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1 | [클릭! 사이버월드]
동거,내여자 일? 그건 못 참지
최정학 기자(2005-01-06 11:16:41)
남자와 여자의 우연한 동거가 시작된다. 둘은 티격태격 싸우다가 사랑이 싹트고, 결국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이루게 된다.
지난 여름 MBC를 통해 방영된 미니시리즈 <옥탑방 고양이>는 일부 매니아들까지 탄생시키며 대성공을 거뒀다. 성과 결혼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변화된 의식과 '동거'라는 비밀스런(?) 풍속도를 공중파에 실려보냈던 이 드라마는 종영 후에도 수없이 회자되며, 신드롬을 낳게 되는데, 이름하여 '동거 신드롬'이다.
문화저널이 새롭게 시작한 코너, '사이버 난타'는 바로 이 동거에 관한 난타전으로 시작됐다.
유일한 기혼자인 40대 최인님, 여러모로 '쿨'한 30대 시인과나님, 순결 이데올로기를 은근히 강조하는 20대 취업준비생 콘도르7654님, '동거'는 개인적 선택이라고 규정하는 20대 대학생 검은새님이 인터넷 채팅방에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첫 시도라 여러 가지 에피소드도 많았다. 채팅방을 못 찾아 헤매거나 서버 불안정을 이유로 들락날락 산만한 참가자, 거기에 '독수리 타법' 때문에 의사전달에 한계를 느낀 참가자 등등. '사이버 난타'가 아니라면 볼 수 없는 재미있는 광경들이다.
세대별, 혹은 성별로 의견차이가 생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동거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때문에 토론의 방향은 동거에 대한 찬반 논의보다는 결혼이나 불륜에 대한 생각, 심지어는 내밀한(?) 경험담까지 나오게 되는데... 때마침 터져 나온 콘도르7654의 돌출 발언은 여성 패널들의 심기를 자극한다. 세상 여자들은 다 해도 내 여자만은 안된다나? 대책 없이 터져 나오는 솔직 담백한 토크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일 시 : 10월 16일 오후 8시 문화저널 카페 채팅방
참가자 : 최인(최인·45·남·CBS기자)
시인과나(이경진·35·남·서천문화원 사무국장)
콘도르7654(박신호·27·남·취업준비생)
검은새(박진희·21·여·전북대 학생)
김회경(김회경·29·여·문화저널 기자)
진행·정리 : 최정학 기자
김회경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다들 바쁜 시간 쪼개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제는 미리 예고해드린 대로 요즘 한창 이슈화 되고있는 '동거'에 관한 것입니다. '동거'에 관한 생각을 자유롭게 얘기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혼전 동거를 나쁘다 좋다 이분법적으로 갈라버리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최인·검은새 : 그렇죠.
김회경 : 그런데, 요즘 사람들 혼전동거 왜 할까요?
검은새 : 훔... 개인적인 생각들을 말하면 다를 수 있을 것 같은데...
최인 : 그게 얘기거리네요. 요즘 많은가요?
김회경 : 검은새님, 대학생들 많이 하죠?
검은새 : 많이들 합니다. 돈을 아끼기 위해서도 그렇고.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에서처럼... 그냥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경우도 많이 있는 듯.
김회경 : 대학가 앞 원룸은 천지랍니다.
최인 : 그 말은 들었습니다. 그게 문제죠. 글쎄, 동거는 한집에 같이 사는 것을 동거라고 하는데요. 무엇 때문에 한집에 같이 살게 될까부터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검은새 : 그니까, 뭐 룸메이트 형식으로 남녀 구분 없이 많이들 동거를 한다는 것이죠. 요즘은 동거라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결혼은 왜 해야하는 거지?
김회경 : 좀 거칠게 이야길 하자면, 어떤 사회적 계약이나 책임에 얽매이지 않고, 연애감정이나 성생활을 자유롭게 하고 싶다는 뜻 아닌가요?
검은새 : 물론 혼전동거의 이점을 생각하고 동거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회경 : 혼전동거의 이점은 뭔가요?
검은새 : 흔히들 말하는 그런 거죠. 먼저 살아보고 나서 결혼하면 실패할 확률이 더 낮아진다는..
최인 : 동거, 결혼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게 아닐까요?
검은새 : 그렇기도 하죠. 미디어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아서..
시인과나 : 흠... 글쎄 요즘 젊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동거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동거문화는 앞으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를 넓혀갈 것 같습니다.
