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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 | [문화저널]
<테마기획. 점 > 미래는 오늘을 어떻게 살아가는가의 결과
김은희 전북대학교 고고문화인류학과 강사(2005-01-07 17:42:39)
한국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점의 일종인 오늘의 운세나 사주를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점이란 『주역』「계사전」에서 “수를 모두 계산하여 미래를 아는 것을 점이라고 한다”라고 정의 해 놓았듯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한때는 점을 보는 것은 미신이라고 치부되어 대부분 음지에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점과 관련한 무속인, 역술인 등이 언론에서까지 공개적으로 다루어지면서 공론화 되어가고 있다. 그 예로 근래에 개봉되었던 무속인을 다룬 영화 「영매」가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현재에는 무속인을 주인공으로 한「왕꽃선녀님」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이처럼 우리사회에서 점과 관련한 수많은 무속 인터넷 사이트의 증가, 전화 상담, 무속인과 역술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아마도 현대사회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불안해지면서 미래를 알고자 하는 욕망이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점을 행할 수 있는 무속인과 역술가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이를 위해 먼저 무속이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먼저 한국의 무(巫) 유형은 크게 세습무(世襲巫)와 강신무(降神巫)로 대별된다. 물론 더 좁혀서 구분하면 이 밖에도 제주도 지역에서 보이는 심방형과 인간의 죽은 영혼이 강신(降神)하여 무당이 된 명두형을 추가하기도 하지만 크게 보면 위 두 유형에 포함된다고 하겠다. 세습무는 한 마디로 ‘대물린 무당’이다. 이들은 비록 신분제도라는 사회적 제약 하에서 가능한 일이었지만 가업으로 전해오는 굿을 ‘배워서’ 직업적인 무당의 길을 걷는 혈연집단을 말한다. 따라서 세습무 집단은 신에 의해서 선택되는 과정이 없기에 신병을 앓거나 내림굿의 과정이 없다. 이러한 유형은 한강이남 지역, 특히 전라도와 경상도 지역에 주로 분포하였었다. 전라도 지역은 단골이라고 불리는 세습무가 우세한 지역으로서 이들은 단골판이라는 독자적인 영역을 가지고 있었으나 현재는 그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강신무는 한 마디로 신이 내려서 내림굿을 받은 ‘신 내린 무당’을 일컫는다. 그리고 지역적으로 과거에는 한강을 기준으로 중북부 지역이 우세한 경향을 보였으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속학자 김태곤은 강신무의 특징을 강신(降神)체험과 영력의 소유, 강신한 몸주신과 그 몸주신을 모신 신단(神壇)의 소유, 신관의 구체화 확신, 가무로 정통 굿을 주관하는 사제(司祭), 영력에 의한 점복(占卜) 행위자로 들고 있다. 강신무가 되는 과정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평범했던 한 사람이 이유 없이 아프거나, 식욕이 없거나, 몸이 마르거나 하다가 환청이 들리거나 환상이 보이는 등 알 수 없는 증상을 보여 병원을 전전하지만 치료효과가 전혀 없다. 결국 무당을 찾아 점을 쳐서 신병(神病)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이것이 운명이라는 것을 안 후에는 신어머니를 통해서 내림굿을 받아 몸주를 모심으로써 무당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내림굿만으로도 신의 계시를 받고 신통력을 발휘하여 예언이나 점복 행위에 대한 능력을 획득하지만, 굿을 주재할 수 있는 무당이 되기 위해서는 굿에 대한 오랜 수련기간이 필요하다. 굿판에서 강신무는 신 그 자체이다. 신을 청해서 신이 몸으로 들어오면 무당 자신이 신이 되는 것으로 이른바 신과 인간이 합일하여 일원화되는 것이다. 굿판에서 무당이 좌중에 대하고 하는 말은 신의 말인 공수이고, 무당이 굿 절차마다 갈아입는 화려한 무복은 모두 신의 모습임을 나타내고자 함이다. 과거에 세습무와 강신무의 관계는 강신무가 점을 쳐서 진단을 하면 세습무가 굿으로서 처방을 하는 관계였지만 현대에는 세습무의 쇠퇴로 인해 이 모든 일을 강신무가 행하고 있다. 다음으로 역학이란 원래는 『주역』을 뜻하는 것으로 음양오행을 근원으로 하여 만상의 변화를 생각하고 이로써 인간에 대한 제반 문제를 궁구하는 학문이다. 이러한 역학으로 사람의 운명이나 운세를 추리하고 감정하는 일을 역술이라 하며 이를 행하는 사람을 역술가라 한다. 특히 사주풀이는 자연을 2개로 구분한 음(陰)과 양(陽) 그리고 이를 다시 5가지로 분류한 오행(五行)에 근거를 두고 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사물의 성질은 모두 음과 양으로 나누어지는데 양의 예를 들면 하늘, 낮, 봄, 여름, 따뜻함, 밝음, 남성, 가벼움, 상승, 정치, 경제, 기(氣) 등이고, 음의 예로는 땅, 밤, 가을, 겨울, 추움, 어두움, 여성, 무거움, 하강, 종교, 예술, 철학, 혈(血) 등이 있을 수 있다. 