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1 | [특집]
문화예술 지원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양현미 한국 문화정책개발원 연구위원(2005-01-06 10:14:21)
기업의 예술지원은 상호 호혜관계에 기초
기업이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동기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다르게 이해되어 왔다. 기업을 주주의 개인적인 자산으로 보는 주주 모형(stockholder model)에 의하면, 지원 동기는 주주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을 기업과 이해관계가 있는 모든 사람의 공동의 자산으로 보는 이해당사자 모형(stakeholder model)에 의하면, 지원은 주주의 이익뿐만 아니라 기업의 생산, 판매 활동에 영향을 받는 모든 이해당사자의 이익도 함께 고려하기 위한 동기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자선 관점의 메세나가 이해당사자 모형에 따라 기업의 박애정신과 사회적 책임의식에서 지원하며 주로 후원에 의존하고 있다면, 마케팅 관점의 메세나는 주주 모형에 따라 기업의 내적 필요와 연관된 지원을 하며 주로 협찬에 의존하고 있다. 각국마다 기업의 문화예술 전통이 다르기는 하지만, 1980년 이후 기업의 메세나 활동은 뚜렷하게 자선에서 문화투자로 전반적인 지원 전략이 변화되고 있다. 이러한 기업 예술지원의 특성은 상호 호혜관계에 기초한 파트너쉽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이 자선에서 문화투자로 전환됨에 따라 기업이 보다 구체적인 지원효과를 기대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호주문화·인문학재단이 아서 앤더슨사와 공동으로 발간한 『Making Arts & Culture Work in Business The Business Case for Cultural Investment Guide』(1999년)에 따르면, 문화투자로서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은 세 가지 상업적 혜택-기업의 정당성, 시장 우위, 종업원에 대한 혜택을 갖고 있다.
문화예술지원이 기업 제품 선호도 높인다
2001년도에는 총 348개 기업이 1,034건에 약 929억 3천 6백만원을 지원하였다. 이 수치는 전년도 지원금액보다 48% 정도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문화시설 건립비와 예술행사 지원비를 구분하여 살펴보면, 예술행사 지원비는 1998년도부터 급격히 감소하여 2001년도에 이르면 오히려 전년도보다 36.3%나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있다. 하지만 예술행사 지원건수는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나 소액다건주의 경향이 심화되었다. 또한 상위 20개사의 지원금액은 2001년도에 전체의 92.9%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2000년도의 86.2%와 비교할 때 소수 대기업 중심의 지원 추세가 오히려 더 강화되었다. 2001년도에는 총 348개 기업이 1,034건에 약 929억 3천 6백만원을 지원하였다. 이 수치는 전년도 지원금액보다 48% 정도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문화시설 건립비와 예술행사 지원비를 구분하여 살펴보면, 예술행사 지원비는 1998년도부터 급격히 감소하여 2001년도에 이르면 오히려 전년도보다 36.3%나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예술행사 지원건수는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나 소액다건주의 경향이 심화되었다. 또한 상위 20개사의 지원금액은 2001년도에 전체의 92.9%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2000년도의 86.2%와 비교할 때 소수 대기업 중심의 지원 추세가 오히려 더 강화되었다.
'문화예술 지원 활동에 대한 기업인식조사'(한국문화정책개발원·월드리서치, 2002년)에 따르면, 기업은 지원 동기가 사회공헌보다는 기업 이미지 제고에 있다고 보고 있으며 대기업일수록 기업이미지 제고를 더 중요한 동기로 보고 있다. 기업은 문화예술 지원이 기업 이미지 제고에 효과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기업의 평판을 좋게 하고 경쟁사와 차별적 이미지 창출에 도움을 줌으로써 기업의 광고 및 홍보활동에 도움을 주며 나아가 자사 기업 제품에 대한 선호도를 높인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것은 '기업이미지와 합치'(51.2%)된 전략적 지원을 하지 못하고 '최고경영권자의 선호'(60.0%)에 의하여 지원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기획 독창성과 우수성, 프로그램의 공익성이 지원 대상
외국의 기업메세나협의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기업들의 지원사례를 분석해 보면, 문화투자 개념에 입각한 전략적 지원은 지원대상에 있어서 기획의 독창성과 우수성, 프로그램의 분명한 공익성, 지원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소외분야 지원, 지역사회와 연계되어 목표관객이 구체적이라는 특성을 보여주었다. 지원방식에 있어서는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지원, 기존사업을 토대로 신규사업을 개발하여 확대 지원, 프로그램 운영에 있어서 지역사회의 전문가와 연계가 이루어져 있었다. 이처럼 문화예술 지원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 이상적인 문화투자 프로세스와 각 단계에서 기업이 고려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 문화투자 프로세스는 명백한 전략적 목표의 확립으로부터 출발하는 엄격한 방법론을 지닌다.
기업 문화자본 구축을 위한 문화투자로
기업 문화예술 지원은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고 시장에서의 우위를 창출하며 종업원에 대한 혜택을 강화하는 등 다각적인 지원효과를 겨냥한 경영 전략과 결합함으로써 기업과 문화예술의 동등한 상호호혜 관계를 도모할 수 있다. 그러나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은 그 효과가 단기적·직접적이라기보다는 장기적·간접적이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이것은 광고와 같은 단기적·직접적 효과를 기대하는 기업에게는 실망스러운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은 연간 투입되는 광고비보다 훨씬 적은 비용을 가지고 기업이 단기간에 축적하기 어려운 사회적 호의를 구축함으로써 기업의 평판과 이미지를 제고한다. 이것이야말로 21세기 기업경영에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무형의 자산, 즉 문화자본(Cultural Capital)이다. 이런 맥락에서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은 이제 자선적 또는 준조세적 지원에서 기업의 문화자본을 구축하기 위한 문화투자로 이해되어야 하며 문화투자 관점에 입각한 전략적 지원으로 패러다임이 변화되어야 한다.
인센티브제도 운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는 자신의 역할을 새롭게 조정해야할 필요가 있다. 첫째, 각 기업이 문화예술 지원 관행을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지원 전략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컨설팅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원전략 수립을 위한 자문단' 운영이나 '전문연구기관과의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둘째, 기업들이 다양하고 창의적인 지원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우수사례를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우수 지원사례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을 통해 가능하다. 셋째, 문화예술 지원에 참여하는 기업의 절대적인 규모를 늘리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 문화와 경제, 기업과 문화예술이 상호 협력함으로써 파생되는 효과에 대한 인식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캠페인과 함께 처음 예술을 지원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A&B는 처음 예술을 지원하는 기업에 대해 그들이 지원하는 금액과 동일한 금액을 지원해주는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Pairing Scheme'이라고 불렸던 이 제도는 현재 'New Partners'로 명칭이 변경되어 운영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이 제도를 도입한다면 문화적 마인드가 없고 예술에 문외한인 기업, 지원은 하고 싶은데 여유자금이 부족한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을 독려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