김회경 : 세를 넓혀가? 와∼ 정치적 표현
시인과나 : 먼저, 대학생들이 동거하는 것과 요즘 30대가 독신으로 사는 것과는 좀 구분해야되지 않을까요?
콘도르7654 : 혼전동거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될 만큼 중요한지도 모르겠고,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되지 않을까요?
검은새 : 중요하다기보다는 하나의 새로운 코드로 보는 거죠.
김회경 : 오늘 참가자들은 동거를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일반적으로는 이를 사회문제라고 심각하게 걱정하는... 부류도 많지 않나요?
최인 : 저는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데 일단 동의하면서요. 그러나, 그 자체를 하나의 문화로 보기에는 힘듭니다. 개인적인 일이지요. 예를 들어 예전에는 돈이 없어 식을 올리지 못한다거나... 하는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동거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지금은 서로 살아보고 나서 결혼여부를 생각하게 되는 단계까지 왔는가보죠? 따라서 동거문화라는 것을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반댑니다. 왜 살아보고 결정해야 할까요?
시인과나 : 그럼 최인님께 제가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최인 : 예
시인과나 : 왜 결혼해야 하는 거지요?
최인 : ㅎㅎㅎ 너무 어려운 질문.
시인과나 : 저한테는 결혼이라는 계약 자체가 그냥 받아들이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최인 : 그냥 같이 살고 싶은 여자를 만나서, 아니 골라서... 아니, 만나서로 고칩니다. ^^* 엇그제가 저 결혼 16주년였습니다. 살아온 날만큼 부부싸움도 엄청 했습니다. 그날도 아주 사소한 것으로 다퉜습니다.
시인과나 : 제 주위의 친구들이 때가 되면 아무런 고민도 없이(제 생각에는) 결혼하는 게 참 신기했습니다. 결혼은 아주 중요한 거였거든요. 무겁고...
최인 : 그렇습니다. 결혼은 아주 중요합니다.
시인과나 : '무겁다'는 게 중요합니다. 여기에는 결혼이 두 사람 당사자만의 혼인서약만은 아니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지요. 일부일처제는 사회적 필요에 의해서 정착된 결혼관계입니다. 단순히 한 여성과 남성이 좋아서 결혼하는 게 아니었다는 거지요.
동거 알러지, 잠재해 있는 순결 이데올로기
검은새 : '혼전'을 빼야하지 않나 싶네요, 아닌가? 아까 누군가 말씀하신 것처럼 '혼전동거'라는 말속에 결혼이 무척이나 중요한 가치인 것으로 되어 있는데요. 그건 또 다른 논쟁거리인 듯 싶어요. 가족제도까지를 아우르는 그런 논쟁이 되겠지요.
김회경 : 그럼, 동거가 결혼을 대신할 수 있는... 대안적인 가족 틀로도 인식할 수도 있다?
시인과나 : 물론이지요.
콘도르7654 : 아직은 아니라고 보는데요, 저는... 이러한 경우는 서구에서나 가능하지 않을까요.
검은새 : 아이구 갑자기 복잡해지네요. 너무 앞서가시는 것 아녜요?
콘도르7654 : 아직까지 전통적인 공동체가 해체되지 않은 사회에서 결혼이 개인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결혼에 실패한 사람이나 우리사회가 생각하는 적령기에 결혼을 하지 못한 사람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되는 거지요. 그래서 결혼은 아직까지 우리사회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요. 이러한 전제 하에서 동거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되지 않을까요?
최인 : 혼전동거나 결혼 모두 개인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혼전 동거 역시 서로를 이해하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죠. 결혼 역시 마찬가집니다. 그 형태만 다를뿐이죠.
콘도르7654 : 그 형태가 중요한 거지요?
최인 :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김회경 : 동거 알러지 반응은 '순결' 강요 문화 때문 아닌가요?
최인 : 동거는 개인의 생각과 삶의 방식에 따라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순결 역시 마찬가집니다.
김회경 : 책임 문제일 수 있는데, 동거하다 임신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검은새 : 저번에 100인토론 보니까 아직도 순결이 대결구도의 가운데에 있긴 하더군요. 둘이 상의해서 알아서 하겠죠 뭐, ㅋㅋ...
시인과나 : 애를 없애든 키우든 자유지요. 하지만 우리나라 구조 속에서 애를 키우는 건 굉장히 힘들지요?
