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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 | [건강보감]
뇌파기기의 발명으로 알게 된'간질'
이인교 한의사(2005-01-06 11:29:11)
친부를 살해한 스메르짜코프가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입에 거품을 물고 온 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몸부림을 치고 있는 간질의 발작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한 구절이 도스토 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에서 나옵니다. 읽던 당시에는 무심히 넘어갔었는데 후에 대학에 와 간질에 대한 병을 공부할 때 다시 이 부분을 찾아 읽고서는 작가 자신이 간질병환자였다는 점이 떠올라 자신의 병적 고통이 있었기에 그 질환을 그토록 섬세하게 표현했겠구나 하는 짐작을 했습니다. 간질(epilepsy)은 보통 전체발작(혹은 대발작)시 지적기능이나 의식의 장애를 수반하며 전신이 경직되거나 떨리는 현상, 감각이상, 정신장애, 괴상한 소리, 안면창백, 입에 거품을 내품으며 발작 후 깊은 수면에 빠져들곤 합니다. 간질은 외세로부터 엄습되어진다는 의미의 희랍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고대시대에는 신으로부터 저주받은 결과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비로소 그 이론이 전개된 것은 19세기 후엽이며 본격적인 발전은 뇌파기기의 발명부터라 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가장 오래된 의서인 황제내경(黃帝內經)에 전질(癲疾)이라 하여 그 증상이 언급된 후 수대에 걸쳐 수많은 연구를 통해 현재에도 많은 논문이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병명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반인구의 0.5%정도의 발병률을 보이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20~30만명의 환자가 있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5세 미만이나 노인층에 빈발하며 남자가 여자에 비해 약간 많이 발생하며 밤보다 낮에 더 많은 발생 빈도를 보입니다. 한의학에서는 변증(辨證)을 할 때 발작기에는 크게 양간(陽癎)과 음간(陰癎)으로 분류후 이를 다시 간풍협담(肝風挾痰) 간화담열(肝火痰熱) 어혈협담(瘀血挾痰)과 한담폐색(寒痰閉塞)으로 각각 분류하고 간헐기에는 간신음허(肝腎陰虛) 비위기허(脾胃氣虛)로 변증합니다. 이의 원인은 유전적인 소인이나 선천적인 뇌질환, 주산기장애, 뇌염, 머리의 외상, 전해질이나 수분의 대사장애로 보아 이들로 인하여 대뇌 피질부에 있는 세포가 비정상적인 과잉활동을 함으로써 나타나는 임상상의 소견으로 간주하며 한의학에서는 담으로 인하거나(積痰), 울화(鬱火), 정신적인 충격(驚恐) 등으로 오는 것으로 봅니다. 일단 발작이 일어나면 주위에서는 환자에게 깨물어서 생긴 혀의 출혈이나 치아의 손상, 머리의 외상, 척추골절 등을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하며 환자 스스로도 운전이나 수영, 등산 등을 삼가토록 해야합니다. 또한 환자를 바로 눕히고 머리 밑에 푹신하거나 부드러운 것을 받쳐놓고 단추 등을 풀어 옷을 느슨하게 해줍니다. 환자의 외상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날카롭거나 딱딱한 물건을 주변으로부터 치웁니다. 발작중인 환자를 억지로 잡거나 누르지 않아야 하는데, 이는 억지로 잡는다고 해서 발작이 멈추어지는 것도 아니고, 잡는 것 자체가 오히려 환자를 위험하게 합니다. 경련이 끝난 후에는 환자를 옆으로 돌려 눕혀 침이 입 밖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도록 해주며, 완전히 깨어날 때까지 음식물 등을 먹여서는 안됩니다. 한의학에서는 담 제거가 우선이고(割痰) 차후 기를 소통시키며 속을 다스려줍니다(順氣和中). 발작 시에는 인중(人中), 용천(涌泉) 등의 혈자리를 강하게 자극시키고 변증에 따라 약물을 복용시키며, 간헐기에는 풍부(風府) 대추(大椎) 인중 등에 자침하고 관원(關元) 심수(心兪)에 뜸을 한후 약물을 복용시킵니다. 일반적인 약물은 위의 치법에 부합하는 정간환(定癎丸) 등을 사용합니다. 이인교 | 1968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원광대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군포한방병원에서 수련의 과정을 거쳤다. 현재 임실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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