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1 | [매체엿보기]
성적제일주의 부추기는 언론보도
김수현 전북민언련 활동가(2005-01-06 11:05:46)
지난 10월, 전주에서 제 84회 전국체전이 열렸다. 10일부터 16일까지 열린 이번 체전에서는 비공인 세계신비록 1개를 비롯하여 세계타이기록2개, 한국신기록 24개, 대회신기록 190개 등 풍성한 기록이 쏟아져나왔다. 하지만 이런 스포츠인들의 흥겨운 기록 경신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 12일 전북대표로 레슬링 고등부 그레코로만형 46kg급에 출전한 김종두(17세) 군이 계체량 측정을 앞두고 무리하게 체중을 감량하다가 사망했다. 이 사건은 다시 한번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성적지상주의의 문제점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은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매번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는 박수를 보내는 반면 그 외의 선수들에게는 대부분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그러한 현상은 언론의 보도 형태에서 가장 잘 나타나고 있으며, 그러한 언론을 접한 국민들 또한 1인자의 모습만 기억할 뿐이다.
12일 김 군이 사망한 다음날 지역신문의 경우를 살펴보더라도, 김군의 사망사건과 관련한 기사를 내보내고, 성적지상주의니 엘리트체육에 젖어있는 한국 스포츠에 대해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사 외에 여전히 성적지상주의를 조장하는 기사들이 같이 보도가 되고 있었다.
13일 새전북신문 7면에 <성적제일주의가 부른 비극>이라는 헤드라인으로 박스기사를 내보내면서 사망 사건으로 발생된 체육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14면을 보면 <양궁 박성현 한국신에 웃고 은메달에 울고>라는 성적제일주의의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같은 날 전라일보 4면에는 <17세 소년 목숨 앗은 ‘금’ 압박>이라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고, 13면에는 <선수사망에 전북체육계 비통, 충격>이라는 헤드라인에 <노란색 음식 먹고 금메달 따자>라는 소제목의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그리고 같은면 기사에서 <국내 2인자 추락 수모 털고 한풀이>라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전라일보의 경우 같은 면에 이와 같은 기사를 동시에 배치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또한 같은 날 전북도민일보도 8면에 <작년 2위 설움 씻어>라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이처럼 언론은 사건이 발생하면 그 사건에 대한 문제점만을 지적하고, 책임의 소지를 관계자에게 묻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이런 사건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하는 문제에서 과연 언론이 아무런 책임이 없는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한창 피어날 한 청년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건은 성적지상주의와 엘리트체육에 젖어있는 한국 스포츠에 대한 경종을 울림과 동시에 언론이 일삼았던 성적제일주의의 보도행태가 여론몰이에 큰 역할을 했음은 부인할 길이 없다. 앞으로 언론은 성적제일주의의 보도 행태에서 벗어나 모든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알리는 데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