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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 | [문화비평]
청소년 문화공간이 살아 숨쉬기 위해서는
안이영노(2005-01-05 15:19:00)
문화계에 있어 청소년 문화공간은 지역문화기반 시설 못지 않은 관심사다. 차세대 문화생산자 뿐 아니라 새로운 문화향수 세대(관객)을 길러낸다는 인식만으로 미리 계획을 수립하여 적어도 '십년지계' 이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청소년 중심의 문화공간이 중요 관심사로 대두된 것은 98년도 2차 청소년육성 5개년 계획에서부터다. 이러한 공간은 특히 문화예술 교육에 큰 기대를 걸었다. 1990년대 우리 사회는 문화예술 교육을 위한 하드웨어적 인프라는 근사하게 구성하였다. 1990년대 중후반, 청소년 문화공간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청소년 문화공간의 가장 큰 문제는 청소년들이 안 온다는 점이다. 또 하나, 청소년 문화예술교육이 편협한 예술 영역을 넘어 삶의 자주적 관리라든지 청소년의 직업체험 같은 문제해결 지원능력이 있는가 하는 점이 있다. 바로 프로그램 내용과 방향의 문제이다. 그 수준까지 못 가더라도, 선진적인 문화교육이 적어도 문화 향수자로 잘 살 수 있는 방법과 스스로 창작과 프로젝트 실현을 통해 얻는 기쁨 등의 두 가지를 주는 것이 기본인데, 일방적이고 틀 지워진 프로그램 일색은 아닌지 의문이다. 이는 시설의 양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운영할 사람의 문제, 기획의 문제, 청소년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아이디어와 시대변화를 따라가는 자료조사 능력 문제가 있음을 뜻한다. 이런 관점에서 청소년 문화공간의 활용방안을 검토하고 대안을 찾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청소년 수련관, 수련원, 청소년 문화의 집, 청소년 복지관을 비롯한 청소년 문화시설의 운영실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난 1991년 수립된 한국청소년기본계획과 이를 보완하여 수립한 청소년육성 5개년 계획의 시행으로 청소년 수련시설의 설치가 활발히 추진되어 증가추세에 있으며, 특히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생활권 수련시설의 경우 급격한 증가추세를 보였다. 둘째, 프로그램이 강좌 중심으로 천편일률적이거나, 수련시설 수익사업을 위해 청소년 이외의 대상을 위한 운영에 머무는 편으로 확인되었다. 셋째, 학교 및 지역사회, 그 지역의 문화예술기반시설과 연계하는 것이 힘들며, 특히 학교의 협조가 어렵다. 이는 청소년계 외부의 협조 없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넷째, 학생들의 대학입학 위주 수업 풍토에서 학생들의 문화활동 경험의 시간적 여유가 없다. 다섯째, 빈약한 프로그램으로 인해 청소년의 프로그램 만족도가 떨어진다. 여섯째, 시설운영 인력은 시설의 관리에만 초점을 맞추어 프로그램 개발이 부실하고, 참조할 만한 프로그램 사례들을 찾아 공부하고 도입하는 실험을 쉽게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일곱째, 지역별 공간마다 특성화가 되어 있지 않고 특히 그 지역문화와 연결되는 독자성이 부재한 경우 많다. 표준적인 공간운영과 관리방식에 익숙한 것은 한편으로 득이 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지역 간 문화격차와 수준의 차이가 심각하다. 문화적 기회의 서울집중현상이 큰 것이 지역 간 문화공간마다 문화적 향수기회의 수준차이로 반영되는 것이다. 이러한 실태를 배경으로, 청소년 문화공간의 활용도를 높이는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예를 들어 지역기반시설로서 청소년 복지시설과 청소년 문화시설이 실질적으로 같은 프로그램을 한다든지, 청소년수련원과 청소년 문화의 집이 차별성 없는 방향을 제시하는 등 중복된 공간이 활용도를 떨어뜨린다. 따라서, 공간의 중복이 지적될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육성5개년계획이라는지 문화정책개발원(현 문화관광정잭연구원)의 보고서 등은 10년간 (청소년 문화의 집 같은) 새로운 공간모델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제언이 쏟아진 게 사실이다. 이의 효율적인 통합과 정비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정책연구가 갖는 또 하나의 문제는, 모든 공간에 지역적 특색을 반영할 수 없는 하나의 공간운영 모델 혹은 평가기준을 제시하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연구원들의 안이함에 기초하고 다른 한편으로 심층적인 현장정보 수집기회의 부재에서 오는 문제이다. 결국 하나의 모델로 전국의 청소년 문화공간을 파악하는 일률적인 평가기준을 수치화하여 제시하는 것은, '과학적 수량화'를 앞세운 센세이셔날리즘이나 허구의 지식을 제공하는 것이 되기 쉽다. 