김회경 : 그렇죠.
최인 : 너무 힘들죠.
콘도르7654 : 순결강요라 함은 남성이 여성에게 요구하는 것인가요?
김회경 : 결혼 전에는 절대 안된다! 유교문화 있잖아요.
최인 : 동거가 그렇듯이 순결 역시 개인적인 문제가 아닐까요?
김회경 : 지금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자들은 그에 대한 부담이나 죄의식 같은 게 없지 않아요. 현대 여성이라고 자부하면서도 결국 사회가 만들어 놓은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뜻이죠.
시인과나 : 지금까지는 그래왔지요.
최인 : 동거인에 한해서 순결을 얘기해보죠. 동거로 인해 순결을 잃었다는 표현은 틀립니다. 동거는 일단 그것을 전제로 하게 되는 것일테니까요. 그렇지 않다면 동거를 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시인과나 : 흠... 순결이란 단어 자체를 전 싫어하는데요.
최인 : 아니 그러니까, 순결이 중요하다는 게 아니구요. 아니, 순결도 중요하기는 한데... ^^;
콘도르7654 : 순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요...
김회경 : 시인과나님, 싫어하는 걸 보니 순결하지 않군요, ^^; ㅎㅎ
시인과나 :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중요하지요. 요즘 스와핑 문제로 시끄럽던데, 동거든 결혼 생활이든 섹스는 지극히 개인적인 프라이버시라는 거죠.
최인 : 옳소.
시인과나 : 그래서, 법적으로 누구하고만 섹스할 수 있다는 것을 규정할 수 없고 강제해서도 안 된다는 겁니다.
콘도르7654 : 시인과나님의 생각이 전 사회에 걸쳐 용인되어지는 사회라면 가능하겠지요...
김회경 : 법적으로 구속하잖아요. 간통죄...
시인과나 : 잘못된 거지요.
콘도르7654 :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가 모두 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시인과나 : 더 웃긴 법도 있는데 뭐, 호주제.
김회경 : 맞아, 간통죄는 웃겨
시인과나 : 그러므로 결혼한 관계든 동거든 연인이든 결국은 당사자간의 예의와 믿음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섹스에 관해서는...
사랑과 섹스사이…
김회경 : 유일한 기혼자인 최인님, 실례의 질문 하나.
최인 : 예. 저만? 기혼자?
시인과나 : ㅋㅋㅋ
김회경 : 히히. 미안요.
최인 : 떨려...
김회경 : 아까 섹스는 아주 사적인 문제라고 하셨는데, 혹시... 부인이 그렇다면, 그런데 두 분이서 잘 이야기된다면, 이해할 수도 있을까요? 가정하는 게 좀 우습긴 하지만.
최인 : 좀 더 구체적으로...
김회경 : 뭘 더 구체적으로... 원나잇스탠딩 뭐 그런거 있잖아요. 땀 나네요. ^^;
최인 : 아, 알았음! 아마 힘들 것입니다.
김회경 : 사적인 프라이버스라고 해놓고선. ^^
시인과나 : 왜 최인님한테만 그런 질문을 하지요? 애인이 딴 남자하고 잤다면 어떻게 하겠는냐고 물어봐요, 나한테도...
김회경 : 아, 그렇네요. 그럼, 시인과나님은?
시인과나 : 기혼이든 미혼이든 같습니다. 전 그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오래 전에...
김회경 : 우와, 다 나와 ^^
시인과나 : 지금은 시집간 친구지만 실수로 딴 남자하고 자서 저한테 고백하더군요. 오랜동안 괴로웠습니다. 첫째는 질투와 배신감이었고, 둘째는 내가 가지고 있는 자유주의적 사고방식의 관념성이 부끄러워서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답을 했습니다. 너 지금도 나를 사랑하느냐고.
김회경 : 우와, 가슴이 저리네...
시인과나 : 그렇다면 우리 계속 만나자고 그랬지요. 몇 달 힘들었지만...
김회경 : 그 이후로 감정의 찌꺼기, 앙금이 사라지던가요? 과감히 잊어줬나요?
시인과나 : 정말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사라졌습니다.
김회경 : 대단!
시인과나 : 최소한 그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앙금도 없습니다. 그런 실수는 나도 할 수 있고...
콘도르7654 : 시인과나님에게 질문 하나만 해도 되나요?
