기 때문에 오만하게 도전하려는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성실하고 겸허하게 열심히 노력하는 자에게만 조금씩 정보를 열어 준다. 아마도 역술은 욕심을 채우거나 조급한 해결을 구하기 위해서보다는 현실에 충실하면서 겸허한 지혜를 찾기 위해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김정일 | 1958년 서울 출생으로 용산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현재는 정신과 의원 원장으로 있으면서, 별자리 예술자료센터 소장, (주)별자리 대표이사, 세종대학교 사회교육원 연극치료학과 전임교수, 원광대학교 예술 치료대학원 연극치료학과 우대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프쉬케, 그대의 거울』, 『사이코 드라마』, 『나는 다만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을 뿐이다』, 『어떻게 태어난 인생인데』, 『아,하, 프로이트』, 『성격대로 살아가기』, 『아직 꿈꿀 권리가 나에게 있다』, 『어차피 사랑은 딜이다』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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