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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 | [문화가 정보]
전통문화의 가치와 전략을 만든다
문화저널(2005-01-07 13:38:02)
전주시 교동 한옥마을에 민간 자본이 투자된 새로운 문화 공간이 들어섰다. 고만고만한 건물 사이로 단아한 한옥지붕이 더없이 한가로운 곳, 전주 향교 부속건물로 재능 있는 청소년들이 모여 생원과 진사 시험을 대비하던 이 곳이 전주 전통 문화와 차 문화 보급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로 거듭난다. 12월 13일 한옥마을 내 민간 문화공간으로 단장한 양사재(養士齋)가 문을 열었다. 양사재는 번잡한 도심 안에서 옛 정취와 조선시대 전주를 대표하는 상징 건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역할을 찾지 못하다 뜻 있는 몇 사람에 의해 현대적 의미와 기능을 새롭게 부여받게 됐다. 최근 들어 한옥마을 일대가 실질적인 문화상품 개발과 관광 수익을 위한 거점 공간으로 개발되면서 전주시의 야심찬 구도심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양사재의 탄생은 민간 자본이 투자된 첫 주자라는 점에서 민과 관이 양 날개를 이루며 이 지역의 새로운 개발 모델을 세워갈 의미 있는 출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주 향교로부터 10년 임대 계약을 맺고 양사재의 운영권을 따 낸 이들은 전통문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키워온 박시도·김순석·정재민씨(사진). 수익 창출을 위한 단순한 영업 공간이 아닌, 문화교류와 문화정보센터, 그리고 차를 비롯한 전국 특산물 유통 등 다양한 역할을 담아내겠다는 것이 이들의 전략이다. 언 땅을 밟으며 하나둘 이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발길이 모이고, 방 구들에는 장작불이 활활 더운 온기를 전하며 양사재의 신고식이 시작됐다. 양사재 발전을 축원하는 비나리 굿이 이어지고, 관심을 갖고 모여든 손님들을 위해 향긋한 차 한잔이 전해진다. 낮은 담벼락 사이로 기웃기웃 동네 주민들이 얼굴을 내밀고, 화덕이며 장작불 타는 아궁이 주변엔 이 곳을 찾은 손님들이 언 발을 녹이느라 삼삼오오 잔치 분위기를 돋구고 있다. 세 명의 공동대표들은 다소 긴장된 모습으로 개업 고사굿을 치르고, 주변의 구경꾼들은 한 마디씩 축원의 말들을 건넨다. 차와 음악, 판굿과 어울림 문화 마당이 펼쳐지는 이 곳이 한옥 마을의 문화 관광 전략이 구사되는 거점 시설로 자리잡게 된다. 전주시가 민간 전문가에게 운영을 위탁한 전주전통문화센터나 한옥생활체험관, 술박물관, 전주공예품센터 등과는 형식이나 성격에 있어 차별화가 전제된 공간이지만, 이들과의 교류와 어울림은 한옥마을 전체의 이미지를 알리고 구축해 나가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민간 시설인 만큼 관 주도로 운영되는 타 시설들에 비해 운영에 있어 비교적 자유로움과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사재에 거는 기대는 각별하다. 무엇보다 운영자들에겐 전통문화에 대한 사명과 공공성을 염두에 둔 경영 마인드가 필요한 덕목이다. 역사와 전통이 깃든 지역 자산을 민간에게 10년이라는 경영 기간을 부여한 것은 책임과 사명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일구어 달라는 지역 주민의 주문이 실린 부분이다. 세 명의 공동대표는 단순한 숙박기능을 뛰어 넘어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그 가능성을 가꾸고 찾아내겠다고 밝히고 있다. 민박시설인 6개(2~3인용)의 방이 갖춰지고, 상시적인 문화 공연이 이뤄지며, 지역 문화예술에 관심과 애정을 가진 젊은 문화 일꾼들이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전하는 곳. 양사재가 일궈나가겠다는 앞으로의 계획이다. 여기에 시대 변화로 어렵고 까다로운 문화가 되어버린 차 문화를 대중화·일반화하기 위한 전국 야생차밭 기행 등 아기자기한 프로그램들이 짜여져 있다. 한옥마을에 대한 민간 투자 활성화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점, 양사재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무엇보다 교동 주민들의 삶과 일상이 녹아든 한옥마을 활성화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운영팀의 의지가 양사재와 교동 한옥마을의 가치와 문화 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을 일구어 가는 든든한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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