시인과나 : 네, 무슨 질문요?
콘도르7654 : 그럼 결혼이나 동거중인 관계의 연인 중 한 명이 여전히 배우자를 사랑하면서도 다른 사람과 섹스를 한다면, 그것을 알게 된다면, 우리나라 사람 중 얼마의 사람이 참고 넘어가리라고 보십니까?
시인과나 : 흠... 저는 최소한 그럴겁니다
김회경 : 넘 공격적이야. 얼굴 안보고 이야길 하는 게 다행이지. ^^
시인과나 : 그 사람과 섹스를 계속 유지하려면 나와 헤어지던가 아니면 나를 선택하고 그냥 살던가.
콘도르7654 : 섹스는 개인적인 프라이버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간통죄가 우습다고 하셨잖아요.
시인과나 : 두 사람이 합의 하에 동거를 한다면 가능합니다. 나도 그 여성도 동의한다면 가능하지요.
콘도르7654 : 간통죄는 배우자가 용서하면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시인과나 : 용서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느 한쪽이라도 그런 관계에 대한 동의가 없다면 관계가 유지되지 않는다는 거지요.
최인 : 저는 동거든 결혼이든 서로에 대한 사랑과 책임이 우선되지 않는 한 어렵다고 봅니다.
변화된 성의식과 제도 사이, 간격이 크다
김회경 : 같이 살고 싶은 거, 그게 동거의 본질 아닌가요? 사회적, 제도적인 계약관계 여부만 차이가 있을 뿐.
검은새 : 당근이죠.
콘도르7654 : 같이 살고 싶어서 동거를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이후에 발생하는 문제가 산재해 있다는 것이 문제지요.
김회경 : 이후에 발생하는 문제, 뭔가요?
콘도르7654 : 동거 기간에 낳은 아이들의 문제가 될 수 있고, 동거가 결혼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때, 주변의 시선과 이후에 다른 사람과 결혼을 원할 경우 가해지는 보이지 않는 제재정도.
김회경 : 아이들? 결혼 안하고 오래 살면, 사실혼 인정되잖아요. 동거하다 헤어지려 하는데 애가 있다면 문제일테고...
시인과나 : 우리 사회는 제도와 변화된 성 의식의 간격이 아직 너무 큽니다.
김회경 : 맞는 말씀!
시인과나 : 같이 오래 살았다고 사실혼이 인정되는 것 아닙니다. 얼마 전에 그런 판결이 하나 났어요. 당사자간에 결혼이라는 의지가 있어야된다는 거지요. 사실혼 관계는 식이나 혼인신고만 하지 않았을 뿐 주위 사람들과 당사자가 결혼관계를 맺고 있다고 인정될 때만 사실혼이 인정됩니다.
김회경 : 아! 그 할머니 너무 불쌍했어요. 몇 십년 동안 애 낳고 남들 다 두 사람 결혼을 인정하는 분위기에서 그렇게 살았는데, 사실혼이 인정 안돼 결국 노년에 쫓겨났잖아요.
콘도르7654 : 지금 우리가 여기에서 동거에 관해 토론하는 이유가 동거가 결혼에 이르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들과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는 동거나 그러한 동거를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 아닌가요?
김회경 : 결혼을 완성하려고 그 실험단계로 동거를 한다고 많이들 이야기하잖아요. 사회적인 계약관계만 없을 뿐, 살다가 실패하는 건 동거나 결혼이나 다 가능한 경우 아닌가요?
시인과나 : 그거 그럴까요? 아닌 것 같은데
최인 : 결혼도 실험한 후에?
시인과나 : 아마 그런 이유는 그냥 일종의 명분으로 붙이는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는 좋아하는 사람과의 자유로운 섹스, 그리고 생활비 절약을 위한 것인데...
김회경 : 그렇죠. 남들 듣기 좋으라고 하는 명분. 동거하는 사람들도 자기 방어나 자기 선택에 대한 의미가 필요할테니까...
시인과나 : 인정은 하지만, 저는 결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동거를 하진 않겠습니다. 그냥 살고싶어서 동거는 해도...
검은새 : 저도 동감입니다. 그냥 갖다 붙인 말 같습니다. 어차피 실패할 확률은 같을 겁니다.
콘도르7654 : 그렇다면 이러한 동거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데요. 이러한 시선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인 : 아주 먼 옛날에는 결혼 전에 속궁합을 봤다더군요. 동굴 속에서... 하하...
