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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 | [문화가 정보]
4년만워 시간,현재의 아픔이 공존하는 자리
최정학 기자(2005-01-06 10:08:20)
4만년을 건너온 시간의 흐름. 국립전주박물관이 주최한 ‘수몰된 옛사람의 흔적 용담’전이 10월 9일부터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용담댐이 건설되면서 수몰된 금강 상류지역의 발굴 유물들을 한자리에 전시한, 우리지역의 장구한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다. 용담댐 수몰지역의 유적 발굴은 1995년부터 2001년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국립전주박물관, 전북대, 군산대, 조선대 박물관, 원광대 마한, 백제문화연구소, 호남문화재연구원 등이 참여해 이루어졌다. 이 발굴 조사에서 출토된 유물은 다양하다. 석기 문화층, 신석기시대의 집터, 청동기시대의 집터, 돌널무덤, 고인돌, 밭, 삼국시대의 돌덧널무덤, 토성, 고려이후의 움무덤, 돌덧널무덤, 기와가마 등에 이르기까지 당시 우리지역의 생활상은 물론 발생부터 현재까지의 문화사를 정리할 수 있는 유물들. 이들 중에서도 진그늘에서 발굴된 몸돌, 슴베찌르개, 밀개, 돌날 등의 석기는 학계의 주목을 모았던 유물이다. 우리지역에서는 최초로 발견된 구석기시대의 유물이기 때문이다. 다른 어떤 지역에서 출토된 것보다 상태가 좋은 이 유물들은 구석기시대의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는 사료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우리지역의 역사를 기원전 3만년에서 4만년 전까지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삼국시대의 유적인 황산고분군과 와정토성에서는 백제토기와 더불어 대가야토기가 함께 출토되어, 화제를 모았었다. “두개의 문화권이 충돌했을 때, 대부분 하나의 문화권은 소멸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와정토성에서는 백제토기와 대가야토기가 함께 발굴되어, 이 지역이 당시 백제와 대가야가 대치하던 상황에서 두 문화가 공존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전시를 꾸린 김재홍 학예연구사는 “하나의 유적지에서 두 문화권의 양식이 동시에 발견된 것은 이 지역이 거의 처음 학술자료로서의 가치도 대단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볼거리들도 다양하다. 국사시간을 통해 지겹도록 외웠던 신석기시대의 빗살무늬토기, 청동기시대의 간돌검은 특히 눈길을 끈다. 복원해 놓은 돌도끼와 돌화살, 여의곡에서 발견된 고인돌을 운반한 흔적과 우리지역에서 최초로 발견된 밭 터는 당시 우리지역에 살던 선조들의 생활을 말해준다. 고려시대의 각종 금동장신구나 청자의 모습은 물론, 조선시대의 유물들도 만날 수 있다. 유물과 함께 전시된 한국화가 김학곤씨의 기록화는 물에 잠긴 고향을 그리워하는 실향민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풍경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고향을 잃은 사람들의 소중한 기억과 향수를 아우르기에는 아무래도 아쉬움이 크다. 용담댐의 건설과 함께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자료나 생활용품들이 함께 전시되지 못한 때문이다. ‘혹시나, 지금은 물 속에 잠겨버려서, 가고싶어도 갈 수 없는 고향 모습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와봤다’는 한 실향민은 이 전시회가 반가우면서도 정작 자신이 살았던 생생한 흔적을 마주할 수 없는 것이 조금은 안타깝다고 했다. 유물들은 기획전이 끝나는 11월 16일 이후 상설전시실로 옮겨져 전시된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용담댐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 최정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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