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 | [시]
흰 접시꽃 두송이,미선이와 효순이에게
박남준(2005-01-07 14:01:30)
그 날 유월 푸른 하늘
햇살아래 눈부신 흰빛으로 피어나던 접시꽃을 보았다
그 날 유월 십삼일
미군의 궤도차량에 난도질처럼 으깨어진 흰 접시꽃 두 송이가 있었다
살아서 세상의 작은 등불이었을 어린 꽃들이
붉은 피 흘리며 죽어 이 땅의 한 사람 한 사람
까맣게 잊고 살던 우리들을 일깨우는구나
여기 이렇게 우리들의 손에 들린 촛불이 되어 타오르는구나
죄가 있다면 이 잘못된 조국,
자국민의 존엄성과 생존권을 보호하지 못하고 짓밟으려는
못난 조국에서 태어난 것이리라
제국주의 미국의 식민지, 분단된 땅을 조국이라는 이름으로 둔 것이리라
사리사욕에 물든 이 나라 정치꾼들이
역대 군사독재 정권들이 너희들을 죽였다
미국에 빌붙어 눈치만 살피는 이 나라 대통령들이 너희들을 죽였다
아니다 내가 너희들을 죽였구나
힘없는 이 땅이 너희들의 참혹한 죽음을 불러일으켰구나
지켜보거라 미선아 효순아
세상의 곳곳에서 저지르는 미군과 제국주의 미국의 만행을
똑똑히 지켜보아라 학살당하는 모든 민족의 고통을
기억하리라 이제 우리 살아있는 사람들의 가슴에서 가슴으로
결코 너희들의 죽음 헛되지 않고 낱낱이 기억되리라
미선아 효순아
몸은 비록 죽었으나 죽지 않고 우리들 곁에 살아
아직은 가지말고 두 눈 꼭 부릅뜨고 일어나 보거라
피어나리라 죽음을 넘어 피어나리라
꺼지지 않는 촛불이 되어 활활 타오르리라
멈추지 않으리라 꺼지지 않으리라
산과 들녘, 이 땅 우리 민족 자주자존의 올곧은 정신이 되어
다시 피어나리라 깃발이 되어 휘날리리라 흰 접시꽃 두 송이
한·미주둔군지위협정 소파개정협정이 아닌 미군철수의 그 날까지
분단된 조국 통일의 함성이 이 땅 구석구석 메아리칠 그 날까지
손을 잡고 함께 나가리라 온몸으로 달려가리라
살인미군 처벌하고 부시는 즉각 사죄하라!
살인미군 무죄판결 소파협정 개정하라!
분단조국 고착하는 미군은 즉각 철수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