시인과나 : 전 우리나라가 여성도 혼자 애를 키울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성도 마찬가지지만...
김회경 : 그런데 동거는 법적인 강제력이 없으니까 사람에 대한 인내, 이해, 그런 게 가벼워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최인 : 동감. 결혼생활 참 힘듭니다. 사람에 대한 인내, 나 자신에 대한 인내가 필요한 게 결혼이죠.
시인과나 :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죠. 지긋지긋한데 결혼이라는 계약 때문에 그냥 살아가는, 또는 아이들 때문에... 그것도 당사자들에겐 불행입니다.
김회경 : 시인과나님, 그런 족쇄가 가끔 행복이 되기도 한답니다. 저도 그 부분은 잘 모르겠지만...
최인 : 오늘 아침 어느 신문에 개그맨 전유성씨 계약결혼을 5년 단위로 해가면서 서로 긴장하면서 살고 있다더군요. 5년후에 계약 갱신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이해는 되더라구요, 서로에 대해 안식년도 갖고...
콘도르7654 : 아직까지 우리사회에서 동거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죠.
시인과나 : 아, 너무 잘 끊기네... ㅠ.ㅠ
김회경 : 그거 괜찮네요. 근데 살다보면 그 타이밍이 서로 다를 수 있잖아요. 그때 갈등이 있을 것 같은데. 그러니까 여자가 싫증날 때, 반대로 남자가 그럴 때, 나는 참고 고비를 넘겨 지금은 좋은데, 상대방은 폭발직전! 그런 경우 말이예요. 왜 암말 없지, 다들? 둘이 알아서 해야지, 뭐... 하나마나한 질문이었어요. ^^;
최인 : 동거는 결혼 전 단계가 아니라는 거죠, 순결과는 또 다른 문제.
시인과나 : 최인님 부부간에 대화 자주하나요? 싸움 말구요.
최인 : 결혼 7,8년까지는 내일 핑계로 집에 가서 얘기 별로 없었음. 피곤해서 그냥 자기 일쑤, 아니면 술 마시고 집에 가기 일쑤.
시인과나 : ^^* 오래된 연인도 비슷하죠...
최인 : 그러다가 10년 이상 됐을 때부터 오랜 친구 비슷하게 발전하고...
시인과나 : 관계가 업그레이드되셨군요 ^^*
최인 : 더 오래되면 없으면 왠지 휑~ 한 사이, 너무 좋게 말하나?
시인과나 : ㅋㅋㅋ
최인 : 글쎄, 집이 편해야 사회생활이 편하더라구요.
김회경 : 동거하다 보면, 어려운 고비에서 쉽게 서로를 포기하게 되지 않을까요? 이건 제도적인 문제가 아니라, 살아가는 문제.
콘도르7654 : 동거가 일반화되고 누구나 쉽게 동거를 하게 된다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될 것이며 반대급부로 쉽게 동거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게 될 건데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시인과나 : 전 그런 동거는 생각해본 적 있습니다. 아기 둘 낳으면 하나는 여성의 성을 따고, 하나는 내 성을 따서 같이 키우는 것, 결혼을 안하고 동거하면서요.
최인 : 너무 계산적인 동거가 문제라고 할 수 있겠네요.
김회경 : 오히려 철저한 계산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최인 : 예?
시인과나 : 계산이 아니라...
김회경 : 절제, 책임, 인내, 상대방에 대한 배려 등등에 관한 철저한 계산.
시인과나 : 합의와 이해가 필요한 거지요.
콘도르7654 : 그러한 계산이 있다면 결혼하는 게 훨씬 현명하지 않을까요?
김회경 : 다들 계산이란 표현이 거슬리셨군. 동거에 대해서도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지요.
동거, 아름다운 공동체를 해친다?
시인과나 : ^^* 아니요. 결혼하고는 틀립니다. 결혼은 집안간의 결합입니다
콘도르7654 : 말장난 아닌가요?
시인과나 : 말장난 아닌데요?
콘도르7654 : 결혼은 집안간의 결합이고 동거는 개인간의 결합이라...
김회경 : 저는 시인과나님에 적극 동의.
콘도르7654 : 어떤점에서 차이가 있죠?...
김회경 : 저도 아주 잠깐... ^^ 동거를 생각해 본 적 있었는데요... 왜냐면 여자입장에서 이야길 하자면... 시부모, 상대방 가족과의 관계, 이런 것들이 골치 아플 것 같았어요.
