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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 | [문화저널]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재위탁,어떻게 이뤄졌나
김회경 문화저널 기자(2005-01-07 14:18:06)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민간위탁 문제를 둘러싸고 지난 2002년 후반은 또 한번의 홍역기였다. 시설 건립을 전후로 민간위탁에 대한 지역 문화계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수탁단체 자격 문제 등을 놓고 설왕설래 논란을 빚으며 위탁 초기부터 불거져 나왔던 문화계 안팎의 우려가 고스란히 재현된 결과였다. 수탁단체의 자격을 엄중히 따지는 객관적 지표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비판은 수탁자인 중앙공연문화재단의 내부 문제가 돌출되면서 더욱 높아졌다. 전북도가 민간 전문가에게 맡겨 운영해 온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개관 1년을 맞은 지난 9월, 운영 평가에서 비교적 양호한 점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수탁 단체인 중앙공연문화재단 내부에선 거친 파열음이 퉁겨져 나왔다. 재단 이사장 전횡과 비도덕성을 들어 일부 직원들이 퇴진을 요구하며 침묵시위를 벌였고, 직원들 사이에서도 반목과 갈등이 깊어질 대로 깊어져 새로운 단체에 재위탁을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양승룡 이사장의 비도덕성과 전횡은 이른바 정실인사와 여직원과의 추문 등으로 모아져 음해론과 사실론이 팽팽히 대립하는 속에서 직원 해고와 법정 대응이라는 극단의 상황으로 전개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가 용역을 맡았던 전북대 이정덕 교수가 양 이사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데 이어 도내 시민단체 역시 양 이사장의 퇴진과 재위탁 등을 요구하며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져 나갔다. 위탁 초기 비영리 재단으로서의 법적 위치에 대한 의문과 급조된 신생 단체의 경력 승계 부분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한 채 중앙공연문화재단이 수탁자로 선정됐었다. 양 이사장의 자질문제로부터 불거진 이번 사태는 전북도가 당시 위탁 자격을 완화해 중앙공연문화재단에 수탁권을 부여했다는 이른바 '원죄론'이 고개를 들면서 이번 사태는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양분된 입장에서 한치도 물러설 것 같지 않던 이른바 '이사장파'와 '퇴진 요구파'의 대립은 지난 11월 양 이사장이 사표를 제출함으로써 진정되는 모양새를 띠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문화계 안팎으로 위탁단체 선정 절차 및 자격시비 등의 문제가 다시 불붙으며 재위탁 과정과 심사 기준에 더욱더 관심이 증폭됐다. "중앙공연문화재단 내부 문제일 뿐"이라며 모호한 태도로 일관해오다 지역 문화계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던 전북도는 이 같은 여론을 고려해 중앙공연문화재단이 아닌 새로운 단체에 위탁을 맡기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12월 20일 심사를 거쳐 예원대 재단인 예문학원(이사장 차종선)을 새로운 수탁자로 결정했다. 전북도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데에는 지난 2001년 소리전당 민간위탁단체 선정 때 불거진 중앙공연문화재단의 자격 시비와 도의 위탁자격 완화 의혹 등으로 실추된 권위와 위탁과정의 투명성을 회복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소리문화의전당 민간위탁에 도내 문화예술계와 서울 문화관련 단체의 관심은 예상 밖으로 뜨거웠다. 민간위탁단체 모집 공고가 나간 이후 소리전당 수탁에 관심을 보인 단체는 모두 일곱 곳. 이 가운데 실제로 수탁 희망을 밝히고 응모에 참여한 단체는 다섯 곳이다. 전북도가 마련한 현장설명회에는 백제예술대학과 예원대학교 재단인 예문, 햇살PNP, (주)환경개발 등 도내 단체 네 곳과 정동극장, 한전아츠풀센터 등 서울 단체 두 곳, 그리고 중앙공연문화재단 등이 참여해 두 단체만이 응모했던 지난 2001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졌다. 