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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 | [문화저널]
이제 너의 날개를 활짝 펴라!
김옥현 전북사대부고 교사(2005-01-07 14:06:58)
수능 안녕! 오늘은 어제의 하늘이 아니지? 이제 너의 날개를 활짝 펴라! 눈비비고 달려나와 셔틀버스 타고 교실에 앉으면 숨돌릴 틈 없이 20분 영어듣기 훈련, 내려 감기는 눈 올려 뜨고 수업, 또 수업... 그리고 야자, 집에 가면 12시 넘어도 그냥 자기 서운해 다 못 본 책을 또 편다. 우리 고3 아이들의 수능 이전 생활이다. 뜻하는 대학, 학과와는 너무도 먼 점수표를 가지고 각종 다채로운 정보를 견주어가며 1점이라도 손해보지 않는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땀이 난다. 변환 표준 점수 반영, 원점수 반영, 총점 반영, 영역별 반영, 가중치, 내신 비율 등...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방법을 찾아본다. 심층 구술 면접을 준비해야 한다. 댄스가수들의 립싱크에 대한 견해는? 과학의 價値 中立性이 뜻하는 것은? 디지털 격차에 대해 설명하고 그 문제점에 대해 말해 보라. 논술 준비도 해야 한다. 다음의 예화와 관련하여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진정한 사회적 참여를 이루기 위해 다양한 측면에서 개선해야 할 방향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하시오. 다음에 제시한 소설 인용문으로부터 우리 문화와 관련된 문제들을 유추하여 지적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하시오. 스텐리와 리빙스턴, 브라크와 블라맹크가 튀어나오고, 에리히 프롬의 疎外가 보통으로 언급된다. 과학과 철학의 관계, 인문학의 위기와 극복 방법을, 그리고 레드 이코노미가 뭔지, 우리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신문에도 안나오는 한자를 익혀 한자 섞인 제시문을 읽어내야 하고, 한글과 영문으로 각각 나오는 제시문을 엮어 읽고 논해야 한다. 알아가는 건 알아간다고 하자. 한 단계 더 나아가 충분히 소화하여 자기 생각을 자기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 면접, 논술이 급하지 않은 친구들은 영어 학원에도 일어 학원에도 다니며 꿈을 키운다. 요가를 배우며 몸과 마음을 단련한다. 부지런히 운전도 배워 둔다. 맘 편히 현실 감각에 맞추고, 제 2의 도약을 위해 충전하는 씩씩한 친구들도 많다. 몇 해 전 대학 그만 두고 백화점 악세서리 코너에서 일하며 보석 감정사 자격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고 용기내는 미상이를 보며 인생이 새로웠다. SKY대에 진학하게 된 친구들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댄스스포츠가 좋다며 의욕을 보이는 정수, 요리로 성공할 거라고 큰소리치며 제빵 제과부터 시작해서 한국요리랑 각국 요리에 대해 연구해보겠다고 덤비는 숙경이, '밤으로의 긴 여로'에 빠져 밤낮없이 연습에 몰두해 딴 세상을 숨쉬고 있는 정윤이, 자기는 원하는 학과에 지원하지 못했으니 지금부터 아예 공무원 시험 공부할 거라며 벌써 공무원 시험 대비 학원을 다니는 지은이,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꿈꾸며 실기 연마에 휴대폰 받을 틈도 없는 요원이, 공부만 하는 줄 알았더니 열심히 재즈 댄스도 배우러 다니는 희민이, 새침만 부리던 현지는 친구들과 3박4일 떠난 여행지에서 전화를 했다. '바다가 너무 좋아요.' 그래 딴 세상에서 마음껏 숨쉬고 와라. 녀석아, 훨훨 날 수 있도록. 이제 너의 날개를 활짝 펴라. 그리고 날자. 여유롭게. 패스트 푸드는 안녕. 이젠 슬로우 푸드를. 느리게 사는 지혜를 가지라며 피에르 쌍소가 제안한다. 나만의 시간을 갖고 발걸음 닿는 대로, 풍경이 부르는 대로 한가로이 거닐어 볼 것, 권태를 즐겨볼 것, 우리의 내면 속에 자리잡고 있는 꿈을 일깨울 것, 가장 넓고 큰 가능성을 열어 두고 기다릴 것, 지나간 낡은 시간, 추억의 한 부분을 다시 떠올려 볼 것, 내면에서 진실이 자라나도록 글쓰기를 할 것, 와인에 빠져볼 것, 절제보다는 절도를 가지도록 할 것. 세차게 흘러가는 강물이나 거세게 휘몰아치는 회오리바람 속에서도 휩쓸리지 않고 나만의 리듬을 잃지 않기 위해서, 일상 생활이 담고 있는 '하루'의 분주함이 아니라, '하루'의 감성적이고 시적인 형태를 포착할 것. 아침에는 햇살이, 저녁에는 어둠이,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 어떻게 자신에게 말을 거는지 알도록 할 것... 빠른 현대 리듬 속에서 나만의 빛깔을 고집하며 굼뜨게 살아가기. 그리고 세 가지를 기억하자. 첫째, 주체적인 세계를 구축해나간다. 둘째, 보통 말하는 성공적인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自負心을 가지기 위해 공부한다. 셋째, 뜻한 일을 이루기 위해 자신이 서있는 곳에서 언제나 즐거운 마음으로 임한다. 옛 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聖誕祭라는 詩가 떠오르는 때, 한해가 저물고 있다.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려 새 날개를 단 이들을 감싸 안아준다. 하나씩 둘씩 날개가 펼쳐 오른다. 그들을 바라보는 세상이 여유롭고 아름답다. 민중이 만들어 낸 대통령을 바라보는 세상이 뿌듯하다. '오늘 2002년 12월 19일은 당신이 대통령이 된 날입니다. 바보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낸 날입니다.' 투박하지만 진솔해서 좋다. 너와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 좋다. 새로 만들어 간다는 것은 너도, 나도 주인이 되어 만드는 과정에 즐겁게 동참한다는 것이다. '수능이여, 안녕' 하고 새롭게 떠나는 너, 이제는 인생의 설계사가 되어 너의 인생을 활기차게 가꾸어 가라. 너만의 향기가 나게 하라. 'Present(現在)는 Present(膳物)이다'는 축복의 메시지를 가슴에 새기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늘을 보라. 너와 내가 함께 하는 하늘을. 김옥현 | 전주에서 태어났다. 전주여고를 졸업했으며 전북대 영어교육과를 나와 현재 전북대사대부설고등학교 영어 교사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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