콘도르7654 : 집안에 안 알리고 사는 것을 말하나요?...
김회경 : 동거를 집안에 알리는 일은 쉽지 않지요. 드러내놓고 하는 동거, 많지 안잖아요.
시인과나 : 제가 결혼을 지금까지 안 한 것은 독신주의자여서가 아니라, 그런 관계의 동거를 실행할 자신이 없었고 상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김회경 : 우리나라 결혼은 너무 집안과의 관계가 중요시되고, 특히 여성의 부담이 크니까요.
시인과나 : 맞습니다. 그건 어떤 의미에서 남성도 같아요.
김회경 :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콘도르7654 : 집안에 알리지 않고 사는 동거... 그럼 결국 결혼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인데요...
김회경 : 와, 논리의 비약.
시인과나 : 축의금을 부조하듯(언제간 받아야 하는) 내는 것도 싫고요.
최인 : 아름다운 동거가 있을까요?
콘도르7654 : 시집식구들이 신경이 쓰여서 결혼은 엄두가 나지 않고 동거를 한다면서요?
김회경 : 한댔나? 잠깐 생각해 봤다는거지...
시인과나 : 흠... 어떤 제도에 얽매인다는 것 자체가 싫을 수도 있어요.
콘도르7654 : 오래 살다보면 시집식구들이 편해지나요?
김회경 : 그거야 안 해봐서 모르겠수. 콘도르님은 질문만 해. 자기 얘긴 안하고...
콘도르7654 : 어떤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김회경 : 최인님, 아름다운 동거요?
최인 : 아니, 시집 눈치 안보고 자식새끼 안 키우고 하는 동거.
시인과나 : 서구에서는 많이 그러는데, 혼인신고만 하면 여러 이익을 얻을 수 있는데 왜 애까지 낳고 동거형태로 살까요, 콘도르님?
콘도르7654 : 우리나라에서 그런다는 거예요? 아니면 서구에서 그런다는 거예요?
시인과나 : 혼인신고 하면 사회보장제도가 발달한 서구에서는 경제적으로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거든요.
콘도르7654 : 네...
시인과나 : 그런데도 많은 커플들이 동거하고 있습니다. 왜 그러겠어요?
검은새 : 계속 개인적인 이야기가 오가는군요..
콘도르7654 : 서구의 경우 우리 사회하고는 많은 부분에 차이가 있죠.
김회경 : 최인님! 그거 너무 가볍고, 마땅찮은거죠?
최인 : 예~~~
시인과나 : 우리도 곧 그런 사회가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최인 : 글쎄요, 그런 사회가 될지언정 저는 가족, 결혼으로 인해 생기는 가족은 가벼운 동거보다 훨씬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콘도르7654 : 서구에서 동거를 고운 시선으로 보나요? 우리는 우리의 전통이 있어요. 공동체가 해체되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서구 사회처럼 철저히 개인주의로 사는 것이 나은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동거는 선택, 하지만 내 여자는 안된다?
시인과나 : ^^* 결혼이 공동체를 엮는 기본 단위라는 거지요? 우리사회에서 가족주의가 가져온 폐해는 생각해보지 않았나요? 모든 제도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지요.
최인 : 물론 생각해봤습니다.
시인과나 : 결혼이라는 제도가 아니라 개인과 개인이 엮어내는 공동체도 생각할 수 있어요
콘도르7654 : 저의 솔직한 심정은 이렇습니다. 제가 결혼한 여자가 신혼 첫날밤에 전에 동거한 경험이 있다고 하면 이혼할 것 같은데요....^^
김회경 : 아, 내가 그거 물어보려고 했는데...
시인과나 : 솔직해서 좋군요. ^^*
검은새 : 정황을 물어보지도 않구요?
콘도르7654 : 순결의 문제와는 차이가 있어요.
김회경 : 흥미진진.
콘도르7654 : 저도 서로간의 정신적인 순결을 중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동거라 함은...
검은새 : 그러니까 결혼 전에 미리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걸로 이혼하는 건가요?
콘도르7654 : 서로 결혼 생활을 했던 거나 진배없잖아요.
최인 : 뚝 잡아떼라고 하죠.
김회경 : 우하하. 넘 웃겨.
시인과나 : 그게 무슨 상관이죠?