수탁단체 내부 문제로 인한 자격시비가 불거진 점이나 참여 희망자가 다수라는 점에서 수탁자 선정 절차와 심사 내용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졌다. 전북도 관계자와 지역 및 서울지역 공연시설 전문가 11명이 참여한 심사위원회(위원장 한계수 행정부지사)는 실제 위탁 공모에 참여한 백암학원과 중앙공연문화재단, 예문학원, 우리문화진흥회, 아츠풀문화재단 등 다섯개 단체의 소리전당 사업계획과 지역문화발전 비전 등을 감안해 예문학원을 1순위 협상대상으로 선정하고 지난 12월 20일 위수탁 협약서를 체결했다. 심사위원회는 사업계획과 책임경영, 문화사업수행실적 등 3개 분야에 걸쳐 심사기준과 배점을 확정하는 데에도 마라톤 회의를 벌이는 등 수탁자 결정에 진통을 겪었다. 심사위원은 한계수 행정부지사를 비롯해 곽병창 전통문화센터관장, 공인회계사 권휘일씨, 김주호 메타기획컨설팅 대표, 박성일 도문화관광국장, 이상문 도의원, 이재호 전주KBS 보도국장, 이철순 전국문예회관연합회 사무국장, 정성환 전북대예술대학장, 조석준 예술의전당 교육팀장, 조명 디자이너 최형오씨 등 11명이 참여했다. 새로운 수탁자로 결정된 예문학원은 중앙공연문화재단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재단으로부터 해고당한 서현석 예술감독과 최문규 차장, 전재홍 대리 등 세 명의 인력을 끌어안아 이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함으로써 심사위원들로부터 고른 점수를 얻었다. 부당 해고와 관련해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들은 수탁자가 예문학원으로 결정됨으로써 서울에서 활동할 뜻을 내비친 전 서현석 예술감독을 제외하고 향후 소리문화전당 운영팀의 일원으로 일하게 됐다. 법정 공방은 중앙공연문화재단의 재위탁이 성사되지 못함으로써 복직이 아닌 명예 회복에 초점이 맞춰지게 됐다. 새 수탁자인 예문학원은 소리문화전당 직원들의 내부 동요를 진정시키고 안정 운영의 발판을 조속히 마련하면서 직원들의 효율적인 고용 승계라는 숙제를 안게 됐는데, 특히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던 고용 승계 부분은 전북도의 권고와 지역 여론을 감안해 잔류 희망자의 95% 이상을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문 경영 마인드와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를 갖춘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서울 호암아트홀 개관행사와 문화일보 홀 갤러리 등을 총괄하며 이 분야에 실무 능력을 쌓아온 이인권씨를 새로운 예술감독 겸 경영 책임자로 영입키로 했다. 소리문화전당은 최근 일고 있는 문화예술 관련 시설에 대한 민간위탁 방안의 실효성과 현실성을 가늠하는 중요 척도라는 점에서 재위탁 과정이 남긴 의미와 시사점은 적지 않다. 초기 수탁자였던 중앙공연문화재단의 내부 사태가 표면적으로는 이사장 전횡과 비도덕성 등으로 불거져 가벼운 가십거리로 전락할 수 있었지만, 대규모 문화공간을 운영하는 경영 책임자에겐 무엇보다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와 철학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기회였다. 위탁 자격을 묻는 요건들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되돌아 볼 수 있었다. 내부에서부터 불거져 나온 이사장 퇴진 움직임과 직원 간 갈등으로 표출된 중앙공연문화재단의 문제는 수탁단체의 자격과 경영자의 자질을 꼼꼼히 따져보지 못한데 따른 예견된 결과였다는 지적 또한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좋지 않은 모양새로 씁쓸한 뒷맛을 남긴 이번 소리문화전당 재위탁 과정은 전북도와 지역 문화계가 건강한 시행착오를 통한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 문화예술에 대한 사명과 책임을 바탕으로 지역 문화 활성화를 촉진하는 자극제로서 공공성과 효율성을 일궈갈 책임 있는 단체를 선정하는 안목과 엄정한 기준 마련이 앞으로 전북도와 지역 문화계가 지속적으로 고민해 가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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