하늘이 있으면 땅이 있고, 남자가 있으면 여자가 있고, 외부가 있으면 내부가 있는 것과 같이 음과 양은 서로 관계를 갖고 있다. 음양설은 오행설보다 훨씬 먼저 성립된 것으로 음양의 사상으로 완전히 설명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다시 5개의 요소로 구분하여 설명한 오행설이 발전되었다. 즉, 음양 이외에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5개로 구분하여 나무(木), 불(火), 흙(土), 쇠(金), 물(水)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고 인간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였다. 또한 주역(周易)은 흔히 복희씨(伏羲氏)가 괘효(卦爻)의 획을 긋고, 문왕(文王)이 괘사(卦辭)를 붙이고, 주공(周公)이 효사(爻辭)를 붙이고, 공자(孔子)가 이들에 대한 해설을 붙여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주역의 가장 핵심적인 관점은 세 가지로 피아(彼我), 천지인(天地人), 음양(陰陽)이 그것이다. 첫째로, 주역은 모든 상황을 저와 나의 관계로 파악한다. 다시 말해서 세계와 자아의 관계로 파악하는 것이다. 그 어떤 것도 독자적으로는 존재할 수 없고 자아와 세계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둘째로, 주역은 모든 존재는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로 이루어져 있다고 본다. 하나의 존재는 이 세 가지가 어울려서 비로소 성립하는데, 이를테면 천(天)은 이상(理想)을, 지(地)는 현실(現實)을, 인(人)은 주체(主體)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주체가 현실적 토대 위에서 이상적 지향을 가지고 있을 때 비로소 하나의 존재로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셋째로, 주역은 천지인 삼재 각각이 음(陰)일 수도 있고 양(陽)일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음일 적에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반면, 양일 적에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역은 육십사괘(六十四卦)로 이루어져있다. 주역의 괘가 육십사괘인 것은 주역의 세 가지 관점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이다. 모든 상황은 피(彼)와 아(我)의 관계이고, 피(彼)와 아(我)는 각각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로 이루어져 있고, 천지인 삼재는 각각 음(陰) 또는 양(陽)일 수 있으니, 음 또는 양일 수 있는 천지인 삼재로 이루어진 피(彼)가 될 수 있는 경우가 여덟 가지이고 (건(乾), 태(兌), 이(離), 진(震), 손(巽), 감(坎), 간(艮), 곤(坤)), 마찬가지로 음 또는 양일 수 있는 천지인 삼재로 이루어진 아(我)가 될 수 있는 경우도 여덟 가지이니, 이러한 피(彼)와 아(我)가 만나서 이룩할 수 있는 관계는 예순 네 가지인 것이다. 이러한 괘의 해석을 통해서 미래를 예측해 내는 것이다. 신과의 교감을 통해서 미래를 알려주는 무속인에게 점을 보든 주역을 통한 64괘를 해석하여 앞날을 예측해 주는 역술가에게 점을 보든 명심해야 할 한 가지는 점괘를 전적으로 의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단지, 미래에 있을 불행에 대응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길잡이로서, 혹은 나를 잘 아는 친구의 조언 정도로 받아들여서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더 노력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나쁜 사주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자신의 몸가짐을 더욱 조심스럽게 하며, 좋은 사주는 신중하며 용기 있게 대처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사주나 팔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심상(心想)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해나가면서 살다보면 만족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미래란 오늘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른 결과인 것이다. 김은희 | 전주에서 태어났다.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했다. 현재는 전북대학교 고고문화인류학과에 출강하고 있다. 논문으로는 「생애사를 통해 본 무녀의 경험세계」가 있고, 저서로는 『여성무속인의 생애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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