무엇보다 기존의 공간이 가진 지역적 문제점(과 문제의식)을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운영상의 개선을 효과적으로 측정하고 파악할 수도 없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시설 운영자들 역시 공식적으로 제시된 이러한 기준에만 맞춤으로써 안이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과하게 말하는 것일 수 있으나, 천편일률적으로 개발된 모형에 따라 사업을 시행하는 데에서 벗어나지 않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 정책을 제안하는 보고서는 항상 청소년문화의 이슈에 대한 제언에 있어, 급하게 짜여지는 경향이 있다. 또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대안을 내는 구조는 이전까지 제안된 좋은 정책안을 폐기하거나, 기실행된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해결하지 않은 채 새로운 아이디어를 누적, 보충하는 식이 된다. 따라서 좋은 정책철학이 꺾이거나 과거로부터 일관성을 갖지 않고 혼란스럽게 나열되기 쉽다. 특히 청소년정책연구는 하나의 보고서 안에 새로운 공간이나 센터를 나열적으로 제안하는 형식이 많다. 문제 해결을 구체적인 세부운영방안 없이 공간건립으로 해결하려는 시설지상주의 같은 것이 존재하는 것이다. 특히 여러 이해관계와 관점을 가진 연구원들이 통합적으로 정책연구를 하지 않고, 각자의 안을 취합하는 경우 보고서 안에 10여 가지 공간에 대한 제안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실질적으로 한정된 예산집행으로 실현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것이고 따라서 정책연구라고 할 수 없다. 각종 청소년 공간들이 병렬적으로 제시되는 한계는 문화현실에 적용할 수 없는 치명적인 한계를 낳는다. 집행 공무원은 이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고, 결국 자의적으로 이해관계에 맞는 것만 선택하는 예정된 우를 낳는다. 제2차 청소년육성 5개년계획도 그렇지만, 제3차 계획에 이는 그대로 나타난다. 프로그램 내용은 피상적으로 제시하기 때문에 항상 결과적으로 하드웨어 중심의 정책시행이 이루어지는 페단을 정책연구자들이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공간별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운영인력을 확보하고, 또 좋은 프로그램 개발자가 될 수 있도록 재교육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지적은 이미 제기되었지만 실행을 위한 노력은 미진하다. 무엇보다 기반시설의 운영인력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할 세부정책 준비를 해야 한다. 이는 청소년계 외부의 전문적인 능력을 빌어 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격요건에 맞는 기반시설 운영인력을 교육, 재교육, 자격화하는 프로그램이 서둘러, 하지만 신중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더불어 자원활동가를 비롯한 문화촉매자를 그 기반시설로 끌어들여 청소년 문화를 돕고 만나게 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결국 사회복지사, 평생교육사, 청소년 지도사 자격에만 의존하지 않는 개방적 인사정책이 우선시 된다. 문화진흥을 위한 전문 문화기획자를 기르는 데 실질적인 예산을 투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문화기반시설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프로그램을 충분히 공부해서 기획할 능력을 가진 문화기획자를 길러 각종 문화기반시설 뿐 아니라, 청소년 문화공간에서도 활용하는 방책은, 지역문화 활동가를 끌어들어 이러한 문화공간에서 활용하는 방책과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차별화된 지역단체와 민간인, 청소년 집단이 직접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운영방식을 대폭 바꾸는 것은 청소년문화공간의 활성화에 있어 우선적이다. 이럴 때 기존 청소년시설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제도가 도입될 수 있고, 또 빛을 볼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 하였다. 시설건립이 아니라 운영체계를 바꾸고 이와 같은 청소년 중심의 프로그램이 공개모집, 지원, 프로그램 운영 주도를 취할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것이 청소년 문화공간의 활성화에 있어 기본적인 방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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