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6 | [시]
개망초
하재영(2003-04-07 14:01:38)
흔해, 너무 흔해
들길, 산길 걷다보면
광야의 육사 선생님
좋아했던 하얀 무명옷처럼
희끗희끗 이쪽저쪽 피어서
두 눈 크게 뜨고 쳐다보는 것 같애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에서도
산이 올려다 보이는 너른 들판에서도
손대지 않은 논둑, 밭둑
이 땅 청포도 익는 시절이면
단추도 잠그지 못하고 죽어간 넋들이
옷매무새 다독거리는 모습으로
우리 곁에서 마냥 하늘거리는 개망초
하재영/1957년 충북 청원에서 태어났다. 청주교육대학을 졸업하고 199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포항제철 지곡초등학교 교사, 포항문학 편집장, <푸른시>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맑고 투명한 정제된 언어의 미학이 돋보이는 첫 시집{ 별빛의 길을 닦는 나무들}을 최근 도서출판 <사람>에서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