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1 | [삶이담긴 옷이야기]
옷과 에로티시즘
최미현 패션디자이너(2005-01-06 11:24:18)
에로스(Ero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신이다. 로마 신화의 규피드(Cupid)와 같으며, 사랑과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 즉 비너스의 아들로 알려져 있다.
그는 날개가 있고 활과 화살을 가지고 다니는데, 누구든 그가 쏜 황금 화살에 맞으면 사랑에 빠지게되고, 납 화살에 맞으면 미움에 빠지게 된다. 처음에는 날개 달린 개구쟁이 소년의 모습이었다가 점점 변신하여 활과 화살을 가진 어린이의 모습으로 정착되었다.
절세 미녀인 프시케를 질투한 아프로디테는 그의 아들을 보내 프시케를 가장 못생긴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하려고 하지만 에로스는 프시케를 보는 순간 사랑에 빠져 어머니의 명령을 거역한다. 자신의 말을 거역하고 그의 모습을 훔쳐 본 프시케와 헤어지지만 둘은 다시 사랑으로 맺어지게 된다. 에로스는 유럽의 예술에 많은 소재를 제공했으며, 인간만이 아니라 신도 역시 사랑에 빠지고 상처를 받는 존재임을 말해준다.
공자도 식욕과 성욕을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두 가지 욕망으로 말하였다. 식욕은 자유롭게 밖으로 표출되는 반면 성욕은 문명이 발전할수록 억압되었으며 변태적인 구조로 다시 포장되기도 하였다. 옷에도 역시 인간의 이런 의식들이 잘 드러나는데 웹스터 마크(Webster Marck)는 성감대의 이동설을 주장하였다. 말하자면 여성의 신체는 어느 부위라도 이성에게 매혹적이며, 여성의 옷은 시대별로 성감대 부위에 따라 강조점이 옮아간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유행의 변화란 바로 에로틱한 부위의 이동으로 시대에 따라 여성의 다리, 가슴, 배꼽, 등, 엉덩이와 같은 부분이 강조된 옷이 유행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강조된 부위에 남성들의 관심이 사라지면 다른 부위가 강조된 옷이 유행한다.
영국의 디자이너 메리 퀸트는 '패션의 포인트나 종착점은 성적표현에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성간의 '보고자 하는 욕망'과 '보이고자 하는 욕망'은 복식에서 끊임없이 나타나는 공통된 심리이다.
옷에서 이런 욕망들은 미묘하게 드러나는데 가장 간단한 예로 의상에서 '잠금'의 장치와 연관이 있다. 옷을 잠그는데는 단추, 지퍼, 후크, 리본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이것은 묘하게 사람의 호기심을 일깨운다. 조그만 단추가 촘촘히 박힌 옷은 여는데 시간과 끈기가 필요하기에 정숙한 이미지를 풍기는 반면 정면에 지퍼가 달린 옷은 한번에 열 수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런 이미지는 그런 옷을 입은 사람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지퍼를 만지작거릴 때 한층 강해진다. 플뤼겔(Peter Fluegel)은 옷에 달린 지퍼나 단추를 가지고 손장난하는 것은 자위행위의 한 형태라고 한다.
또한 옷을 입었음에도 신체부위의 노출은 문화권에 따라 다르다. 가슴부위의 노출은 몸 전체를 감추면서도 가능한 한 몸을 많이 드러내 보일 수 있어서 낭만적이고 매혹적인 에로티시즘을 자아낸다. 코닝(Konig)은 여성 의상에서 깊게 파인 목 부분은 직접적인 자극보다 심미적인 에로티시즘이라고 한다. 여성의 유방 역시 관심의 대상으로 50년대에는 크고 잘룩한 허리가 성숙한 여인의 모습을 표현했다면 60년대에는 납작한 가슴이 유행했다. 대신 다리를 과감하게 노출해 신체의 다른 곳으로 관심을 이동 시켰던 것이다. 몸의 다른 부분을 가린 채 등 부분만 노출하는 것은 억제된 에로티시즘으로 받아들여진다. 이것은 오히려 가슴노출보다 더 심한 제재를 받기도 했다. 또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다리가 노출되고 그와 함께 여성들의 성의 해방도 이루어졌다. 그러면서 점점 감추어진 형태에서 은근하던 에로티시즘이 점점 노골적이고 직접적으로 표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