콘도르7654 : 그럼 그 여자는 재혼이잖아요... 나는 초혼인데...^^
시인과나 : ㅋㅋㅋ
검은새 : 허걱
김회경 : 그럼 이혼한 여자와는 다시 결혼할 수 있어요, 콘도르님?
콘도르7654 : 아니요...
최인 : 재혼과는 관계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김회경 : 내 여자에게 딴 남자가 있었다는 걸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야기죠?
콘도르7654 : 요즘 누가 순결을 요구하나요... 그러려니하고 생각을 하지요.
김회경 : 그럼 왜 그러는데요? 정신적 순결은 어떻게 지켜야 하는 거예요, 콘도르님?
콘도르7654 : 저를 만나고 나서 서로 사랑을 확인한 순간부터 서로간에 지키는 정신적 육체적 순결을 말하는 거지요.
시인과나 : 결국 순결이데올로기 아닌가요?
김회경 : 맞아
시인과나 : 지금 충실하면 되잖아요?
최인 : 동거도 하나의 상황이고 결혼도 전혀 다른 하나의 상황인 것 같습니다.
시인과나 : 전 솔직히 말하면 그 유명한 『테스』이야기에서 전언하다시피 배우자든 애인이든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과거를 얘기하는 것은 자신이 편해지려고 고해성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죄책감을 덜어서 배우자에게 넘기는 거죠.
김회경 : 그럼 숨기는 게 미덕이다?
시인과나 : 네
김회경 : 그 참... 생각해 봐야겠군요
시인과나 : 전 그렇게 생각해요. 내가 그 사람을 정말 사랑한다면 고백하지 않고 그냥 열심히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니까요...
콘도르7654 : 그렇게 숨길 거면 동거를 쉽게 결정해서는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시인과나 : 사람 살아가는 게 뜻대로 되겠습니까? 물론 마구잡이로 동거라는 것을 찬성하는 건 아니지만, 누구나 사랑할 때는 그 사람과 같이 평생을 보낼 것 같잖아요
최인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동거조차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콘도르7654 : 그 사람과 평생을 보낼 것 같으면 결혼을 하는 것 하고 동거하고 무슨 차이가 있어요?
김회경 : 평생을 함께 보낼 수 있을지 누가 장담할 수 있겠어요. 그게 본질은 아닌데...
시인과나 : 차이는 앞에서도 많이 얘기했는데요.
콘도르7654 : 저는 그 차이가 없다고 보는 입장이라니까요....
시인과나 : 쉽게 동거하는 것을 찬성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회경 : 이제 서서히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 같네요... 어떠신가요, 다들?
콘도르7654 : 그러죠...^^
김회경 : 아쉬움이 많지만, 정리 멘트하고 마칠까요?
최인 : 예
콘도르7654 : 넵...
김회경 : 동거는 선택이다, 하지만 내 여자가 동거하면 용서 못한다?
최인 : 내 여자는 안되죠, 이미 결혼상태니까...
시인과나 : 다음은 서버가 너무 불안정해...
김회경 : 아니, 결혼전에요.
최인 : 아마 그럴 것 같습니다.
콘도르7654 : 맞아요
김회경 : 그런데 그거, 순결의식의 발로는 아니다는 거죠?
콘도르7654 : 제가 동성애를 바라보는 입장과 비슷해요. 동성애자 저는 찬성이에요... 하지만 제 곁에 있거나, 저와 함께 하길 원한다면 저는 싫어요... 동거하고 싶은 사람은 하세요.
김회경 : 어쨌든 순결에 대한 요구는 있는 거 아녜요? (집요하다 ^^)
콘도르7654 : 하지만 저와 결혼할 여자가 동거를 했다면... 저도 동거는 하지 않을 거니까요. 동거할 확신이 서면 결혼을 하죠....^^ 그게 여자에게나 저에게 완전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김회경 : 최인님, 한 말씀.
최인 : 아, 좋은 시간였습니다. 전혀 생각지 않은 주제로 이렇게 긴 시간 토론을 하다니 저의 생각을 열어주는 시간였습니다.
시인과나 : 다음에는 '다음'에서 하지 마세요. 그리고 독타(독수리 타법)들은 시키지 마세요 ^^*
최인 : ㅎㅎ
김회경 : 하하... 모두 늦은 시간까지 감사합니다.
최인 : 감사합니다.
콘도르7654 : 넵,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김회경 : 그럼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