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03.11 | [문화가 정보]
무대 위에서 춤추는 서예, 경계 허무는 서예
김회경 기자(2005-01-06 09:30:29)
정적인 예술, 정신수양의 예술인 서예가 무대 위로 올라온다면? 2003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관련 행사의 하나로 마련된 학술대회에서 생활 속으로 다가서기 위한 서예의 '경계 무너뜨리기'가 참신한 시각과 새로운 시도로 관심을 모았다. 동아시아문화포럼이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서예와 무대, 타이포그라피와의 접목 등 서예의 범주를 확대하고 대중적인 예술로 승화하기 위한 다양한 해석과 시도들이 발표되면서 서예의 새 지평을 여는 의미 있는 이정표로 다가왔다. 10월 4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마련된 동아시아문화포럼 학술대회는 '생활 속의 서예'라는 젊은 화두를 놓고 젊은 서예가와 무용가, 철학자 등이 모여 의견을 나눴다. 특히 서예의 무대공연이 가능한 근거와 그 방법에 대한 연구를 추진해 온 전북대 김병기 교수(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의 발표가 눈길을 끌었다. 김 교수는 '서예의 무대공연 가능 근거와 방법에 대한 연구' 논문을 통해 서예와 음악, 무용과의 공통점을 들고 이를 근거로 음악·무용과 같이 서예를 무대화할 수 있는 근거는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음악이 무대 위에서 순간에 표현되듯 서예 역시 개칠(改漆)할 수 없는 일회성의 예술이라는 점, 구체적인 피사물이 없다는 점에서 추상예술이라는 점, 사전 몰입이 필요하다는 점 등에서 서예와 음악의 공통점이 있고, 무용이 신체를 통해 표현되는 예술인만큼 서예 역시 예로부터 근육과 뼈와 피를 가진 하나의 신체로 보았으며(신체성), 하나의 형상을 모의하려고 한다는 점(모형성)에서 서예와 무용 역시 공통점이 많은 예술이다"고 서예와 음악·무용과의 공통점을 설명했다. 이를 근거로 한 무대예술의 방법론은 올 3월 대만 무용단 '크라우드게이트 댄스시어터'의 '행초(Cursive)' 공연을 예로 들면서 실제로 서예의 서체를 무용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과 두 예술장르의 결합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단순히 서예 영상을 무용의 배경으로 접목시킨 크라우드게이트 무용단과는 달리 서예 자체를 무대 위로 올릴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다"며 "현장휘호 장면을 가요와 국악에 맞춰 무대 위에서 서예가와 무용가가 한 덩어리로 어우러질 때 비로소 제대로 된 하모니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의 발표에 논평을 붙인 민현주(서울대 박사후과정 연구원, 무용학)씨는 "서예와 음악, 무용 장르간 교접 시도에 대해 총론적 수준에서 동감하지만 외형적 유사성이 크다고 하더라도 교접의 의도와 그 실현 가능성을 명확하게 드러내지 못할 경우 관객의 시선을 산만하게 하거나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작품에 대한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예의 무대가능성에 대한 접근에 이어 '서화동원론'에 관한 춘천교대 조민환(동양미학)교수와 '한국 서예의 자연성과 타이포그라피의 응용'을 주제로 한 박미정 NDS연구원(미학)은 서예와 그림의 뿌리를 살피고, 서예의 조형적 해석에 깊이를 더함으로써 서예의 정신과 미적 가치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춘천교대 조민환 교수는 '서화동원론(書畵同源論)에 관한 연구' 발표에서 "요즘 우리 주변을 보면 서구미술이 도입된 이후 문인화를 포함한 전통미술이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서예는 서예대로 회화는 회화대로 각각 따로 놀고 있으며, 서예와 회화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를 망각한 채 소재적, 기법적 차원에서의 작품만 나열되고 있다"면서 "우리는 예술사적 측면에서 볼 때 서화동원론을 주장하면서 서예적 요소를 가미한 작가들의 작품이 명품으로 평가받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박미정 NDS연구원은 "서예와 타이포그라피는 개인과 그 개인이 속한 사회와 문화의 정신과 사상을 미적 가치의 실재로 환원시키는 가장 구체적인 도구임이 분명하다"며 "일반적으로 문자를 기호학적 입장에서 접근하면 그것은 언어 자체의 기능에 충실할 뿐이지만, 조형성의 관점에서 그것을 해석하면 모든 문자의 표현이 일련의 미적 체험을 가능케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서예에 대한 발전 가능성을 살피고, 시대 변화에 따라 그 정의와 개념에도 새로운 실험들이 얹혀져야 할 것이라는 공감을 바탕에 두고 있다. '고루한 옛 것'이라는 일반의 편견을 물리치고 서예의 장르적 확장과 새로움 창출, 대중적인 생활 예술로 거듭나기 위한 의미 있는 모색의 장으로 평가됐다. | 김회경 기자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